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어떤 어리석은 성인(聖人)은 우물을 메우기 위하여 우물 속에 눈을 쓸어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우물을 메우기 위하여 쓸어넣는 눈은 곧 녹아버려 우물은 메워지지 않는 그 얼뜻 보기에、노력과 인내와 끈기와 ̄하는 무슨 그런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이겠지만、그런 의미를 떠나 그 미련할 정도로 경건하게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유연하고 호연한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이 이야기 속에서의 눈 삽질의 상징성은、혹은 일이관지(一而貫之)의 의지를 뜻함인지 무소득의 진리를 이야기 하고자 함인지、또는 평생을 구도(求道)의 길에 몸 바쳤음에도 깨달음을 미처 다 하지 못했다는 말인지、그 진의야 여하간에 삽질 하나하나의 순간 속에서 삶의 전 모습을 들어낸 것 같은 숭고하고 거룩한 모습을 감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의 삽질에 대해서 결과를 묻지 않고 내일의 삽질에 대해서 기대를 걸지 않는、오직 일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즉 내가 곧 삽이요 삽이 곧 나요、내가 곧 눈이요 눈이 곧 나요、내가 곧 우물이요 우물이 곧 나요、내가 곧 삽질이요 삽질이 곧 나인、거기에는 삽질을 한다는 의식이나 사려나 분별이나 판단이나 대립을 일체 떠난、아니 의식·무의식을 일체 배제한 오직 삽질하는 나와、손에 쥐어진 삽과 삽에 떠진 눈과、우물 속에 떨어지는 눈이 혼연일체가 되어、삽질하는 나와 한 치의 간격도 거리도 없는 삽질의 삼매 속에서 몰아아입(沒我我入)하는 순수한 동작이 있을 뿐이며、그 동장의 진면목이 있을 뿐인 것이다。당신은 지금 어떤 삽질을 하고 있는가?
(종로 불란서제과점 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