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밤은 가고 아침 해는 동녘에서 밝아 온다. 기나 긴 겨울은 가고 이제 봄빛 한결 따사롭게 천지를 녹인다. 무거웠던 겨울 옷을 벗어버리고 굳게 닫힌 창문을 활짝 열고..... 이렇게 봄은 왔다.
이 달에는 음력 2월 8일 (3월 22일) 세존 출가일과 음력 2월 15일 열반재가 겹쳐 찾아 왔다. 부처님 출가 법문이든, 열반 법문이든 그 모두는 우리의 무거운 어둠을 쓸어 버리고, 밝고 따스한 햇살을 가져오는 위없는 은혜의 물결이다. 부처님은 원래로 진리의 몸이시기에 나고 드심 또한 진리일 뿐이며 거기에 오고 가고 출몰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범부의 미혹의 꿈 속에 찬란한 광명으로 찾아 오시어 이렇게 오시고, 이렇게 머무르시며, 이렇게 닦으시고, 이렇게 설하시고, 이렇게 열반을 보이신다. 햇살 줄기줄기 찬란한 빛이며 전단향 마디마디 전단향이듯, 부처님의 자비시현 토막토막이 진리의 광명이고 은혜의 물줄기 아님이 없는 것이다.
이제 출가 열반의 크신 법문 받으면서 우리 다시 찬란한 광명에 목욕한다. 우리 모두 온 몸 구석구석 빛을 채우자. 모든 생각, 모든 행동으로 빛을 뿌리자.
♣ 『나, 태자는 세속적인 욕망은 조금도 없으며 선업을 닦아 천상에 태어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일체 중생이 바른 길을 몰라 헤매면서 생사윤회 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출가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아직 나이가 젊지만 생노병사에는 정해진 때가 따로 없으며, 지금 젊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수 없읍니다. 예전 임금님들도 나라를 내어 놓고 도를 닦았읍니다. 내 결심도 그와 같아서 무상보리를 얻을 때까지 결코 돌아갈 생각을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성을 넘어 출가한 싣달태자가 마부 「차익」을 통하여 부왕에게 드린 말씀이다. 여기에서 부처님은 우리 모두에게 참된 생명을 찾아 번뇌의 불집에서 어나와 고뇌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세간 어떠한 영화도 설사 천상락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무상한 것을 사무쳐 알라는 지혜의 말씀이 소리높이 외쳐 있다. 그리고 생사고해를 출몰하는 중생을 구하고자 하는 뜨거운 대자비의 서원이 있다. 그리고 다시 위없는 깨달음의 법에 대한 확고한 신앙이 있고,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는 어떠한 고난도 불사하겠다는 굳은 결의가 함께 있다.
부처님은 출가법운을 통해서 우리 모두에게 진실생명을 향하여 눈뜨고, 깨달음의 진리를 향하여 용진할 것을 이렇게 몸소 우리에게 보이셨다.
미혹의 구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 그 누가 무상살귀에 먹히지 아니하는 자인가. 이 인간의 근원적 공허를 극복할 의지도 용기도 내지 않는다면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일러서 「잠든 자 」라고 한다. 「꿈 속을 헤매는 자 」라고 한다. 자, 우리 모두 잠을 깨자, 꿈에서 깨자.
♣ 부처님의 열반법문에서는 수많은 것을 배운다. 유행경의 법문이나 열반경의 법문이나, 참으로 넓고 깊고 간절하고 간곡하다. 열반의 깊은 뜻에 대하여는 접어두기로 하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대한 애절하리만치 간곡한 부촉은 눈물없이 읽을 수 없다. 광실자도 젊은 시절 몇몇 도반과 함께 유교경을 독송하면서 몇 번인가 눈물을 거두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수많은 부촉 가운데서 언제나 가슴을 아프도록 울려오는 것은 저 자귀의(自歸依) 법등명(法燈明) 법문과 막방일(幕放逸) 법문과 호법(護法) 법문이다.
『모든 것은 바뀌어 가니 게으름 없이 힘써 닦아가라.』
부처님의 이 목소리가 지금도 나지막하게 귓전을 울리고 있는 것을 느낀다.
부처님은 열반시현으로 부처님의 영원하심을 다시 보이시고 우리 모두 이 길을 향하여 끊임없이 정진하라고 가르치고 계시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다짐한다.
「부처님, 방일하지 않겠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