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건·보물 9건 등 총 265점 선봬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열린 화엄(華嚴)을 돌에 새긴 ‘화엄석경(華嚴石經, 보물 제1040호)’이 서울에 온다.
‘화엄석경’이 오를 무대는 불교중앙박물관(관장 탄탄 스님)에서 마련한 ‘화장華藏 지리산 대화엄사(9월 14일~11월 14일)’ 특별전이다. 4번째 교구본사 특별전으로 이번엔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를 주제로 지리산 권역 전라남도 사찰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들을 초청했다. 국보 2건, 보물 9건, 유형문화재 2건을 포함해 총 140건 265점의 문화유산이 전시될 예정이다.
화엄사는 화엄종주(華嚴宗主)인 의상(義湘, 625~702) 스님이 화엄의 가르침을 폈다는 화엄십찰(華嚴十刹) 가운데 한 곳이다. 증거는 뭘까. ‘화엄석경’이다. 1만 4,000여 점이 넘는 조각편으로 전해오는 ‘화엄석경’은 화엄사가 오래전부터 화엄 사상을 선양했음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보물이자 성보다. 우리나라에서 경전을 돌에 새긴 사례는 경주 창림사지와 칠불암, 서울 영구사지에만 전할 만큼 귀한 문화재다. 『화엄경』을 돌에 새긴 현전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뛰어나며, 사격(寺格, 절의 자격이나 등급)도 증명한다.
화엄사는 544년(백제 성왕 22년) 인도의 스님 연기 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1,500여 년 역사를 이어온 천년 고찰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화엄석경’ 외에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 각황전은 물론 가장 큰 목조 불상 삼세칠존불상, 세계 최대의 석등, 독창적인 사사자삼층석탑, 웅장하지만 단아한 대웅전, 독창적인 도상의 국보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등등. 특히 ‘화엄석경’을 비롯해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화장 편액 등 우리나라 화엄 사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시가 화엄인 이유다.
전시에서는 ‘화엄석경’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의 복장 유물, 화엄사 대웅전 비로자나삼신불회도, 화엄사 서오층석탑과 동오층석탑의 사리장엄구, 벽암각성 대사의 가사 등이 대중을 기다린다. 또 화엄사 불전에 공양구로 사용했던 우리나라 대표적 도자기인 ‘백자홍치2년명송죽문항아리(국보)’도 전시에서 선보인다. 화엄사 대웅전 비로자나삼신불회도(보물)는 4.4m의 대형 후불탱화 3점으로 구성된 화엄사 대웅전 비로자나삼신불회도(보물)는 3회에 걸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 공개될 예정이다.
근현대 화엄사에서 수행하고 정진한 스님들의 모습도 가늠해볼 수 있다. 사실 화엄사는 부용영관(芙蓉靈觀, 1485-1571), 부휴선수(浮休善修, 1543-1615), 벽암각성(碧巖覺性, 1575-1660) 스님으로 이어지는 선맥과 강맥 그리고 염불수행으로 우리나라 불교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방 후 1954년에는 불교정화운동을 계기로 동헌태현(東軒太玄, 1896-1983) 스님의 문도가 정착하면서 화엄문도(華嚴門徒)가 시작됐다. 동헌 스님의 상좌이자 근현대 화엄사의 중흥조로 평가받는 두 스님이 바로 이산도광(离山導光, 1922-1984) 대종사와 도천도천(道天道川, 1922-2011) 대종사다. 전시에서 두 스님의 가사와 장삼 등 유품이 공개된다.
이밖에 지리산 권역 화엄사 말사의 아름다운 불교 문화유산도 이번 전시에 오른다. 화엄사 주요 말사인 구례 천은사, 여수 흥국사, 곡성 태안사, 곡선 서산사, 순천 동화사의 문화유산도 함께 전시된다. 태안사에 전해오고 있는 대바라(보물)에서 조선 시대 불교의식의 장엄함을 상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