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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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다실
  • 관리자
  • 승인 200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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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이 입춘, 19일이 우수, 계절은 아직 찬바람이 한창이지만 역시 따뜻한 햇빛, 훈훈한 봄 향기를 느끼게 하는 2월이다. 겨울은 잎이 지고 눈이 덮이고 찬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계절 같기도 하면서도 어쩌면 생명의 힘이 팽팽하게 충만해 가는 계절로 생각되는 것은 광실자만의 착각일까.
   요즘 숲 사이를 걷노라면 나무에서 풍기는 듯한 팽팽한 힘을 느낀다. 나무만이 아닐 것이다. 인간도 겨울이라는 움츠리는 계절이 오히려 안에 그 힘을 축적하는 계절일 게다. 그래서 햇볕이 좀 길어지기만 하면 기지개를 켜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는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왈칵 일어서 왕성한 성장을 하는 것이리라. 육체적, 생물적 축적에 다시 정신적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꼼꼼히 찬바람의 의미를 생각하며 차곡차곡 정진의 시간을 쌓아 갈 것을 생각해 본다.
   ♣ 지난 1월 21일은 납월 팔일, 부처님 성도재다. 세존 성도야말로 인간 최대의 기쁨의 날이 아니던가. 이 땅에 오시고 사문을 유관하시고, 성을 넘어 출가하시고, 설산에서 고행하시고 마군을 항복 받았더라도 성도한 사건이 없었다면 불교는 없다. 부처님의 팔상성도가 대비 방편이라 하는 것이지만 부처님의 일대 교화시설에서 만약 성도가 없었다면 세존도 교화도 생각할 수 없고 인류는 영영 삼독의 굴레를 쓰고 제행무상, 고난의 삼계를 돌고 윤회를 멈출 날이 없었을 것이다.
   부처님의 성도는 우리 모두의 성도이다. 부처님께서 성도를 보이심으로써 우리들 자신이 진여 법성임을 열어 주셨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믿든 안 믿든 사실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래서 세존의 성도는 만중생의 성도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들은 다만 부처님처럼 스승 없이 깨치든지 부처님 가르침 따라 배우고 깨치든지 아니면 믿고 행하면 되는 것이다. ale지 않고 행하지 않는 자는 스스로 눈을 감고 잠꼬대하는 자이니 그는 어찌할 수 없다
   부처님의 성도가 이런 것인데도 우리는 성도를 모르고 지냈다. 성도의 진의를 까맣게 외면하고 지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선방에서 헌공하고 하루 쉬거나 제방 사찰에서도 역시 헌공하는 것이 모두였다. 간혹 성도기념 행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외에 속할 만큼 드문 일이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성도야말로 우리 모두의 법성생명의 출생이며 정불국토의 개벽이 아니가. 어째서 이 경천동지할 광겁의 큰 소식을 바람처럼 흘려보내는가? 불자라면 마땅히 뛰고 소리치고 정신 차리고서 할 일이 있지 않겠는가. 기뻐하고 감사하고 노래하는 것이 그 첫째일 것이다. 성도 소식을 온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 그 둘째일 게다. 성도의 광명을 온 이웃, 온 나라 구석구석에 찾아가 비추는 것이 그 셋째일 게다. 그래서 온 이웃을 받들고 공경하고 찬탄하고 공양하며 섬겨서 뜨거운 각성의 체온을 나누는 것이다. 넷째는 모두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하고 손을 나누어서 정불국토 실현을 향하여 크게 움직이는 것이다
   ♣ 지금부터 27년쯤 전의 일로 기억한다. 마산에 정봉팔, 박진여심 내외분이 살았다. 자기 집에 어린이법회를 개설하여 금강어린이회라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성도재일을 위하여 금품을 모았고 그것을 가지고 성도재일 저녁에, 그때만 해도 흔히 있었던 판자촌을 찾아가 성도소식을 전했다. 부처님 광명은 어둡고 괴로운데 먼저 비추는 것을 저들 내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하지만 보리에 이르는 길은 원래로 중생들이 사는 저 낮은 곳에 있고, 저 높은 곳의 영광은 이 낮은 곳에 은혜로 피어나는 것이다.
   성도재, 우리는 너무나 이 거룩한 사건을 눈 감고 살아 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모두 새로이 눈을 뜨고 보리심으로 크게 뛰는 날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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