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에세이] 아홉번째 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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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아홉번째 솥
  • 김송운
  • 승인 200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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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마음의 여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많은 다른 생명이 있는 것을 죽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선천본유의 불성을 죽이는 것이 더 큰 살생이라고 간곡히 말씀하셨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은 어떠한가. 진정한 자기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환경의 지배를 받아 자아를 망각한 상태에서 인연에 계박 되어 속박과 불안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자기의 한 평생을 자기의 한 평생으로 사는 이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만이 가질수 있듯이, 마음의 여유 또한 이 모든 것을 깨달았을때 비롯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전에 구정조사가 계셨는데 그분이 원래 속세에서 대관령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비단장사를 하였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노스님 한분이 다 떨어진 누더기 옷을 입으시고 고요히 앉으셔서 지나가는 사람도 아랑곳 않으시며 무언가 열심히 생각하고 계시었다. 하도 궁금하여 어느날 이 젊은이는 스님께 말씀을 드렸다. 「스님께서는 무얼하고 계십니까?」「나는 지금 누더기 속에 있는 이들에게 점심을 주고 있네 」라고 대답하시었다. 그 말씀을 듣고 젊은이는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노스님의 인자하심을 느끼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스님의 대해와 같은 마음을 그리워하고 흠모하여 속세의 모든 괴로움과 속박을 떠나 수도의 길을 걸어서 나도 저 훌륭하신 스님과 같이 되어야 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님께 찾아가서 저같은 비천한 사람도 출가할 수 있읍니까 하고 출가의 뜻을 밝혔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부처님 품안은 절대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라 하시곤 곧 이어 부엌에가서 진흙을 퍼다 솥을 걸라는 말씀이 계셨다. 젊은이는 정성스레 솥을 다걸고 스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발길로 걷어 차시며 무슨 솥을 이렇게 걸었느냐고 호통을 치시면서 다시 걸라고 말씀 하셨다. 젊은이는 또 흙을 가져다 열심히 솥을 걸었으나 또 마찬가지로 화를 내시면서 다시 하라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무려 아홉번이나 솥을 걸면서 한번도 얼굴에 내색을 하지않고 그 일에만 충실하였으며 아홉 번째의 솥을 박고 젊은이는 스님의 높으신 뜻을 깨달아 박장대소 하며 진리의 눈이 열리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는 여러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으며 특히 노스님의 덕행은 수행의 결과가 아니고는 이룰 수 없는 경지임을 알 수 있다.

  고요하기가 호수와 같고 평화롭기가 맑고 따뜻한 봄날 같던 마음이 별안간 뜻하지 않은 돌발적인 한 사물을 보거나 또는 듣고 생각함으로 인하여 그 고요한 마음이 흔들려 평화와 맑은 것을 교란하고 흐리게 한다. 이리하여 마음을 괴롭히고 또 계속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상상 다만하니 이것이 즉 우리 범부로서의 일상적인 정신상태인 것이다. 우리는 번뇌망상에 뒤 섞여 있는 심리 상태에서 그것이 그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마음의 본연 상태로 돌아 갔을때 진정한 평화를 지닐 수 있으며 모든 속박을 떠나 마음의 여유를 얻을 것이다. 성인과 범부의 차이, 선인과 악인의 차이, 평화와 전란, 갈등 등 이러한 현실은 그 원인이 나타나 있는 현실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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