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전의 세계- 입능가경의 구조와 중심사상
상태바
[특집] 경전의 세계- 입능가경의 구조와 중심사상
  • 송병욱
  • 승인 2009.05.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획/입능가경의 세계

󰊱 서문
조계종(曹溪宗) 종헌 상(宗憲上),
「본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을 금강경(金剛經)과 전등법어(傳燈法語)로 하며, 기타 제한치 아니한다.」
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조계종의 종맥(宗脈)이 선종(禪宗) 위주로 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교외별전(敎外別傳)으로 대오(大悟)의 법등(法燈)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지전지(傳之傳之)하여 오늘에 이르러 유독 소의경전으로 금강경을 못 박음은 확실히 육조(六組) 혜능(慧能)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장구(章句)를 듣고 대도(大道)를 깨우쳤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종의 비조(鼻祖)가 되는 보리달마(菩提達磨)가 그의 전법제자(傳法弟子)인 혜가(慧可)에게 본 능가경(楞伽經)을 전하며 여래심지요문(如來心地要門)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할 때, 선과 인연이 깊은 조계종의 입장에서 소의 경전을 정할 때 능가경을 빠뜨렸음은 무언가 아쉬움을 갖게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능가경과 금강경을 함께 소의로 삼아 수행하던 신수(神秀) 계통의 북종선(北宗禪)보다도 혜능 계통의 남종선(南宗禪)이 더 번창했던 점과, 비학문적인 선객들에게 있어서는 능가경은 사상들이 여러 가지로 나열되어 있어 난해하며, 그 획일성을 찾기 어려웠던 점등이 오늘날 그다지 읽혀지지 않게 된 연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도선(道宣)이 지은 속고승전(續高僧傳) 능가수수(楞伽授受)의 기록 중 달마가 4권 능가를 혜가에게 전해 주고 하는 말이, 『내가 중원(中原)을 보니, 오직 이 능가가 있을 뿐이다. 오직 이에 의지해서 수행하면 스스로 세상을 건지리라.』
고 했다는 점과, 또한 속고승전의 말미(末尾)에 나오는,
「나만(那滿)등 스님들은 항상 4권의 능가경을 지니고 다니면서 심요(心要)로 삼고 말할 때나 걸을 때나 잠시도 잊지 않았다.」
고 하는 것을 보거나, 법장(法藏)의 능가심주의(楞伽心主義), 선월(善月)의 통의(通義), 정수(正受)의 집주(集註), 그리고 경소부(經疎部)에 능가아발다라보경주해(楞伽阿跋多羅寶經註解)등이 있는 점으로 보아 당시에 얼마나 선승(禪僧)들 사이에 이 경이 중요시 되었던가를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의 우리 종단에서도 이 경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며 널리 유통하여 많은 연구와 독송이 신앙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 본경의 특징

본경은 반야(般若) ․ 법화(法華) ․ 화엄(華嚴) 등에서처럼 등장인물이 화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대승불교의 경전에서는 다종(多種)의 부처님과 보살들이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아라한(阿羅漢)이나 부처님의 제자들이 다만 청중으로 등장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건의 배역까지도 담당한다. 그러나 능가경에서는, 세존과의 이야기 상대는 언제나 대혜보살(大慧菩薩)일 뿐으로 매우 단조롭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아함(阿含)등 이른바 소승불교의 경전에 속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개 설법 시 불타의 금색신(金色身)의 어느 한 곳으로부터 광명이 방출되는 게 상례이다. 방출된 그 광명은 시방 세계를 두루 비추고 또 거기에 있는 제불보살과 대중들을 비추어 낸다. 법화경이나 화엄경이 그 좋은 실 예일 것이다. 그러나 본경의 4권 본(本)과 7권 본의 능가경에는 그것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로 본경의 특징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며 철학적인 사색이 풍부하고 종교적 명상이 풍부한 반면에, 그것들이 경 전체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단편적이며 각 품 간의 연결이 불연속적(不連續的)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불타의 대승제교설(大乘諸敎說)의 요지(要志)를 총집(總集)해서 편찬한 듯 한 인상을 주며, 시종일관된 사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장이 독립적이며 또 부분적이라는 점이다.
넷째는, 일반적으로 보통 마지막에 촉루품(囑累品), 혹은 유통분(流通分)이 있어서 보살상(菩薩像) ․ 성문상(聲聞象) ․ 제천(諸天) 등이 불타의 교설을 듣고 환희신애봉행한다는 내용을 기술함으로써 경의 말미를 맞는데 반해, 소위 7권 본과 4권 본의 능가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 경의 구조

Lankāvatara-sūtra 즉 <불입피산(不入彼山-Lanka) 소설지경(所說之經)>을 433년 구나발다라(求那跋陀經)가 4권 본으로 <능가아발다라보경(楞伽阿跋陀羅寶經)>이란 경명으로 번역했다.
513년 보리유지(菩提流支)가 10권 본으로 <입능가경(入楞伽經)>이란 경명으로 번역한 것이 있다.
700년 실차란타(實叉難陀)가 10권 본으로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이란 경명으로 번역하여 현존한다.
이들 중 4권 능가에는 일체불어심품(一切佛語心品) 단일품(單一品)으로 서분과 유통분이 안 보인다.
10권 본 입능가경(入楞伽經)은 경전으로서의 완벽한 형식을 갖추었는데, 그 품(品)의 내용도, 청불품(請佛品), 문답품(問答品), 집일체법품(集一切法品), 불심품(佛心品) ․ 로가야타품(盧迦耶陀品), 열반품(涅槃品), 법신품(法身品), 무상품(無常品), 입도품(入道品), 여래상무상품(如來常無常品), 불성품(佛性品), 오법문품(五法問品), 항아사품(恒河沙品), 찰나품(刹那品), 화품(化品), 차식육품(遮食肉品), 다라니품(多羅尼品), 총품(總品)으로 총 18품으로 나뉘어 있다.
7권 본 대승입능가경은, 라파나왕권청품(羅婆那王勸請品), 집일체법품(集一切法品), 무상품(無常品), 현증품(現證品), 여래상무상품(如來常無常品), 찰나품(刹那品), 변화품(變化品), 斷食肉品), 다라니품(多羅尼品), 게송품(偈頌品)의 총 10품으로 나뉘어 있으며 범본(梵本)과 가장 가깝게 번역된 경전이라는 점을 특별히 말할 수 있다.
4권 본 능가경에 없는 여타의 품들은 본문에서 분리해내어도 하등 내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독립적인 장(章)이 될 수 있는 점으로 보아 다만 권두(卷頭)나 말미(末尾)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후일 추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권 능가경에는 주술적(呪術的)인 색채가 짙은 다라니품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적 사색과 종교적 통찰로 열거돼 있다. 그러나 7권 본 능가에는 제 9품에, 10권 본 능가에는 제 19품에 각각 다라니품이 들어 잇따.
이렇게 비교적 후대에 성립된 대승의 경전에 다라니품이 유입된 것은 흔히 있는 일로서, 경의 신비성을 높이고 또 그로 인해서 유통(流通)의 공(功)을 더하기 위한 의도에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 本經의 中心思想

입능가경의 여러 가지 사상 가운데서도 특히 중심적인 교리라고 할 수 있는 5법(五法) ․ 3성(三性) ․ 8식(八識) ․ 2무아(二無我)의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첫째 5법(五法)이란, 명(名-nāma) ․ 상(相-nimitta) ․ 분별(分別-vikalpa) ․ 정지(正智-Samyagjnana) ․ 여여(如如-tathata)를 말하는 것으로 나무 ․ 풀 ․ 별과 같은 어떤 명칭을 말하는 것이다. 상(相)이란 그 명에 의해서 일어나는 어떤 상(像-槪念)을 뜻하는 것이고, 분별이란 그 명과 상에 대한 판단(判斷)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지(正智)는 명이나 상이나가 실성(實性)이 없음을 간파하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며, 여여(如如)는 이 지혜에 대한 대상으로서의 평등진여(平等眞如)를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5법은 이른바 미계(迷界)의 주관(主觀) ․ 객관(客觀)과, 오계(悟界)의 주관 객관을 들고, 더욱이 미계의 주객(主客)을 타파할 때 거기에 오계가 열려 가는 경과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고찰한 것이리라.
둘째 3성(三性)은, 변계소집성(偏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으로서 소위 법상종(法相宗)에서 말하고 있는 3성과 다를 바가 없다.
셋째로, 8식은 유식종(唯識宗)의 소의경전 중의 하나인 해심밀경(解深密經) 제 6품에 유식(唯識)의 현법(現法)보다 한층 더 정리가 되고 사상적으로 진보한 점이 눈에 띈다. 이 8식을 2종(種)과 3종으로 나누고 있다. 즉 3종이란 진식(眞識-jātivijñana) ․ 현식(現識-Khyātivijñana) ․ 불별사식(分別事識-vastuprativikalpavijāñana)이 그것이며, 2종이란 현식 ․ 분별사식이 그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3종(三種)으로 나눌 때는 진식에 의한 아뢰야식(阿賴耶識)의 본태(本態)와 현식에 의한 그 활동태(活動態), 그리고 분별사식 즉 7식을 말하는 바가 그것이다. 또 2종으로 나눌 때는 현식 중에 아뢰야식의 본태(本態)나 활동태를 포함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넷째로 2무아란, 인무아(人無我), 법무아(法無我)로서 5온(五蘊)이 화합해서 된 심신(心身)에 상일주재(常一主宰)의 실아(實我)가 없고 만유제법(萬有諸法)은 모두 인연이 모여 생긴 일시적인 가짜 존재이므로 실다운 체성(體性)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본 능가경의 구성과 그 내용이 복잡하여 난해한 게 사실이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역시 일관된 사상은 역시 유심론(唯心論)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본경이 설한 바에 따르면 심(心) ․ 의(意) ․ 의식(意識)이 각각 독자적인 공용(功用)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온갖 식(識)에 다른 상(相)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여튼 이 입능가경이 대승권 불교에 들어와 특히 중국의 선가(禪家)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며, 불교의 각종 사상을 모자이크한 점에서도 이 경은 많은 각도에서 연구되고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