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위앙종을 이끄는 영화 스님이 한국 불자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다. 분당 수내역 근처 보라선원에서 스님을 만났다. 상가건물에 있는 선원에 들어서자 ‘스님들이 거주하기에는 꽤 힘든 곳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베트남 출신의 영화 스님은 미국에서 꽤 큰 기업의 경영자로 있었으나 선화상인(宣化上人)을 만나 출가했다. ‘내 첫사랑은 선(禪)이다’ 할 만큼 선 수행을 했지만, 정토 법문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스승인 선화상인의 염불 수행과 정토 법문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다.
영화 스님의 말은 직설적이다.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다. 그리고 효용성을 강조한다. 정토 염불이든, 선 수행이든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자로 출발해 지금은 수행자가 된 인연일까, 아니면 미국식 실용주의의 표현일까? 이 질문이 인터뷰의 중심 주제였다.
극락왕생(極樂往生)
_________Q 스님은 “염불을 진심으로 하면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그럴까요?
_________A 제 스승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선사이신 영명연수(永明延壽) 스님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분은 선으로 출발해 깨달음을 얻었는데 정토도 가르쳤습니다. 중국에서는 아미타부처님의 화신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누구든 염불하면 정토에 왕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조사 스님들의 말씀이기에 저는 그 말을 믿고 반복할 뿐입니다.
염불 수행을 하면 분명히 정토에 왕생할 수 있습니다. 이생에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미래에는 분명합니다.
_________Q 확실합니까?
_________A 나는 그렇게 믿어요.
_________Q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종교를 믿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임종 시 아미타부처님께서 오셔서 맞이해 준다고 합니다. 죽음을 눈앞에서
맞이할 때 두렵지 않을까요?
_________A 왕생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격이 있어야 해요. 염불삼매를 체험하면 아미타부처님이 오셔서 임종 시 맞이할 겁니다. 그것이 정토로 들어가는 문이죠. 염불삼매를 얻지 못한다면, 이생의 끝에 왕생을 얻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아미타부처님은 “내 명호를 염하는 중생을 반드시 극락세계에 맞아들여 장래에 성불케 하리라”는 서원을 세우셨잖아요? 염불삼매를 얻지 못한 사람도 ‘염불을 했다’라는 그 사실 때문에 미래 생에는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죽음 이후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분이 제 스승입니다.
_________Q 삼매(三昧)를 얻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_________A 삼매는 불교 수행에 필수 요소이고 제자들의 성취 단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 요소입니다. 지혜의 힘도 있지만, 삼매의 힘도 아주 큽니다. 삼매는 집중의 상태입니다. 삼매에 들어가면 바깥에서 오는 장애에 방해를 덜 받습니다. 소리, 냄새 등 여러 가지 외적 요인들이 방해하지 않습니다.
선화상인의 제자 중 수학자인데 선정 수행의 높은 단계에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수학의 난제를 해결하는 논문을 쓰는데, 다 쓰고 나니 17시간이 지났음을 알았어요. 배고픔과 목마름도 느끼지 못한 거죠.
선 수행할 때는 가만히 앉아 있죠. 움직임이 없는 정적 삼매입니다. 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거죠. 그리고 일상의 삼매는 동적 삼매입니다. 삼매는 일상에서도 가능하고, 아주 중요합니다.
믿음, 이익과 복(福)
_________Q 수행을 하면 믿음도 성장하지만, ‘이 길이 맞나?’ 하는 의심과 번민도 따릅니다. 선지식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시는데, 의심이 일어나지 않았나요?
_________A 무엇을 의심하는 것은 건강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저도 스승을 만났을 때 의심이 일어났죠. 그런데 신심(信心)이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듯 의심도 나의 것이에요.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의 이야기인가’입니다. 가르침을 전해주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 가르침이 ‘내 귀에 들리는가’입니다. 그 가르침에 동의해야죠.
마지막으로 ‘감응’이 있어야 합니다. 스승의 가르침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가르침도 있었습니다. 스승은 저에게 “자기를 정당화하지 마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사람이 나를 오해했다고 칩시다. 그럴 때 스승은 ‘나를 정당화하지 마라’라고 했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었지만 어느 순간 감응하게 됐죠.
감응은 그것을 실행했을 때 유익한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혜의 가르침인 것이죠. 가르침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도 이야기하고 이치로도 옳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에게 작동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국식 불교 전통입니다. 정토를 배우고, 선을 배우고자 하면 먼저 선지식을 찾아야 합니다. 강한(strong) 불교가 되고자 하면, 감응과 이러한 전통이 있어야 해요.
_________Q 수행의 이익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깨달음이라는 큰 이익도 있지만, 건강과 복 같은 세속적 이익과 현실에서의 혜택을 말씀하기도 합니다.
_________A 처음에는 이런 이익을 설명하는 것을 피했습니다. 선 수행은 고귀한 것인데,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잖아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18년을 이야기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반복되고, 제자들이 지루해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세속적인 이익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의 문제를 듣고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사람은 우울해서, 어떤 사람은 건강에 문제가 있어 옵니다. 일상적인 문제를 가지고 오는 거죠. ‘선 수행이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겁니다. 선은 그들의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에요. 선은 일상의 문제에도 아주 실용적일 수 있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줍니다.
선의 가르침을 이치로 이야기하고 심오한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의 일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득이 없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에 관심을 보일까요?
짧은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시도했다. 영화 스님의 위앙종은 불칠(佛七)과 선칠(禪七)과 같은 독특한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기본은 결가부좌 자세다. 입문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요구한다.
_________Q 결가부좌를 어려워해 절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없나요?
_________A 엄청 많아요. 너무 많아요.(웃음) 결가부좌를 강조하는 것은 이유가 있어요. 결가부좌의 효능이 분명하고, 높은 단계로 이끌고 빨리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절이 너무 작아서 훈련을 따라올 만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에 그렇게만 갈 수 없어요. 결가부좌 못해도 오셔도 됩니다.(웃음)
_________Q 스님은 대승(大乘)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소승(小乘)’이란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스님은 대승·소승이라는 구분을 분명히 합니다.
_________A 사람이 많지 않아 그런 표현이 아직은 괜찮아요. 제가 더 유명해지고, 더 많은 신도가 생기면 걱정도 되겠지만 아직은 괜찮아요.(웃음)
제가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뿐입니다. 내가 믿는 것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면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저는 대승의 가르침을 믿고 말할 뿐입니다. 이야기하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면 제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고, 그분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이 되는 거잖아요? 유명해지길 원한다면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 부담스러운 질문도 에둘러가지 않는다. 형식은 온화하지만, 내용은 직설적이다.
한국불교에 대한 인상
_________Q 한국에 몇 번 오셨는데, 인상은 어떤가요?
_________A 한국에 몇 번 왔습니다. 5년 전 처음 왔을 때는 사실 큰 인상이 없었어요. 여행 혹은 휴가를 온 기분이었죠. 그렇지만 재밌었습니다. 두 번째 왔을 때 누가 절을 세우자고 했습니다.
“그거 아주 쉬운 일이야, 아무 문제 없어(No problem). 제자 한 명 보내 줄게” 했죠. 현안 스님이 그래서 왔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법문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방문해서 좋은 인상을 갖게됐습니다. 한국불교가 강하고(strong) 안정적이라는 걸 느꼈죠. 중국에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한국불교가 아시아 불교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훌륭한 스님도 뵈었습니다.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전통도 봤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저 밖에 있습니다. 한국 불제자들은 재능이 많습니다. 저렇게 인재가 많은데, 어째서 한두 명만 가르칩니까. (스님들에게만 전해지는 방식을 의미하는 듯하다. 글쓴이 주) 한국의 불제자들은 우리와 함께 수행해서 아주 높은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정말로 재능이 많습니다.
_________Q 보라선원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_________A 종교가 전체적으로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도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의 불교는 매우 강하지만 변화가 필요합니다. 젊은 친구들은 가진 것이 없기에 절에 기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외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가난했기 때문에 그런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웃음) 여기에는 젊은 친구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 특히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한국 불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며칠 후 스님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사진. 유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