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아주 특별한 만남
제가 택시를 잘 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흔하지 않은 경험임에도 어찌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벌써 1년 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처럼 선진지 탐방팀에 선발되어 남태평양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지요. 그 분은 연수 가는 날, 집결 장소로 가는 택시에서 만난 기사님이었습니다.
연세도 좀 있어 보이시고 어딘지 모르게 운전이 서툴러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 다니시다가 정년퇴임 후 운전을 시작하셨나보다 했어요. 그런데 그 분이 면허를 취득하신 것은 1950년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6.25전쟁 참전 용사이시며, 그 공을 이제야 인정받아 작년에 국가유공자가 되셨다는군요. 전쟁 후 운전을 시작하셔서 충남, 대전에서 택시 운전 경력이 가장 오래 되셨다고 합니다. 올해 78세이신데 82세가 되는 해에 새 차가 나온대요. 그때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셔요. 우리 집에서 집결지까지 가는 시간이 채 20분도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이 너무나 좋았어요. 여행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색다른 풍광을 보며 눈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 만나서 사람 향기를 맡는 것이 참 여행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요.
저는 예전부터 조지훈 님의 시 ‘여인’처럼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제가 함함이 빗은 머릿결에서는 새빨간 동백꽃이 피고, 제가 입고 있는 파르한 옷자락에서는 상깃한 풀내음새가 나고, 제가 걸어가는 곳에서는 바람도 아리따웁기를 소망했지요. 그런데 기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풀내음새보다 꽃내음새보다 사람내음새가 가장 좋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풀은 풀답고 꽃은 꽃답고 사람은 사람답고….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어서 그런가 봐요. 각양각색의 사람의 향기에 듬뿍 취해서 연수의 보람을 배로 느끼게 되었어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희한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대했더니 모든 사람이 새롭게 보이는 거예요.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라는 것을 절감했지요. 기사님과의 재회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만남이었어요. 여전히 건강하신 모습으로 운전하시는 것을 보고 저 또한 새로운 힘을 얻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지요?
어제는 퇴근길에 창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바람을 맞으며 갔어요. 손바닥 가득, 손가락 가득 말랑말랑한 가을 바람의 감촉이 얼마나 좋던지 사랑하는 님의 손길만큼 좋더라구요. 자연도 사람도 서로 바라보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만남이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어요. 그 스쳐지나가는 듯한 모든 만남에서 소중함을 느끼고 가을 바람의 구애를 맘껏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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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화 _ 고등학교에서 22년째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문학을 좋아하며 아이들만 만나면 힘이 생겨,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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