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전통 사찰에 들어갈 때, 일주문을 지나면 눈을 부릅뜨고 ‘너 여기 왜 왔니?’ 하면서 지켜보는 신중(神衆)이 있다. 금강문의 ‘금강역사’가, 천왕문의 ‘사천왕’이 그들이다. 그 문을 지나야 부처님이 계신 법당에 다다른다. 이분들이 문밖에 있었다면 잘 구분되지 않았을 것이다. 금강역사와 사천왕은 역할도 비슷하다. 사찰을 지키고, 탑 속에 모셔진 사리를 보호하고, 불법을 호위한다. 가장 큰 차이는 금강역사는 두 명, 사천왕은 네 명이라는 점이다. 또한 금강역사는 대부분 상의를 벗은 근육질의 보디빌더이고, 사천왕은 갑옷을 입은 장군상이다. 또 하나를 굳이 들자면, 사천왕은 천계(天界)에 있었던 분이다.
사찰에 일주문이 세워지기 전, 가장 바깥에서 도량을 수호하던 분이 금강역사다. 경주 석굴암 입구에 금강역사가 모셔졌고, 중국의 수많은 석굴사원을 지키는 분도 금강역사였다. 불법을 수호하는 수많은 신중이 있지만, 금강역사는 옛날부터 최전선에 있었다.
금강역사의 모습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를 닮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학자들은 금강역사상의 출발을 간다라 지역으로 본다. 간다라에서 지금의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금강역사는 한 분에서 두 분으로, 외관도 근육질의 모습으로 바뀐다. 이름도 집금강(執金剛), 예적금강(穢跡金剛) 등으로 다양하다. 헤라클레스의 모습으로 사찰을 호위하는 금강역사를 보러 사찰로, 탑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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