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대화엄사] “음식 속에서 수행이 함께 익어갔으면”-이경진 공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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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대화엄사] “음식 속에서 수행이 함께 익어갔으면”-이경진 공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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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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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그린 빛의 세상, 지리산 대화엄사] 화엄을 일구는 사람들 ➍ 이경진 공양주
이경진 공양주

“자연에서 오는 여러 가지 재료를 존중해 사찰음식 속에서 미소를 머금고 꽃 피우게 하는 것, 또 그 속에 그리운 어머니의 향기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죠.” 

자연이 주는 제철 재료 본연의 성분과 향기를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 내 몸이 편안히 받아들이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내는 것. 화엄사 공양주 이경진(법명 마하연) 씨의 사찰음식 철학이다.

“만족스러운 한 상을 먹게 돼 인상 깊었다”, “화엄사 음식이 최상임을 느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이런 후기들은 40여 년을 사찰음식에 매진하고, 그중 20여 년을 화엄사 공양주로 있었던 그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구례 속 화엄사

40대 초반, 수행의 길을 가고자 공양간을 수행처로 택했다. 선지식을 가까이서 보는 공양주 생활을 하면 공부의 지름길이 될 것 같았다. 세간의 살림살이를 다 정리하고 혜국 스님과 인연이 돼 제주 남국선원에서 첫 공양간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각화사에서 스님들과 함께 가행정진하며 공양주 소임을 이어갔다. 전라도가 고향이었던 이경진 씨는 한 스님의 권유로 구례 화엄사로 오게 됐다. 

“남국선원이나 각화사는 조용해요. 그런데 화엄사는 음악회, 전야제 등 축제가 많아요. 그전에 소수의 수좌 스님들과 있을 땐 제가 공부가 된 것처럼 착각하고 그랬는데, 여기 본사에서 번잡한 대중생활을 하다 보니까, 제 공부 살림살이가 다 드러나더라고요. 번잡한 이놈을 바라보고 마음챙김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수행으로 생각해서 가능한 일이죠.”

행사 때는 화엄사 ‘선다회’ 봉사자 7~8명이 한 팀이 돼 1,000인분 넘게 준비한다. 평상시에도 150인분은 거뜬히 준비한다. 삼시 세끼 공양뿐만이 아니다. 2020년 여름, 구례에 최악의 홍수 피해가 났을 땐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하루 600인분의 짜장밥, 도시락을 제공했다. 동지에는 구례군 경로당과 군부대, 관공서에 팥죽을 몇천 그릇씩 보낸다. 불우이웃을 위한 김장 나눔, 찾아가는 산사의 밥상 등 지역사회와 음식으로 상생하고 협력하는 곳에는 언제나 화엄사가 있었다. 

“구례 속에 우리 화엄사가 있잖아요. 교구장 덕문 스님께서 지역사회를 위해서 상생하고 협력하는 활동을 많이 하셔요. 어려움이 있을 때는 절 따로 절 밖 따로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안고 가는 거죠. 그런 활동이 하도 많아서 다 기억이 안 날 정도네요(웃음). 물론 힘들긴 하지만, 참 보람돼요.” 

 

화엄사 ‘산사의 밥상’

이경진 씨는 2020년 공양간 옆에 들어선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매년 두 차례씩 ‘산사의 밥상’ 강좌를 진행한다. 수강생은 사찰음식을 배우고 싶은 이들은 물론, 한식 명인과 한정식집 대표 등 이미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사람들이다.

“수행 정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자연의 재료를 쭉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기서 어느 순간 레시피가 찰나로 딱 떠오르면서 음식으로 발현돼요. 자연 재료를 가지고 절기에 따라 날씨에 따라 즉흥적으로 떠올리는 저의 레시피를 수강생들이 생소해하면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이세요.”

공양주 소임은 새벽 3시부터 시작돼 저녁 6시 정도에 끝이 난다. 중간중간 화엄사에 찾아오는 외부 손님들을 위한 다식(茶食) 준비도 이경진 씨의 몫이다. 공양주로서의 바쁜 살림 가운데, 시간 나면 산속 토굴에 들어가 수행한다. 장을 보러 시장에 갈 때가 아니면, 특별히 산문 출입도 하지 않는다. 

“음식 따로 수행 따로가 아니라, 음식 속에서 수행이 함께 익어갔으면 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혼자 산마루에 올라 바람결을 솔솔 맞으면서, 옛날에 불을 때서 밥 지어 된장에 깻잎 하나 올려 먹던, 그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소박한 밥상을 내 마음 앞에 차려서 한번 내놓고 싶어요.” 

 

화엄사 사찰음식체험관 ‘산사의 밥상’

이경진(공양주·마하연) 씨가 30여 가지의 사찰음식을 강의한다(총 10강). 자연의 여러 재료를 사용해 조화롭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담아내는 ‘요리 수행’을 체험할 수 있다.

● 모집기간: 봄학기 2~3월, 가을학기 8~9월 사이 진행
● 모집인원: 45~50명(선착순)
● 문의: 010-3639-9662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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