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 제3장 ‘행보리심 일으키기’는 상대적 보리심을 일으켜 실천함으로써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해탈시키겠다는 서원을 깊이 하는 장입니다. 보리심의 목적인 깨달음을 이루고 중생을 유익하게 하는 것, 이것이 지구별을 여행하는 대승보살의 목표입니다. 이는 『보살지지경』의 ‘보리심은 깨달음과 중생을 목표로 한다.’는 말씀과 닿아 있습니다. 문수보살이 설립하고 용수보살의 법맥을 따르는 샨티데바의 전통에서는 원願보리심을 완전한 붓다를 이루기 위한 사유로, 행行보리심은 실제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으로 봅니다. 또한 이 전통에서는 보리심을 일으키는 발심 과정을 전행前行, 정행正行, 후행後行으로 나누는 보살계 의식을 합니다. 제3장 1~4절까지는 공덕을 기뻐하는 수희지, 5~6절은 부처님께 법을 설해주실 것(권청법지)과 함께 이 땅에 머물러 주시기를 청하는(소청주세지) 염원을 노래합니다. 이는 보리심 수행의 전행前行으로, 앞서 살펴본 1~2장의 정례지, 공양지, 참회지와 함께 회향지를 더해 ‘칠지공양’이라 합니다. 이번 달에는 보리심을 위한 전행인 공덕수희에 대하여 사유하고, 그에 대한 실천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다음 달에는 3장 8~33절의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실천행의 여러 모습을 사유해보겠습니다.
聞 - 예경, 악업 내려놓기, 서원
모든 중생이 삼악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삼선취의 원인인 선업을 행하며 고통을 가진 중생들이 안락에 머물게 하는 공덕을 모두 기뻐하고 수희하나이다. 보리의 원인이 되는 선업을 쌓는 공덕을 기뻐하고 수희하나이다. 모든 중생이 윤회의 고통에서 반드시 벗어나게 하시니 함께 수희하나이다. 구제하는 분이신 부처님의 깨달음과 보살의 열 가지 경지에 대해서도 수희하나이다. 일체중생에게 안락을 주는 보리심을 일으킴으로써 얻는 바다 같은 공덕과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보살행에 대해 기뻐하고 수희하나이다.(3:1~4)
思
이번 장에서 샨티데바 스님께서는 기뻐하며 찬탄해야 하는 4종류의 공덕에 대해 알려주고 계십니다. 첫째는 행복을 가져오는 선업의 공덕입니다. 선업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즐거움과 평안함을 주는 원인으로 악업을 정화하고 해독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대반열반경』에서는 한 가지 선행으로도 많은 악업을 소멸한다고 했습니다. ‘마치 작은 금강저가 커다란 산을 가르듯이, 작은 불이 온 초원을 다 태우듯이, 소량의 독이 생명을 죽이듯이, 작은 선행이 큰 악업을 정화하기 때문에 선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선업은 열 가지 종류의, 나와 남을 유익하게 하는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선한 행위를 말합니다. 몸으로 나와 남을 유익하게 하는 선업은 살생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고 보살피고 양육하기, 주지 않은 것을 갖지 않고 타인과 나누기, 불건전한 성생활을 하지 않고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것입니다. 입으로 나와 남을 유익하게 하는 선업은 거칠고 험한 말,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 욕하고 비방하는 말, 이간질하고 꾸며대고 거짓말하는 것을 버리는 것입니다. 대신 바르고 온화하고 평화로운 말, 다른 사람을 살리고 용기를 주는 말, 시기적절한 칭찬의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과 뜻으로 나와 남을 유익하게 하는 선업은 집착과 탐욕을 절제하거나 내려놓고, 성냄과 분노의 해악을 알아차리고 벗어나기를 노력하는 것, 상호 연결된 인드라망의 관계를 인지하는 바른 견해로 친절과 자비의 매일을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보리심을 일으키는 보살은 이러한 열 가지 선업 공덕을 기뻐하고 수희합니다.
둘째는 깨달음을 가져오고 윤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불법의 공덕입니다. 보리의 원인이 되는 선업을 쌓는 공덕은 모든 이들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성제, 연기 등의 붓다의 가르침과 이를 사유하고 숙고하여 전해준 이들의 공덕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사성제는 고통이 사물의 존재방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연기는 사물과 세상의 존재방식에 대한 이치로 이것과 저것은 서로 관련되고 조건 지어져 있어 어느 것도 독립적으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줍니다. 사성제와 연기의 진리를 체득하기 위한 37가지 수행법은 깨달음을 가져오고 윤회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각 시대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풀어낸 스승들의 가르침은 우리를 윤회의 사슬에서 해방을 가져다주는 거룩한 불법입니다. 보리심을 일으키는 보살은 이들을 읽거나 듣고, 사유하고, 실천하고, 전하는 선업 공덕을 기뻐합니다.
셋째는 부처님의 깨달음과 보살의 열 가지 경지에 대해 기뻐하고 찬탄하는 것입니다. 보살의 열 가지 경지에 대해선 부처님의 전생 수행을 다룬 『마하바스투(대사)』에서 처음 등장한 후 『보살본업경』에서 대승보살의 수행단계인 십지十地사상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대품반야』의 반야십지, 『십지경』의 화엄십지, 유가행파에서는 『해심밀경』의 유가십지로 발전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십지十地는 화엄의 『십지경』에서 10가지 바라밀행법과 함께 설해진 것입니다. 제1 환희지보살은 보시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2 이구지보살의 단계에 이르고, 이구지보살은 지계바라밀을 통해 제3 발광지보살을 성취합니다. 발광지보살은 인욕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4 염혜지보살의 단계에 이르러 정진바라밀을 통해 제5 난승지보살 단계를 성취합니다. 난승지보살은 선정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6 현전지보살을 성취하고, 지혜바라밀수행을 통해 제7 원행지보살이 됩니다. 원행지보살은 방편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8 부동지보살의 단계를 성취하고, 다시 원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9 선혜지보살이 됩니다. 선혜지보살은 력바라밀 수행을 통해 제10 법운지보살의 단계를 성취하고 이후 근본지바라밀 수행을 통해 완성의 길이라 불리는 ‘불지佛地’에 이릅니다. 보리심을 일으키는 보살은 10가지 보살의 각각의 단계와 완성인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는 이들을 기뻐합니다.
넷째는 일체중생에게 안락을 주는 보리심을 일으킴으로써 얻는 바다 같은 공덕과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보살행에 대해 기뻐하고 수희하는 것입니다.
『대지도론』에서는 “다른 사람의 공덕을 보고 기뻐하면서 수희찬탄을 하면, 자신이 짓는 복보다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이 말씀은 제게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들이 공덕을 지을 조건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에도 다른 이들, 특히 불보살들이 지은 공덕을 기억하고, 기뻐하고 찬탄한다면 그 복을 함께 누릴 수 있어서입니다. 또한 기뻐한 공덕은 측량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는 『반야섭송』의 “수미산의 무게는 잴 수 있지만 선법을 수희한 공덕은 무엇으로도 잴 수 없다.”는 말씀도 위안이 됩니다. 이처럼 선법을 기뻐하는 수행은 비교할 수 없는 공덕이 됩니다. 『교방편경』에서도 “수희법이야말로 여러 붓다들이 중생을 조화롭게 교화시키는 큰 방편법문”으로, 다른 사람의 공덕과 선행을 기뻐하는 수행은 질투로 좁아진 마음과 아만我慢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의 공덕과 선행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해줍니다.
修
우리는 가깝거나 먼 누군가의 선한 행동을 보거나, 선한 말을 들을 때 얼마나 기뻐하고 찬탄할까요? 부러움과 질투로 누군가를 비판하고 폄하하는 대신, 그가 가진 능력과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는 수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또 인색한 마음 없이 흔쾌한 마음으로 누군가 이익을 얻도록 가진 것을 나누고, 이를 기뻐하면 어떨까요? 아마 환희지의 맛을 조금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매일 한 번 이상 누군가의 선행(10선업)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찬탄하기, 매일 한 번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남모르는 선행하기, 매일 한 번 이상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기뻐하기 등의 실천을 함께 해보시길 초대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중앙승가대학교에서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불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움직이는 법당, 춤추는 절을 꿈꾸며, 소마명상여행을 이끌고 있다. 또한 종교를 초월해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화의료(암)병동에서 매주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한 영적 돌봄 봉사를 하고 있다. 박사논문으로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프로그램 개발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