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오래된 기독교 성당을 많이 보게 된다. 그것은 로마를 가도 그렇고 프랑스를 가도 그렇고,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성당들에 놀라게 된다.
그렇게 장엄하게 최고의 건축 기술을 살려서 지은 성당을 동양권 내에서는 보기 힘들다.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동양에 있어서는 태국이라든지 일본 등지에서 부처님을 모셔 놓은 이름난 절을 볼 수 있다.
로마나 프로렌스에 가서 놀라게 되는 것은 성당뿐 아니라 성당 안에 잇는 그림과 조각들이다. 조각들도 이름 없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고 너무나 유명한 미켈란젤로라든지 다빈치. 그리고 도래도의 고도에를 가게 되면 그 나라 화가인 그레꼬의 그림(세르반테스를 그린 그림)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웬만한 큰 성당들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되어 있지만 어쨌든 누구든지 놀라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지난번 KBS가 세 시간에 걸쳐서 경주를 소개할 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열심으로 시청을 하였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겉으로만 보아 오던 경주의 비밀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벌써 2,3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일본의 여류화가인 平林告子가 경주의 남산을 돌아 다니면서 버려진 부처님상을 그렸고 그것으로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平野여사는 심취되어 있었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 KBS가 소개한 경주를 보고는 외국 여성이 한국의 멋과 맛에 미쳤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경주를 둘러싼 산 속에는 남산뿐 아니라 전부가 부처님의 조각이 들어차 있는 느낌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노천에서 비바람에 부스러져 나간 부처님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더욱 놀란 것은 기림사(祈林寺)라는 절에 있는 건칠로 만들어진 부처님 이야기였다. 건칠이라고 하면 칠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유래한 것처럼 생각하기도 쉬운데 벌써 석굴암의 불상보다도 80년이나 앞서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기림사의 건칠 부처님을 뵈오러 갈 기회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건칠의 명인으로는 작고한 강 창원선생을 생각하게 되니 더욱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 한 가지 경주의 소개를 보고 흐뭇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언젠가 일본을 갔을 때 절에 열중하고 있는 C여사 방에서 본 미술책이었다. 책이름은<敦煌의 美術>이라고 되어 있고 그중에 중요한 것은 막고굴(莫高窟)의 벽화조상(壁畵塑像)이었다. 내 기억에는 소설가 井上靖씨의 글도 실려 있었던 것 같다. 책은 4.6배판의 두 배나 되는 원색판이었는데 그림에서 보여 주는 벽화의 찬란함과 신비성은 한참동안 가 볼 수 없는 그 곳을 꿈꾸게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TV를 통해서 경주를 소개 받으면서 내가 일본에서 본 미술책의 막고굴(莫高窟)의 벽화와 우리 경주를 둘러 싼 산 속의 부처님 조각들이 어딘지 모르게 불교의 흐름과 예술이 서로 통하는 데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하였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소중한 것이 일반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알았고, 무아상태에서 예술에만 정진하던 선인들의 정신에 다시 머리를 숙이게 되었다.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