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중국편 34.키질 38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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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중국편 34.키질 38굴
  • 이기선
  • 승인 2009.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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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편 34.키질 38굴 주실굴 천정벽화 중에서-들짐승 거타의 몸보시<身施>

                            ㅡ키질석굴 제38굴 주실굴 천정벽화 중에서ㅡ

 

키질석굴 第38窟 主室前部

 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은 「현우경(賢愚經)」제3권 거타신시품(鋸陀身施品)에 전하는 전생설화(前生說話)를 그린 것으로, 그림은 키질석굴 제38굴 주실굴 천정의 왼쪽에 그려져 있다.

  금빛 털을 가진 짐승

 오랜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지겁에 이잠부드비이파<閻浮提> 에 바라나시라 불리는 큰 성이 있었다. 때에 브라흐마닷타왕이 이 성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는 마음이 사납고 자비심이 없으며 사치하고 음탕하며 쾌락을 즐기며 또한 항상 미워하는 마음으로 남을 해치기 좋아하였다.

 어느 날 브라흐마닷타왕은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온 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금빛 광명을 내어 사방을 비추는 짐승을 보았다.

 

 왕은 꿈에서 깨어나자 꿈 속에서 본 짐승을 갖고 싶은 욕심이 일어나 사냥꾼들을 불러 명령하였다.

『나는 꿈에 어떤 짐승을 보았다. 온 몸의 털은 금빛이고 털끝마다 광명을 내어 신비하고 찬란하였다. 이나라에 반드시 그런 물건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온 나라를 두루 돌아 다니면서그 짐승을 찾아 잡아와야 한다. 만일 그 가죽을 구하면 너희들에게 중한 상을 줄 것이며, 또 너희들 자손들에게도 일곱 대(代)에 걸쳐 상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애써 그것을 구하지 못하면 너희들을 죽이고 너희들의 족속 또한 멸하리라.』

 사냥꾼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근심과 두려움에 떨며 대책을 논의하였다.

『왕이 꿈에서 본 짐승은 우리가 일찌기 본 일이 없으니 어디 가서 그것을 구한단 말인가. 그런데 구하지 못하면 왕의 명령을 어긴 죄로 모두가 죽음을 면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렇듯 뾰족한 수가 없이 번민과 한숨만 내쉬던 끝에 한 사람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산이나 숲에는 독한 벌레와 사나운 짐승이 많아서 우리가 아무리 두루 돌아다녀도 그 짐승을 찾지 못하고 숲이나 들에서 차례로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나서기 보다는 한 사람을 사서 그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

 이에 따라 어떤 한 사람을 구해 그 일을 부탁하였다.

『그대는 힘을 다해 그 짐승을 구해 주시오. 우리 모두의 생사가 걸린 일인만큼, 만일 그 일을 이루고 돌아오면 우리가 힘을 합쳐 후한 보답을 할 것이며, 혹시 불행하게도 산이나 숲에서 해를 당해 돌아오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가 그대의 처자를 힘껏 돌보리라.』

 사냥꾼의 간절한 부탁을 받은 그 사람은 신명(身命)을 바쳐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는 짐승을 찾아 길을 떠났다.

 오랫동안 험한 길을 돌아 다녔으나 찾는 짐승은 그림자도 구경하지 못한 채 몸은 여위고 힘이 빠졌다.
때는 한여름이라 뜨거운 모래길을 헤매다가 그만 쓰러졌다. 뜨거운 불볕으로 살갖은 타는 듯했고 목마름은 더욱 참기 힘들어 마침내 슬피 울면서 부르짖었다.

『누가 자비스런 마음으로 나를 가엾이 여겨 이 목숨을 구해 줄 것인가.』

 때에 멀리 떨어진 숲속에 한 마리의 들짐승이 살고 있었는데 이름을 거타(鋸陀)라 하였다. 온 몸의 털은 금빛이요, 털끝마다 광명이 빛났다. 거타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간절한 말을 듣고 못내 가엾이 여겨 숲속 찬 샘물에 자신의 몸을 담그었다가는 그 사람에게 달려가 그 를 싸안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사람이 기운을 조금 차리자 그를 데리고 숲속의 샘물로 갔다. 물을 먹이고 목욕을 시켜주었으며 과실을 주워다 그를 먹였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 자기 목숨을 구해 준 짐승이 바로 자기가 찾던 짐승임을 알게 되었다.

「이 이상한 짐승은 털빛이 금빛으로 환히 빛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임금이 꿈 속에서 보았다던 그것임에 틀림없구나. 아, 이 일을 어쩌나. 이 금빛 짐승이 나의 목숨을 구하여 주었으니 그 은혜가 얼마나 큰가.
하지만 저 짐승을 잡아가지 아니하면 사냥꾼과 그 종족의 목숨을 살릴 수가 없으니, 은혜를 알고도 갚지못하면서 오히려 해칠 마음을 내야만 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슬픔과 괴로움에 어쩌지 못하는 그 사람을 보고 거타가 물었다.

『왜, 그다지 슬퍼하십니까?』

 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토로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거타는 기쁜 낮으로 말하였다.

『그 일은 걱정 마십시오. 생각하면 나는 전생에 수없이 몸을 버렸지마는 일찌기 복을 짓기 위해 목숨을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제 내 몸가죽으로 해서 여러 사람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쁜일입니까.

 이제 나를 잡으려거든 가죽만 벗기고 목숨은 끊지 마십시오. 나는 이미 당신에게 몸을 맡겼으니 결코 회한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 사냥꾼은 천천히 거타의 목에서 가죽을 벗겼다.
 이 때 거타는 선 채 서원을 말하였다.

『지금 나는 내 몸을 바쳐 여러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 공덕 또한 일체 중생에게 베품으로써 위없는 바르고 참된 불도를 이루고 일체 중생을 생사의 고통에서 두루 건져 열반의 안락한 곳에 편히 살게 하여지이다.』

 이렇게 발원하자 3천 세계가 크게 진동하여, 하늘 궁전이 흔들려 편하지 않았다. 이에 하늘사람들이 놀라 그 까닭을 찾다가 보살이 자기 몸을 보시하는 거룩한 장면을 보고는 곧 꽃을 흩뿌리며 찬탄 공양하고 눈물을 흘리니 비처럼 내렸다.

 사냥꾼이 가죽을 벗겨 가지고 떠난 뒤 그대로 서 있는 거타의 살에서는 피가 흘러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또 팔만 마리의 파리와 개미떼가 몰려와 그 피와 살을 먹었다. 거타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곧 쓰러질 것만 같았으나 혹시 파리와 개미가 눌려 죽을까봐 고통을 참고 견디다가 그대로 죽고 말았다. 보살의 몸을 먹은 파리와 개미떼는 모두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나게 되었다.

 한편 사냥꾼은 벗긴 가죽을 가지고 돌아와서 브라흐마닷타왕에게 그것을 바쳤다. 왕은 그 진귀한 물건에 매우 기뻐하며 언제나 깔고 누워서 그 털의 곱고 부드러움을 좋아라 즐기었다.

  내면적 고통의 극적표현 

 그림을 보자. 나무 아래 한사람이 짐승의 몸에서 가죽을 벗겨내고 있고, 그 한 켠에 짐승 한 마리가 앞

키질석굴 제38굴 主室窟頂左部分鋸陀獸本生他

발을 곧게 세운 채 앉아 있는 정경이 그려져 있다. 가죽을 벗기는 사냥꾼의 얼굴 표정은 고통에 찬 모습이며, 손과 발의 자세가 매우 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사냥꾼의 내면적 고통을 이러한 몸짓으로 대신하여 더 극적인 표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편 거타라는 짐승의 표현도 역시 흥미롭다 하겠다. 즉 가죽이 벗겨지는 모습을 흰 부분과 푸른색을 칠한 부분으로 나누어 표현하고 있으며, 이로 미루어 볼 때 나무 오른쪽에 있는 윤곽선으로만 그린 짐승의 표현은 가죽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며 파리와 개미떼에게 살을 먹게 하는 장면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시간적으로 상이한 사건을 한 장면에 동시에 나타내는 표현의 어려움을 재치있게 처리하고 있다.
이같은 솜씨는 가죽을 벗기우는 거타의 자세가 머리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복부를 위로 향한 흐트러진 모습임에 비해, 가죽을 벗기우고 피와 살을 파리와 개미에게 먹게 하는 장면에서는 앞발을 곧게 세운 부동의 모습으로 표현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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