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로 살아가기 : 불자들이여, 커미아웃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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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로 살아가기 : 불자들이여, 커미아웃하자!
  • 불광출판사
  • 승인 2011.11.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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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는 불자다!

나는 불자인가?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이는 불자로서 수행이 부족하고 또 사회적 실천이 모자랄 때 많이 던지는 자문(自問)이기도 하다.
주위 불자들도 사정은 비슷한 듯하다. 불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그렇다 보니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찾기도 어렵다
.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으면 된다. 불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도 차츰 늘어나고 또 이웃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그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


      해인사 백련암에서 기도하는 불자들.

불자로 살아가기
불자들이여, 커밍아웃하자
!

연말이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가 각종 시상식이다
. 가수, 탤런트, 배우, 개그맨 등 각 분야별 연예인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걸치고 시상식 무대에 선다. 그리고 아마 TV에서 접할 수 있는 멘트 중 한국인이라면 가장 많이 들었을 법한 말. “이 영광을 하나님 아버지에게 바치고자신의 종교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불자로서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부처님과 (또는 00스님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습니다.”라는 말도 들리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의심했지만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탤런트 김혜옥, 개그맨 이수근 등이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한 것이다. TV에서 불교가 종교로서 공인을 받은 것처럼 반가웠다
.
불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위 예에서 보듯 스스로 불자임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비교적 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불교만의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대놓고 불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불자는 불제자(佛弟子)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그 업을 계승하고 부처가 되고자 하며 부처님의 종자를 끊기지 않게 하기 때문에불자라고 한다. 보통 불자는 삼보(三寶)에 귀의함으로써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
조계종 포교연구실 고명석 연구원은 불교를 믿는다면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말씀인 법문을 믿는다는 것이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스님들을 믿는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그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면 불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
신도(信徒)라는 표현도 쓴다. 신도는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재가자를 지칭한다. 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불교에 귀의하여 일정한 사찰에 소속해 있으면서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수지하고, 사찰을 외호해야 한다. 불자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런데 지금은 단순히 나는 불자다라고 밝히는 것에 머물러서 되는 상황이 아니다. 부처님이 그러했듯 스스로의 수행을 바탕으로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
우리 역사를 보면 대원 장경호 거사나 백봉 김기추 거사, 종달 이회익 거사 등 수행과 포교 등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불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유산은 후대에 전해져 각 분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회향 활동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성철 스님은 참종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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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의 기본자세는 나를 잊어버리고 남을 위해서만 사는 것이다. 성직자든 신도든 가림 없이 모든 종교인은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어느 종교에도 나만을 위해, 나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기도하라는 말은 없다. 스스로의 안일과 풍족함을 꾀하는 성직자가 있을 수 없고 제 욕심만 채우려는 신도 역시 신도가 아니다. 남의 고난과 아픔을 자신의 그것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덜어주고 같이 나누는 데 종교인의 참다움이 있는 것이다
.”
불자들이여, 우리 모두 당당하게 커밍아웃하자.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당당하게 살아가는, 또 우리 이웃과 사회를 위해 한 몫하는 사람이 바로 불자라고
….


대표 불자들에게 듣는 나는 불자다

불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부처님 법을 믿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부처님은 누구이고 또 불교는 무엇 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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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공부 열심히 해 엄마 아빠에게 효도할 거예요! - 박수빈(서울 갈산초4)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신정동에 사는 박수빈이에요. 아빠를 따라서 국제선센터에 다니고 있어요. 국제선센터에 어린이 법회가 있는데 일요일마다 항상 다니고 있어요. 거기서는 유치부부터 6학년까지 나뉘는 데 전 4학년에 속해요. 항상 혜륜 스님의 재밌는 법문을 듣고 요즘은 합창도 한답니다. 그래서 열심히 다니며 재밌게 법회를 듣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놀이도 항상 해요. 요즘은 자주 흩어져서 노는데요, 34학년끼리 다니고 있어요.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역시 절답게 불교에 대한 놀이를 해요
.
부처님에 대하여 아는 것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이게 저건지, 저게 이건지 헷갈려요. 늘 아빠에게 저거 뭐야라며 물어보고만 말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하여 지식을 쌓을 거예요. 적당히 쌓이면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대로 다 하고 싶어요. 이런 꿈을 품으며 살 거예요. 그러니 저에게 힘을 주세요.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도 록! 파이팅
!


게으름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의 삶 살터 - 김수영(성신여대 심리학과3)
나는 불자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쩐지 쉽지 않다. ‘불자가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면 말은 해보겠으나 불자가 불법을 행하는 자, 행하려고 노력하는 자를 의미한다면 정말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청춘의 아이콘 안철수 씨가 어디선가 말했던가. 일단 인터뷰를 통해 계획을 말하고 대중에게 알려진 계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더욱 다그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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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도 말해본다. 나는 불자다!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가득한 지난날이었지만 그래도 부처님 법과 그 안에서 만난 인연들로 채워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부처님 법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무슨 복을 지어서인지 참 오랫동안 부처님 법을 가까이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직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는 열심히 배워 바르게 알고 아는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불자가 되려한다.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할 수 있게. 게으름과 속박의 삶에서 정진과 자유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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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운동선수에게도 꼭 필요한 것 -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야구 선수)
제가 다니는 사찰은 부산 원오사와 양산 통도사 극락암입니다. 2005년 저는 극락암에서 54일 동안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서 훈련도 하고 마음도 닦았습니다. 법당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잡념도 없어집니다. 수행과 참선은 운동을 하고 있는 저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훈련을 쉴 때는 당시 극락암에 계시던 선원장 명정 스님을 비롯한 많은 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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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처님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집근처에 있던 진홍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지금은 너무 좋지만 그때는 정말 향냄새가 낯설었습니다.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절에서 먹는 비빔밥은 그 어떤 비빔밥보다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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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없는 날이면 아내와 부산 경남 지역 사찰 참배를 하려 합니다. 많이 다니지는 못하지만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가는 절이 참 좋습니다. 지금은 조계종 신도등록 홍보대사와 군종교구 홍보대사 등을 맡아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일에 미력이나마 도움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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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많은 사찰을 찾아다니고 수행하며 기도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항상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 웃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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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잃지 않고 노력하는 방송인 되고 싶어 - 이수근(개그맨·방송인)
어릴 때 부모님은 늘 집에서 반야심경테잎을 틀어놓으시고, 향을 피워놓곤 하셨습니다. 지금도 그 향냄새가 기억이 납니다. 향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고향인 양평 집 근처에 사찰이 있어 그곳을 놀이터삼아 매일같이 놀러 다녔습니다. 지금도 부모님이 절에 가라고 늘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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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절 극락사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진행을 맡아 자용 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 불자로서 더 자긍심이 생겼습니다. 당시 그 자리는 절친한 친구인 김병만이 맡기로 한 것이지만 그 친구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제가 대신 갔었습니다. 그때 인연으로 매년 극락사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잠시 어려웠던 시절 자용 스님께서는 항상 부처님께 기도를 열심히 하고 마음을 늘 다스리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의 인기에도 크게 자만하면 안 된다는 말씀도 해 주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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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을 꿈꾸며 고생했던 무명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는 방송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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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회적 회향하는 인연 만들 계획 - 엄홍길(산악인)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해서 집 근처에 있던 의정부 망월사에 자주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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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니면서부터는 언제나 불경과 염주를 지니고 다니며 동료들과 함께 하려 합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또 천막으로 임시 숙소를 만들 때에도 법당을 만들고 머리맡에 조그만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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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를 때에도 가급적 현지의 절을 찾아 스님들을 뵙고 말씀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으려 합니다. 또 옴마니반메훔, 나무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등을 간절하게 염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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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재단을 만들어 네팔 등에 초등학교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도움들을 다시 돌려주는 차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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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들은 모두 부처님 인연법에 따라 하는 일들입니다. 앞으로도 인연이 되는 한 사회적 회향 사업들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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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 건네고파 - 최문순(강원도 도지사)
요사이 강원도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처처불상이라는 말도 있지만, 자연을 보고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면 보이는 풍광들이 다 가르침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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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시의에 따라 새순이 나고, 잎이 무성하다 퇴색하여 겨울을 나는 나무의 모습은 우리의 생이 무엇에 그리 집착하고 절박하게 일희일비할 것이 있느냐는 답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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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의 인연은 아마 오래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당연한 듯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에 문득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기자시절, 취재와 관련하여 스님들을 만나보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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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불교경영자 최고위과정에서 공부했습니다. 이후 국회의원시절 민주당 불자 모임인 연등회 회장을 맡기도 하였고, 언론악법 반대 투쟁을 할 때 화계사를 찾아가 2만 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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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지사 선거를 할 때는 강원도 내 주요 사찰을 찾아 스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시간이 될 때마다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하는 스스로의 성찰을 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되도록 이 땅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건네는 도정을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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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나에게 물이다 - 조윤선(한나라당 국회의원)
불교는 나에게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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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같은 광야를 걸어내는 인생의 여정에서, 지치는 고비마다 나의 목을 축여주어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힘과 용기를 주는 한 모금의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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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한 것 토닥이고 끌어안지 않고 나아갈 수 없는 나의 길에 때 묻은 나의 손을 씻어 주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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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나의 더러운 몸을 닦아주는 한 동이의 물이다
.
정치인은 시간이 갈수록 얼굴이 험해지니 매일 거울을 보며 얼굴을 살피라고 한 선배는 내게 말했다. 때론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비춰주는, 깊은 산모퉁이를 돌아 만난 맑은 옹달샘의 물이다
.
흘러 흘러, 작은 물도 만나 껴안고, 더러운 물도 피하지 않고 만나 껴안고, 점점 더 큰 물줄기로 흘러 온갖 더러움 모두 걸러 가라앉혀 큰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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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나에게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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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최고의 존귀한 존재로 여기며 살자 - 남지심(소설가)
나는 불자다, 라고 할 때 그 말 안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스스로 불자임을 대외적으로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자로서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 가는가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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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오랜 방황 끝에 불교를 만났고, 스스로 불자임을 밝히며 산 지도 40여 년이 다 돼 간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부처님 가르침을 삶 안에서 어떻게 녹이며 살 것인가를 놓고 많이 고심했다. 그 고심이 40여 년의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내가 찾은 내 나름대로의 답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만나는 사람에 대해 정성을 다하자였다. 나는 이것을 실천하려고 애써 왔고 지금도 그렇게 애쓰고 있다
.
그런데 지난 여름, 달라이 라마 탄신 76주년 행사에서 받은 카드에 실려 있는 달라이 라마의 기도문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명확한 답을 얻었다는 확신이 들어 여기에 싣는다
.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을 가장 미천한 존재로 여기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존귀한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

미소 짓고 계신 달라이 라마 사진 옆에 쓰여 있는 이 기도문은 하루 하루 내 삶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 불자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불자가 되고 싶다
.


불자 대담
김광하 사람들에게 벗이 될 수 있어야 진짜 불자
황채운 이웃을 위해 발로 뛰는 사람이 되었으면


불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정진하고 있는 작은손길김광하 대표와 반갑다 연우야황채운 봉사단장. 김광하 대표는 노숙인과 노인 지원활동을 수십년 째 진행해 왔으며 황채운 단장 역시 봉은사와 조계종 중앙신도회에서 활동 하며 다양한 자비나눔사업을 전개해 왔다. 두 불자가 생각하는 불자의 모습 은 무엇인지 같이 만나 들어봤다
.

불교와의 인연이 궁급합니다
.
황채운 친정어머니가 제 수행의 롤 모델입니다. 어머니는 매년 초파일이 되 면 저희 형제들을 데리고 창원 성주사에 갔습니다. 거기서 우리 식구는 함께 108배를 했고 또 고향집 인근의 절을 참배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은 108배를 하는 날이자 당일치기가족여행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돼 계속 절에 다니게 됐습니다
.
봉은사에는 결혼한 뒤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19799월이었습니다. 남편이 좋은 절을 구경시켜주겠다고 나를 데리고 왔는데, 그곳이 바로 봉은사입니다. 처음 왔을 때는 서울에도 이렇게 큰 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
김광하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중학교 동창이자 고등학교에 함께 진학한 친구가 여름방학 때 파도에 휩쓸려 불행히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당시 교지에 추모사를 썼는데, 이때 막연하지만 죽음의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중간에 1년 휴학하며 동양철학강의를 들었고, 제가 다니던 대학은 아니지만,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도강도 했습니다. 당시 홍정식 교수의 원시불교강의를 들었는데, 첫 시간에 놀랍게도 죽은 친구와 얼굴이 똑같은 분이 교단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친구가 평소 아버지가 동국대 교수라고 말했는데, 바로 홍정식 교수님이 친구의 아버지였습니다. 이런 인연덕분에 교수님의 자상한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황채운 단장.

신행활동은 어떻게 하시나요
?
김광하 서울 삼양동 원경사가 제 원찰입니다. 이 절은 백봉 김기추 선생님의 제자인 대원경 보살님이 임종을 맞으며 기증한 곳입니다. 자주 뵙지 못하지만, 원경사 주지 해륜 스님의 청정하고 검소한 수행자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또 봉은사 신도회에서 지도위원 소임을 맡고 있고, 봉은사 불교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
황채운 봉은사에 다니면서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불교기초입문학교, 경전학교, 불교대학 등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

개인적으로 하는 수행도 있으신가요
?
황채운 교리 과정을 마치고 1993년부터 참선을 하면서 다라니 기도를 했습니다. 또 다른 여러 가지 수행도 병행해 왔습니다. 참선을 처음 할 때 개인적으로 아는 스님에게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럼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갑니까?) 화두를 받아 정진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이 화두를 하는데, 눈을 감고 잠을 자거나 꿈을 꿀 때면 이뭣고화두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안 순간부터는 이뭣고 화두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한글 금강경으로 1000일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101)이 벌써 230일째 됐습니다
.
김광하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백봉 김기추 선생님 문하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벌써 30년 전 일입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새말귀(新話頭: 새로운 화두라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수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새말귀는 재가자가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닦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앉아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합니다. 만날 사람과 할 일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집착을 놓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합니다. 낮에는 스스로 실천하는 자신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두 시간 앉아서 오늘 만난 사람과 했던 일 속에서 과연 모습을 잘 굴렸는지 되돌아봅니다. 주말에는 시간을 내 앉아서 만법의 근본자성을 관찰합니다. 백봉 선생님은 만법이 텅 빈 도리를 공부하며 이렇게 수행하면 누구나 견성할 수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


      김광하 대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쳐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김광하 회사에 다니는 일 외에 작은손길(삼륜의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에 설립한 작은손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단체입니다. 특히 금강경의 가르침대로,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다는 집착을 버리는 보시가 우리의 수행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신설동 인근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보시하고, 을지로 노숙자들에게 떡과 과일과 차를 보시하며, 종로 지하도에서 거리노인들에게 차와 과자를 보시합니다. 이외에 탈북주민들의 자녀들을 위해 사진과 미술, 공예 등을 가르치며, 장학금을 보시합니다. 아직 소수이지만, 입양청년들이 부모를 찾는 동안 한국에서 묵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팔노동자의 활동을 지원하며, 향후 네팔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장학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대부분 불자들이며, 운영은 오직 회원들의 자발적인 회비와 자원봉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봉은사와 잠실 불광사, 금륜사와 광주 비전사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황채운 봉은사 신도회 활동을 하면서부터 나눔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2006년부터 조계종 중앙신도회 산하 반갑다연우야에서 봉사단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반갑다연우야는 매월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소임을 맡지 않으려 했는데 중앙신도회에서 계속 부탁을 해와 이것도 인연이구나싶어 소임을 맡았습니다. 2009년에는 몽골, 2010년에는 인도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는 다른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데 힘을 보탰으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

불자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황채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스스로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들은 대중을 교화하고 재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광하 유마경 서품에 보면 적절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삼보(··)를 공경하며, 사람들이 청하지 않아도 벗이 되고 편안하게 해주는[衆不請 友而安之]” 보살입니다
.

요즘 불자들의 모습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김광하 저는 불자의 모습을 불교 안에서 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종교현실에서 보고 싶습니다. 승자와 패자만 있는 경쟁사회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을 종교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물질적인 성공을 불보살의 가피력으로 왜곡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물질적인 보시가 다른 보시에 앞서는 가치를 지니며,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만이 보시의 가치를 독점하게 됩니다. 물질적인 보시보다 진리를 전하는 것이 최고의 보시라고 강조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태어나고 죽는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고 인간의 감성을 소중히 여겨, 진리를 향한 탐구와 자비의 가치에 눈을 뜨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황채운 과거와 달리 요즘 불자들은 마음도 넓어지고 활동 영역도 다양해 졌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처음에 신행생활을 할 때만 해도 작은 사찰 안에서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신도 간의 다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으로 회향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앞으로도 불자들은 스스로의 수행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이웃과 사회를 위해 발로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

불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황채운 스스로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부처님의 법과 스님들의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공부를 하면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공부와 실천이 하나 되는 삶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어떤 것을 통해서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했으면 합니다
.
김광하()와 행()이 괴리된 삶은 관념의 늪으로 도피하는 결과를 낳고, 관념은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묶고 있는 기존 가치관의 본질을 끊임없이 캐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태어나고 죽는 자아에서 해탈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늘 성찰하는 삶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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