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佛. 불광미디어가 일상 속 당신이 알아두면 좋은 백 가지 불교(佛敎) 용어를 소개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아비규환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하이틴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 인데요,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학교에 갇힌 아비규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학생들 이야기입니다. “죽기 싫다, 죽이고 싶지 않다”가 카피인데요, 어떻게든 친구들과 함께 살려는 굳은 의지와 좀비로 변한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마음이 ‘지우학’을 관통하는 서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비규환은 무슨 뜻이며 어디에서 유래한 용어일까요? 아비규환은 참혹한 고통에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을 지옥의 고통에 비유한 용어입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은 불교의 아비지옥(阿鼻地獄)과 규환지옥(叫喚地獄)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의 줄임말 혹은 합성어(아비+규환) 정도로 봐도 좋습니다. 문화재전문위원 현주 스님이 쓴 글(월간 「불광」 통권 568호 ‘지옥은 어떤 곳인가?’ )을 보면, ‘아비(阿鼻)’는 고대 인도의 표준문장어 산스크리트 ‘아비치(Avīci)’를 음사(音寫, 소리를 베껴 옮김)한 말로 ‘간격이 없다[無間]’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도 합니다.
아비 또는 무간은 ‘간격이 없다’라는 뜻이고, 규환(叫喚)은 ‘울부짖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아비규환을 곧이곧대로 뜻만 풀이하면 ‘(끝없는 고통으로) 간격 없는 울부짖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지옥(=나락)은 지난 일당백佛 1편(넷플릭스 지옥? 사실은 나락)에서 소개했으니 말을 줄입니다. 그러니까 아비규환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겹쳐 놓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을 비유한 표현이라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옥에는 아주 뜨거운 8개의 지옥[팔열지옥(八熱地獄)]과 아주 차가운 8개의 지옥[팔한지옥(八寒地獄)]이 있습니다.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은 팔열지옥에 속한 지옥입니다. 1번부터 8번까지 차례로 뜨거워진다고 이해할 때 7번째 팔열지옥은 규환지옥, 맨 마지막인 8번째 지옥이 아비지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비규환 속에 놓인 ‘지우학’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길을 찾아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바꿔서 질문할게요. 이런 아비지옥이나 규환지옥에 떨어진 이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요?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이 이런 아비지옥이나 규환지옥에 떨어진 이들을 구제한다고 합니다. 『지장 신앙의 성립과 고려불화 지장보살도』를 쓴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의 글(월간 「불광」 통권 568호 ‘무불시대의 교주, 지장보살’ )을 보면, 절대적인 사면권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죄인의 착함을 부각해서 뉘우치게 하고, 이로써 재판관인 염라대왕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으로 변호를 합니다. 자현 스님 표현을 빌려 거창하게 말하자면 “지장이 변호하면 구제된다”입니다. 쉽게 말해 지장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 ‘저승세계의 변호인’입니다.
참고
월간 「불광」 통권 568호 ‘지옥세계의 변호인, 지장’
『불교에서 유래한 상용어 지명 사전』
『이판사판 야단법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