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빛의 반사와 밀접하다. 같은 유리라도 빛이 흡수되면 유리창이 되고, 반사되면 유리거울이 되는 원리다. 자기 모습을 유리에 비출 때 빛의 반사율이 높으면 자기 모습이 선명해지고, 반사율이 낮으면 자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유리 너머의 풍경이 보인다.
따라서 유리를 거울로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반사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유리는 몇천 년 전에 발견됐지만, 12세기 이르러서야 유리거울의 등장이 가능했던 이유다. 지금은 은이나 알루미늄을 유리 뒷면에 합금해 반사율을 높인다.
흑요석, 청동, 유리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거울은 기원전 6000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흑요석 거울이다.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에서 발견됐다. 흑요석이라는 돌의 한 면을 반반히 갈아 거울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가장 많이 사용된 거울은 청동거울이다.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구리로 거울을 제작했고,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사용했다.
지금의 거울은 얼굴을 볼 때 주로 사용하는 소품이었지만, 청동거울은 이전까지는 제사용, 의례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의례용 거울은 한 면을 반반하게 갈아 거울의 기능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반대 면에는 세밀한 조각을 했다.
지금은 흔한 유리거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유럽 중세시대에 이르러서다. 유리 표면을 매끄럽고 균질하게 하는 기술, 유리 뒷면에 금속을 합금해 빛의 반사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리거울이 사람들에게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가 돼서야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이쁘니’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경대(鏡臺)
우리나라에 유리거울이 들어온 시기는 17세기 전후 러시아를 통해서다. 서양경(西洋鏡), 양경(洋鏡), 파리경(玻璃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18~19세기 일본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본을 통해 많이 들어왔다. 이때부터 요즘처럼 일상에서 거울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응접실에 큰 거울을 놓거나, 경대(鏡臺)를 마련해 화장용품으로 사용했다.
기이한 거울
거울의 영문 이름 mirror는 ‘기적, 불가사의함’을 뜻하는 miracle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름에서 보듯이 거울은 단순한 거울이 아니었다. 또 반사경을 뜻하는 speculum은 ‘사색하다’, 혹은 ‘숙고하다’는 뜻의 speculate와 관계가 있다. 거울의 등장은 출발부터 반성적 사유와 긴밀히 연결돼 있었던 것이다.
● 참고문헌
박진경, 「조선 후기 유리거울의 수입과 공예품의 특징」, 『헤리티지; 역사와 과학』, vol 52, 2019
이광, 「거울이라는 수수께끼」, 『과학과 기술』 제39권 제11호,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