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궤 환국기념 연회 및 환수탐방
조선왕실의궤. 의궤는 왕실의 주요의식과 행사의 준비과정 등을 상세하게 적고 그림으로 만든 문서이다. 이는 의례가 되풀이되는 왕실에서 의례의 본보기를 만들고 후대에 전하고자 도감에서 직접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문서로서 조선시대 왕실에서 거행된 혼사, 장례, 부묘 등 여러 가지 의례의 전모를 소상하게 비록한 서책이다. |
1922년 오대산 사고(史庫)에서 불법 반출되어 일본 궁내청에 소장되어 오던 조선왕실의궤가 89년 만에 환국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가 발족된 지 5년여만의 결실이다.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의궤가 반환 요구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에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민간단체가 맞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형국이었다. 아무도 성공을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신도회, 월정사, 문화재제자리찾기 등 불교계를 중심으로 환수를 위한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반환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해 8월 일본 간 나오토 총리의 ‘조선왕실의궤’ 반환 발표에 이어, 지난 4월 28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조선왕실의궤 81종 167책 등 총 150종 1,205책의 도서를 반환하는 ‘한일도서협정’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한편 조선왕실의궤의 환국은 빠르면 7월, 늦어도 가을쯤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방문한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
조선왕실의궤 환수 활동 주요 경과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발족
2006년 10월 일본 궁내청 서릉부 방문 ‘의궤’ 열람
2006년 11월 프랑스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 방문, 의궤 반환문제 협의
2007년 8월 일본 공산당 국제부 간부 방한
2007년 9월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분과 ‘조선왕실의궤 반환 관련 안건’ 채택
2008년 8월 약탈문화재환수 위해 평양 방문. 남북공동합의문 채택
2008년 9월 일본 궁내청 및 관방성 방문, 공동합의문 전달
2008년 12월 서울시의회 의궤 반환 촉구 결의문 채택
2009년 4월 서울시문화재찾기 시민위원회 구성
2010년 8월 간 나오토 총리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조선왕실의궤 반환 발표
2010년 11월 한일정상 APEC 정상회의서 도서반환 등 서명
2010년 11월 일본 정부 한일도서협정 비준안 국회 제출
2011년 4월 일본 중의원 한일도서협정 비준안 표결 통과
2011년 5월 ‘조선왕실의궤 환국 기념 연회’ 개최
“한·일 관계의 우호적인 새로운 이정표”
조선왕실의궤가 반환되는 과정에는 환수위원회의 열정적인 활동 외에도 의식있는 일본 국회의원과 사회단체, 언론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의궤 환수를 기념하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지난 5월 13일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한・일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연회가 펼쳐졌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환수위 공동대표)은 인사말을 통해 “오대산 월정사는 조선시대 조선실록수호총섭이라는 중책을 하사받은 이후, 400여 년 동안 오대산 사고에서 실록과 의궤 등을 보관하고 수호하였습니다. 이에 조선왕실의궤의 고국 귀향은 너무나 고맙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고 감회를 밝히고, “일본의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참으로 용기 있는 결단이며, 앞으로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와 문화교류에 더욱 발전적이고 우호적인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연회에 앞서 12, 13일 양일간 환수위원회 활동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환수 탐방’ 길에 나섰다. 탐방은 의궤가 소장되어 있는 에도성 궁내청, 도쿄국립박물관-한국관,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되어 있던 도쿄대, 일본 국회, 영친왕 관저 코스로 진행됐다.
조선왕실의궤 환국기념 연회에서 영친왕의 손자인 이원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총재(사진 왼쪽)가 카사이 아키라 일본 국회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아키라 의원을 비롯해 의궤 환수를 위해 도움을 준 국회의원. 사회 단체 관계자, 언론인 등 18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조선왕실의궤 환국 소감
“조선왕실의궤가 돌아오면 국가 차원에서 문화재로 바르게 지정되어야 한다. 불교계가 민족 전통문화의 계승자 역할을 해온 만큼, 의궤가 오대산으로 귀향할 수 있도록 불자 여러분의 특별한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환수위 공동대표)
“의궤 환수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난 1세기 동안 민족적 수모를 씻어내는 일이라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일부의 자폐적 국수주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원웅 전 국회의원(환수위 공동대표)
“정부가 포기한 일을 민간이 문제 제기해 돌려받는다는 의미에서, 세계 약탈 문화재 반환의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한・일 민간의 노력으로 이룬 양심의 쾌거이다.
-혜문 스님(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사무처장)
“조선왕실의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국과 일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데 이어, 기관이 하지 못한 일을 민간이 주도해서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일본 카사이 아키라 국회의원
“앞으로도 힘을 다해 한일 양국의 불행했던 과거 100년의 역사를 청산하고, 우호 증진과 친선으로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자.”
-일본 오가타 야스오 전 국회의원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계기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선조들의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한 기폭제 역할이 될 것이다.”
-박영선 국회의원
“의궤는 지방분권적, 특성화적 관점에서 원래의 자리인 강원도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의궤의 귀향을 위해 강릉시민은 물론 강원도민과 도내 지자체 단체장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최명희 강릉시장
“의궤의 귀향이 강원도민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평창군이 유치하려는 동계 올림픽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석래 평창군수
1 영친왕 관저 앞에서 혜문 스님이 관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조선왕실의궤 환국기념 연회 기념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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