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시설인 ‘서울시립 승화원’(고양시 벽제) 한쪽에 무연고자를 위한 빈소가 따로 있다. 이곳은 가족이 없거나 인연 있는 분들이 인수를 거부한 고인을 모신 곳이다.
이성주(65·법명 상영), 장희자(60·법명 본자연) 포교사가 소속된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염불포교팀’은 매주 토요일, 일요일 이곳에서 염불 기도를 한다. 찬기가 다가오는 요즘 같으면 하루에 두 번 할 때도 있다. 기도를 마치면 위패를 직접 들고 화장장으로 옮겨 그날 소임을 다한다.
염불포교팀에 소속된 포교사는 18명. 나이가 80 넘는 분도 있다. 승화원 무연고 빈소가 정례적인 염불 봉사지만, 누구나 요청하면 그날로 어느 장례식장이라도 방문한다. 안택 기도, 사업번창 기도도 있지만, 아무래도 임종 및 장례 염불이 많다. 이들의 가방은 묵직하다. 언제 어디라도 갈 수 있게 ‘목탁’, ‘요령’, ‘의식집’, ‘포교사 단복’을 지닌다.
장례는 기약이 없기에 요청이 오면 급히 소통해 팀을 이뤄 방문한다. 모두 직장이 있거나 사업을 하기에 저녁에 주로 이뤄진다. 주말과 저녁은 약속을 따로 잡지 않을 정도다. 인터뷰가 있는 날도 3곳을 방문해야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활동이 중단되지 않았다. 장희자 포교사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마스크를 두 개씩 끼고 염불했습니다. 진짜, 눈물겹게 했습니다”라고 한다.
“입관할 때, 염불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저녁에 기도를 마치고, ‘내일 스님이 오시냐?’고 여쭙고 없으면 저희가 가기도 하죠. 여건이 되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도 있죠. 가끔 2~3년 뒤를 예약하는 경우도 있어요. 정확한 시간을 확정하기는 어렵겠죠?”(이성주)
이성주 포교사는 30대 초, 각성 스님 밑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포교사가 되기 전, 집전과 의례 교육도 받았다고. 어느 날, 포교를 열심히 하는 분이 있어 “나이 들어서도 부처님 법을 알리는 방법이 있냐?” 물으니 “포교사가 돼라” 하셨다고.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이수하고, 불교대학을 졸업해 2009년부터 포교사 활동을 했다. 현재 서울지역단 부단장이다.
장희자 포교사는 스물다섯에 봉은사에서 신행 생활을 시작해,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부터 포교사 활동을 했다. 작년에 안양시장으로부터 봉사상을 받았다고. 지금은 이성주 포교사에게 “충성하고 있다”며 웃는다. 현재 서울지역단 직할 총괄팀장이다.
두 명의 포교사가 중점을 두는 일이 ‘포교사 의례 교육’이다. 포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에 합격하면 ‘예비 포교사’가 된다. 이후 각 팀에 소속해 활동하고 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최종 합격하면 ‘포교사 품수’를 받는다. 군부대나 교도소에서 활동하면 의식집전을 포교사가 하기에, 의례 교육은 포교사 활동의 기본 소양이 된다고.
“이렇게 찬바람이 불면 거리에 계신 분들이 걱정돼요. 주말에 하는 무연고자 염불을 하루에 두 번씩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삶을 사셨을 텐데, 가시는 길만이라도 소중하게 보내드리고 싶어요.”(장희자)
두 명에게 주말도 없이 활동하는 ‘사명감’, 혹은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 물었다. 장희자 포교사는 “저절로 가게 돼요. 염불 봉사를 하면 에너지가 생겨요.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다. 이성주 포교사는 “그냥 하는 거죠. 평생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나이가 더 들어도 할 수 있잖아요? 염불 자체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포교에 제일 지름길인 듯합니다”라고 짧게 말을 맺는다. 염불의 가장 큰 공덕은 ‘건강’이라고. 두 명 모두 실제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