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층암 야생차
객스님이 계셨다.
인근 선원에서 정진 중인 눈이 맑은 수좌다.
옆으로 비켜 앉으며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내준다.
구층암 덕제 스님이 내려준 차 맛은 달았다. 발효차다.
입안에 단맛이 감돌았다.
네 명이 둘러앉아 선방의 수행풍경을 이야기했다.
그 사이 찻잔은 몇 차례를 비우면서 네 사람의 낯섦도 사라졌다.
지리산 구층암 뒷산은 온통 야생 차밭이다.
찻잎을 따는 70대 노보살님은 10대부터 이곳에서 찻잎을 따왔다고 했다.
차밭에서 따온 찻잎을 섭씨 350도에서 400도 사이로 달궈진 가마솥에 붓는다.
따다닥 따다닥. 첫 덖는 소리는 마치 소낙비 오는 소리처럼 들린다.
장갑 네 겹을 낀 양손은 찻잎이 골고루 덖어지도록 솥 위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불의 기운을 머금는 이 과정이 차의 맛을 결정한다.
이제 덖어진 찻잎을 밀가루 반죽하듯 비빈다.
이 덖음과 비빔과 말림의 과정을 반복하며 야생 찻잎은 물과 만나게 된다.
찻잎, 불, 물. 이 세 요소가 어울리며 다양한 차 맛이 일어난다.
덕제 스님은 “차는 건강에 좋으니, 격식 따지지 말고,
컵에 찻잎 넣어서 후후 불어 마시면 된다”고 했다.
편하게 마시라는 뜻이다.
또 다른 객스님이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