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내 서실(書室) 북켠 장대(裝坮) 위에 조그한 6각 소반에 바쳐 불상(佛像) 하나가 놓여 있다。
사찰법당 같은 데서는 으레 볼 수있는 불상으로서는 대표적인 모조품이다。
관을 쓴 반나(半裸)、한켠 손가락을 가볍게 턱 밑을 괴고 한 손을 무릎 위에 놓은 이 상은 어디를 살펴보나 속기(俗氣)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비와 정(靜)과 원만(圓滿)의 상징 같기만 하다。
이 상을 바라볼 때 마다 나는 마음의 평온과 청정을 느끼게 된다。그래서 그 옆에다 녹청(綠靑)이 핀 향로를 곁들여 때때로 향을 피워 잡취(雜臭)를 가시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신자(不信者)도 연구가도 아니다。다만 그 자태가 대자대비요각이 진리기 때문에 그 앞에 경건할 뿐이다。
불교의 공(功) · 과(過)에 대해서는 잠깐 두어 두고 이 나라 문화유산에서 불교 문화를 제외 한다면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또 한가지ㅡ((이것은 내 개인적 인생에 관한 문제요、비단 불(佛)에 한한 것만이 아니긴 하지만……))그것은 내 이미 60평생을 두고 딴은 인생수업(人生修業)을 해왔어도 이제야 겨우 희미하게나마 알듯말듯한 그 오의(奧意)를 불(佛)은 반도 못되는 젊은 나이에 이미 터득하고 만중생에 설교한 그 예지(叡智)ㅡ과연 불(佛)은 위대하다。
불(佛)이 위대할 수록 나의 왜소(矮小)와 비천(卑賤)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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