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에세이] 차타기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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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차타기 경기
  • 김무생
  • 승인 200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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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마음의 여유

  녹음방초 만화시의 철이 왔다. 녹음의 시원한 그늘을 찾을 때가 되었다. 우리 사회도 이제 어느 정도 생활의 여유를 갖게 되어서인지 좀 더 많은 시간을 물과 산을 찾아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 풍요한 녹음의 맛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 같다.   더우기 금년에는 예년에 없던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도회의 빌딩숲에서 찌든 인심을 축이려 자연을 찾는 도회인이 더 많을 것이다.허나 비가 오긴 와야겠는데 농부의 애타는 심정을 느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리가 편하지 않다. 유독 금년에는아예 못자리조차 타 들어간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자연의 정복에 대한 인간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무한한 자연의 힘앞에 고개숙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인듯 싶다.

  아마도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다는 것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흔히 정복이라는 말을사용하길 좋아하나, 정복이 일방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려는 욕망에서 오는 것인 이상 진정한 정복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힘은 항상 균형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강자와 약자의 관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관계등 우리를 엮고 있는 무수한 관계에 있어서 정복보다는 조화의 원리가 바른 관계가 될 듯 하다. 상대를 때려 부수어야  마음의 평안을 찾는, 여유가 없는 마음보다는 상대와의 조화를 찾고 여유가, 넘치는 마음이 우리의 환영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활의 여유를 갖게 되면서 머리는 커지고 육체는 거기에 반비례한다는 상징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요사이 우리 주위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이는 아마 무엇이든 내것에로만 마음을 쓰는 조급증과 집착때문이 아닌가 한다. 내 주위의 모든것을 나와 상대적 입장에 놓고 항시 정복하여야 하는것으로 느낄 때 산과 숲 녹음사이에 노니는 육체는 있어도 그러한 마음은 있을 수 없었다.

  나머지가 있는 삶의 영역은 남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삶이다.  이 [나머지]의 멋은 이를 가진 자만이 즐길 수 있다. 이 나머지는 수리적 계산에 의해서 남는 것이 아니고, 과학적인 실험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나의 주위의 조화에 의해서 느끼는 것이다. 이를 마음의 여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와 나의 것에 끌리는 애타는 마음을 늦추고 너와 너의 것에 대한 마음도 함께 가지게 됨은 이 나머지의 마음 즉 여유에서만 찾을 수 있다. 전시 교통이라는 극단적인 말처럼, 서울의 교통은 말이 아니지만, 나는 지난 한해 버스를 하루 네번이나 갈아 타면서 출-퇴근을 한적이 있다. 한 오리(?)는 늘어선 정류소에서 중장거리 연습을 하면서 차를 타는 차타기 경주에 지쳐서, 출-퇴근 시간이 없었으면 하는 역설적인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 때마다 나는 국민학교 때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생각하곤 했다. 그것은 수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로는 있을 수 없는 승부였기 때문이다. 그 때는 [꾸준한 노력]의 교훈을 배웠으나, 요사이는 그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의 교훈으로 바꾸고 싶다. 여유는 보이지 않는 힘 안에 있는 힘, 불가사의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라 보고 싶은 것도 여기 있다.

  질서정연히 차를 타고 저 사람은 나보다 더 급하고, 저 사람은 나보다 더 피로할 것이라는 조그마한 여유있는 마음만 가져도 그러한 경주는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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