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건강에 대한 기사가 신문이나 잡지 또는 TV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대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강정식이다, 자연식, 헬스클럽, 에어로빅댄스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이러한 논의들이 진정한 의미의 건강이란 무엇인가를 계몽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지난해 늦여름에 고등보통학교를 같이 입학한 입학동기생이 입학 50주년을 맞아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대략 우리 동기생들은 3분의 2 이상이 세상을 뜨고 없다. 그 날도 몸이 불편해서 못 나온 친구, 이민 간 친구, 사정이 있어 못 나온 친구 등 몇 사람을 빼놓고 다 모인 셈인데 30명 가까이 된 것 같다. 입학 당시의 인원은 100명이 넘었었으니까 7분의 1이 모인 셈이다.
그날 모인 친구들은 다 건강상태가 좋은 친구들이다. 그 중에 어떤 친구는 10여년 전에 뇌일혈로 쓰러져서 병석에 누웠다가 몇 년만에 지팡이를 짚고 바깥 출입을 했었는데 그 날은 지팡이도 없이 아주 건강이 좋아 보였다. 결국 건강이 좋은 친구들은 활동적이고 마음이 편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골프를 자주 하는 친구, 반신불수였던 친구는 낚시와 산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몸이 약한 친구가 한 두 명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은 실직 상태가 오래 가고, 집에서 손자나 보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환경이 아니고 별로 운동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다.
나 자신의 경우를 보면 30대, 40대, 50대 중반까지는 몸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 7, 8년 전에 어떤 후배가 나이 많으면 운동부족이 되니, 자기도 1년 전에 시작했으니 골프를 같이 하자고 해서 골프를 시작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 그동안 운동부족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때는 종일 환자를 앉아서 보고 있다가 저녁에는 한문 공부한다고 강습소에 나가고 9시에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곤 하였는데 어떤 때에는 2층에 올라가는 데에도 숨이 가쁠 정도였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어지러울 때도 있고, 잔디의 잡초를 뽑느라고 몇 분간 앉아 있으면 허리가 빠개지는 것 같이 아픈 때도 있었다.
제자들과 가끔 등산도 하고, 아침에 산보도 하고, 집에 있는 역기도 들고, 앉아서 하는 운동, 방에서 타는 자전거, 엎드려 팔 뻗치기, 마당에 줄을 매어 놓고 플라스틱 공을 달아 골프채로 친다. 이렇게 죽 나열하면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다 TV에서 하는 체조를 여름에는 거의 매일 한다.
요즘은 일이 밀리고 날씨가 추워서 방안에서 하는 자전거는 환자를 돌보고 중간에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2~3분씩 타고 또 시간이 조금 있으면 엎드려 뻗치기 100번 정도 하고, 팔 다리를 흔들고, 퇴계 선생이 늘 했다는 앉아서 양 손등으로 허리를 문지르는 운동을 몇 백 번 한다. 이 운동은 혈액순환이 잘 되고 피로회복이 된다. 마당에서 골프채를 흔드는 것은 해가 짧고 추워서 시간이 있을 때만 한다. 요새는 운동이 부족한 기미가 있다.
50이 훨씬 넘어서 하루에 잠깐 하는 운동으로도 근육이 발달하고 체격이 달라지는 것이 스스로 놀라웠는데 20대 30대에 같은 대학에 있던 사람이 30년만에 만나고서 첫 마디가 폼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폼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사람은 옛날에는 80노인이 걸리던 동맥경화증이 미국에서는 이미 10대에 시작이 된다, 이것은 식사와 운동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서양 의학의 최첨단은 옛날에 우리의 전통에서 내려오는 동양의학이나 사상에서 말해 오던 것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옛날 서양의학에서는 신체적인 건강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사이는 정신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다. 지금 서양의학에서는 병은 생활방식, 성격, 마음 가짐과 먹는 것, 스트레스에 좌우된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병이라는 것이 유전병 이외에는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몸이 다치거나 아니면 성인병들인데 정신이 건강하면 자기 몸을 잘 알아서 혹사를 하지 않고 잘 다스리고, 마음이 편하면 병균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는 것이 물질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암이나 심장병 치료도 먹는 것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치료를 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알기 쉬운 경우를 보면 옛날에 불교계에 몸담고 있는 분이 우울증으로 내게 정신치료를 받은 일이 있는데 정신치료를 받고서는 평생 일년 내내 오뉴월에도 걸리던 감기가 딱 떨어졌다고 했었다. 다른 환자들도 그런 보고를 하는 사람이 많다. 감기가 잘 걸리는 사람은 첫째로 감기가 걸리지 않게 몸을 잘 다스리지 않기 때문이다. 추운데 맨발로 다닌다든지, 옷을 챙겨 입지 않는다든지, 감기가 걸려서도 빨리 고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신 건강의 문제이고 성격이고 마음가짐의 문제다.
내 경우에도 감기가 가볍게 들었다가 나가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 20년 전 일이다. 5 · 16혁명 직후의 혼란기에 학교문제를 바로 잡으려다가 거꾸로 감옥에 갇힌 일이 있는데 이 때에 회사 책임자로 있어 감옥에 부정축재 죄목으로 잠깐 갇힌 생활을 한 그때 70대 초의 모사장을 출감 후 길에서 만났다. 그 분의 집이 우리 집 근처라 잠이 안 온다고 한 번 진찰을 받으러 오겠다고 하더니 한 달 후에 나타났다.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물었더니 큰 집에 장성한 딸과 둘이 살고 있는데 별 취미도 없고 회사를 은퇴하고 한 달에 한 번 모대학의 이사회에 나갈 뿐이고 특별히 할 일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도 없고, 취미도 없고, 대화의 상대도 없으니 병이 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면서 생활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을 해주고 다시 또 필요하면 오라고 일러 두었다. 그 후 소식이 없다가 3~4달 후에 길에서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는가 하고 물었더니 요새는 잠도 잘 자고 아무 일이 없다면서 아침을 먹고 나서는 친구를 찾아가서 점심은 꼭 친구와 같이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는 딸과 식사를 하고 지낸다고 한다.
옛날에는 몸이 아프거나 다치면 수양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평소에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 인용된 글에도 마음을 다스림으로서 미리 병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옛날의 신성한 의사였는데 오늘날의 의자(醫者)는 병 난 뒤에 약이나 침을 놓으니 이것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라는 귀절이 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집착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 집착한 나머지 음식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지나친 운동을 해서 병을 얻거나 마음을 다스린다고 지나치게 수도에 집착을 하는 것도 정신의 불건강이다. 모든 것을 하고 나서 기분 좋을 정도로 알맞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이다.
운동도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 노폐물이 없어지게 땀이 날 정도로 걸음을 걷는 것과 몸의 각 부분을 골고루 움직이는 체조면 충분하고 거기에 근육을 발달시키고 싶으면 거기에 필요한 운동이 있을 뿐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식사 조절과 매일 식전에 산을 오르는 운동으로 고친 사람도 있다.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앉아서 남을 시키기 좋아 하는 사람은 심신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