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제하여 정토로 인도하는 보살이라 한다.이 그림 속의 지장보살은 둥글고 풍만한 얼굴에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오른손에 보주를 들어 배앞에 놓고 왼손은 가슴 앞에 들어올려 계인을 맺었다.
정면으로 바위 위에 반가좌로 걸터앉아 있는데 왼발은 연꽃발판을 밟았다. 지장이 걸터앉은 바위 좌우로 두 인물이 서있는데 오른쪽 인물은 꽤나 긴 양장 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스님이며, 왼쪽 인물은 화려한 관을 쓰고 경여모양의 상자를 공손히 받쳐든 십왕중의 하나인 듯 매우 화려한 의관을 갖추었다. 지장보살의 발아래로 개 한마리가 있는데 곱슬곱슬한 깃털과 얼굴등 생김생김이 힘찬 묘사를 보여준다.
이 그림은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장십왕경과 중국 당나라 승려 도명화상의 설화를 그린 것으로 전해오는데 그림의 오른쪽 스님이 염마청에 빠졌을 때 십왕중의 한분인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던 중 다른 사람으로 판명되어 다시 세상으로 살아돌아 왔다는 개원사의 승려 도명으로 추정된다. 도명이 염마청에서 심판받을 때에도 지장보살께서 나타나시니 염라대왕이 지장을 상석에 모셨다는 설화에 해당되는 그림으로 볼 수 있겠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찰중에는 도명존자의 상을 모신 곳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갈것 같다.
그림의 크기도 대단히 크지만 매우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기법을 보여주는데 특히 아래 두 인물의 얼굴묘사는 거의 초상화에 가까울 만큼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게 묘사되었다. 또 염라대왕이 받쳐든 상자가 침금으로 보이는 잔잔한 무늬가 새겨졌고 뚜껑모양도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나 침금경상자처럼 그린점도 흥미롭다. 밝고 명랑한 생채로 거침없이 표현한 고려불화중 드물게 볼 수 있는 격조높은 그림이다. (일본 원각사소장, 고려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