대원 장경호 거사의 원력 불교교양대학의 효시, 대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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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장경호 거사의 원력 불교교양대학의 효시, 대원아카데미
  • 김남수
  • 승인 2024.04.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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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50년, 나아갈 100년 ② 대원아카데미

1974년 창간된 월간 「불광」이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았습니다. 1974년 같은 해 창간된 사찰과 단체를 찾아 지난 50년을 되돌아볼 예정입니다. ‘1974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맞이할 100년을 준비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불교교양대학의 효시인 ‘대원아카데미’를 찾았습니다. 

(재)대한불교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원아카데미」는 1973년 대원불교강원에서 1974년 2년 과정으로 변경한 대원불교교양대학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1981년에는 대원불교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하 대원불교대학으로 통일) 현재는 대원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명상’과 ‘불교심리상담’을 특화해 교육하고 있다. 평생교육기관으로 지정됐으며, 학점은행제를 실시하고 있다.

장경호 거사 사진 (재)대한불교진흥원

대원 장경호 거사

대원 장경호(大圓 張敬浩, 1899~1975) 거사를 빼고는 현재의 대원아카데미와 대한불교진흥원을 이야기할 수 없다. 1899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난 장경호는 청소년기 동생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불교에 입문한다. 통도사 구하 스님으로부터 ‘만법귀일 귀일하처(萬法歸一 歸一何處)’라는 화두를 부여받고, 재가자의 신분임에도 여러 선방에 입실하며 평생을 수행자로서의 삶을 견지했다. 1942년에는 청도 운문사 사리암에 정초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폭설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이때 부처님의 위신력을 경험하기도 했다. 장경호 거사의 원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27년 창립된 동국제강 이후 활동부터이다. 

“산사 중심의 의식과 기복에 치우친 소극적 관념적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번뇌와 정신적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하며, 고질적 병폐인 교리를 빙자한 분열과 분파로 배타, 비난하는 퇴영적 종파불교의 폐습을 불식하고, 통불교(通佛敎) 이념으로 화합 단결해야 할 줄 압니다.”

장경호 거사가 말년(1975년)에 사업을 통해 모은 30억 6,000만 원의 금액을 사회와 불교에 회향하면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올린 글 중 일부다. 이 같은 거사의 원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재)대한불교진흥원이다. 

대원정사 교양대학 제1회 졸업 기념사진(1975년). 
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동화 박사, 세 번째가 장경호 거사다. 사진 불광미디어

대원불교교양대학 설립

지금이야 사찰에 불교교양대학이 많이 설립돼 있지만, 1970년대 초의 상황은 다르다. 사찰은 기복 신앙 위주였으며, ‘불교 교육’, 특히 ‘재가자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때였다. 당시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고학력자로 인정되던 시절이었다. 특히 한국불교는 1960년대의 심각했던 불교계 분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근대적 불교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였다. 

장경호 거사는 불교를 대중화 생활화하고자 했다. 꽤 큰 규모의 종합수도원을 짓고자 했으며, 1970년대 초부터 불교방송을 세우고자 하는 원력을 마음에 품었다. 원력이 이루어진 것이 남산 자락의 대원정사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포교당이었으며, 불교종합회관이었다. 출재가를 막론한 여러 선지식이 모였다. 

남산 후암동에 있던 입구 간판. 사진 ‘대원 장경호 거사 추모관’ 홈페이지

대원불교대학 역시 남산 자락에서 시작했다. 대원정사 설립과 동시에 1973년 대원불교강원이 시작됐고, 1974년에는 2년 과정의 대원불교교양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강의는 김동화, 조명기, 원의범, 장원규, 목정배, 고익진 등 동국대에서 불교를 강의하는 교수진이 담당했다. 교수진에 대한 배려도 많았지만, 수강생들에 대한 배려도 각별했다. 수업료는 당연히 무료였고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초기에는 4~50명의 수강생이 있었는데, 평일 저녁(주 5일) 수업이 진행됐다. 수강생은 직장인들이 많았고 재가자들이 주류였지만 대원불교대학을 졸업한 스님들도 꽤 된다. 

교양대학은 남산 자락에 있었기에 교통편이 불편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에서 남산까지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는 토큰이나 현금으로 교통비를 지급하기까지 했다. 지방에 있는 사람을 위해 통신과를 운영하기도 했다. 카세트 테이프를 일일이 복사해 우편으로 발송했고 지방 학생들은 카세트로 수업을 들었다.

장경호 거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으며,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가를 세심히 살피기도 했다. 졸업생 중 많은 이들이 거사의 뜻을 이어 불교대중화 운동을 펼쳤으며, 출가하여 수행자로서 삶을 사는 분도 제법 된다. 

서울 마포에 있는 다보빌딩 건물. BBS 불교방송이 있으며, 대원아카데미 강의가 열리는 장소다. 사진 (재)대한불교진흥원
장상문 거사 사진 (재)대한불교진흥원

대원아카데미

대원 장경호 거사의 뜻을 이어 불교대중화 운동을 펼친 이가 둘째 아들 중원 장상문(中圓 張相文, 1922~1992)이다. 유엔(UN) 대사를 역임하는 등 공직에 있던 장상문 거사는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아버지의 유훈을 실천했다. 

잡지 ‘대중불교’와 ‘빛깔있는 책들’ 발간 등 많은 업적이 있지만, 가장 앞서 거론되는 것이 1990년 BBS 불교방송 개국이었다. 불교방송 개국은 불교계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장상문 거사는 불교방송 개국을 위해 현재 마포에 위치한 현 다보빌딩(대한불교진흥원) 매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불교방송 개국과 더불어 대원불교대학에서 진행되던 불교 강의가, 형식은 바뀌었지만 라디오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울렸다. 

대원불교교양대학은 1981년 대원불교대학으로 명칭이 변화됐고, 1년제의 연구과정과 지방에서도 대면 강의가 진행됐다. 1995년에는 미국 워싱턴에 분교를 개설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각 사찰과 기관에서 불교교양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대원불교대학에서 시작된 불교교양대학이 전국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넘어서면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교육 통로가 마련되기도 했다. 대원불교대학으로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기였다. 2006년부터는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관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명칭을 대원불교문화대학으로 변경했다. 

“그때부터 ‘불교심리상담’과 ‘명상’을 특화해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양에서는 불교를 통한 심리치료가 인정받던 때였죠. 당시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심리상담과 유식불교의 연계를 모색했죠. 지금은 ‘심리상담사과정’과 ‘명상지도사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배우면 명상에 대한 갈증이 당연히 커집니다.” 

- 대한불교진흥원 신진욱 사무국장 

경주 황룡원에서 2024년 대원아카데미 동계 수련회를 진행했다. 사진 대원아카데미

2021년에는 대원아카데미로 이름을 변경한 후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업을 수료한 졸업생들에게는 ‘불교심리상담사’와 ‘명상지도사’라는 민간자격증 취득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해 9월부터는 디지털대원아카데미 운영도 시작했다. 2024년부터 대원아카데미에서 운영되는 과목 중 ‘인지심리학’, ‘정신분석학’, ‘불교심리학’, ‘정신건강과 참선명상’이라는 네 과목은 학점은행제 제도에 의해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식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은 아니지만, 수업내용은 자부한다고.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도 높고, 졸업생 중 일부는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한다. 

명상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대원아카데미

지금까지 대원불교대학 졸업생은 4,011명이다. (대원아카데미 포함)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불교심리상담사’ 24명, ‘명상지도사’ 36명이다. 현재 대원아카데미 재학생은 132명이다. 대원아카데미는 정규 과정 외에 ‘기억과 학습’, ‘MSC(Mindfullness Self-Compassion)’, ‘싱잉볼 명상’, ‘붓다의 철학’ 등 일반인도 함께할 수 있는 특강을 개최하는 데 반응도 좋다.

대원아카데미는 1974년 실질적으로 시작된 대원불교대학의 설립이념을 현대에 맞게 전문화하고, “세상을 위한 불교”라는 대원 장경호 거사의 원력을 구현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재가불자 교육의 산실’이라는 설립 취지는 지금도 중요한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원아카데미 특강 모습. 사진 대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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