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문 스님 - “사찰음식은 수행식입니다”
상태바
적문 스님 - “사찰음식은 수행식입니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2.02.24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 생명의 속삭임, 사찰음식 ● 현장에서 만난 대가들의 삼색삼미三色三味

사찰음식을 알고 배우기 위해 평택 수도사 사찰음식교육관을 찾는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사찰음식의‘A to Z’를 설명하는 스님이 ‘비구比丘’여서 먼저 놀라고 스님의 커다란 몸집에 두 번째 놀란다. 그리고 세 번째 놀라는 이유는 ‘덩치 큰 스님의 아기자기한 손놀림과 음식솜씨’때문이다. 취재차 수도사에 간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더 놀랐던 것은 스님의 사찰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었다. 스님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서울 국제선센터, 목요일 오후 2시 수도사, 금요일 오후 2시 광주 무각사에서 정기 교육을 하며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품평은 눈과 맛과 마음으로
적문 스님은 교육관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경내를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 보니 ‘버섯 오색 만둣국’과 ‘콩비지 김치찌개’, ‘삼색은행튀김’ 등이 가지런히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 스님은 먼저 오색만둣국에 대해 설명했다. “만두는 겨울철 별미인데, 여기에 불교의 상징인 오색五色에 맞춰 색깔을 냈어요. 이 음식의 포인트는 오색에 있습니다. 청색은 마음을 모아 부처님의 법을구하고자 하는 정근精勤을, 황색은 찬란한 부처님의 몸의 빛과 같이 변하지 않는 굳은 마음을, 적색은 항상 쉬지 않고 수행에 힘쓰는 정진精進을, 백색은 깨끗한 마음으로 온갖 번뇌를 맑히는 청정淸靜을, 주황색은 수치스러움과 그릇된 길로의 꾐에서 잘 견뎌 이겨내는 인욕忍辱을 상징합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입니다. 국물은 버섯으로 우린 것이구요.”
떡국이 어우러진 만둣국은 버섯의 담백한 맛, 만두의 아름다운 색깔이 합쳐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군침이 돌게 한다. 스님은 예전부터 절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떡과 은행, 당근을 이용해 삼색은행튀김을 만들었고, 콩비지김치찌개 역시 절에 많이 있는 김치와 단백질이 많은 콩비지 등을 활용했다.
적문 스님은 “입맛에 맞을지 모르지만 품평은 혀가 아닌 눈과 맛과 마음으로 해달라.”고 당부하며 웃는다.

삼덕三德을 살려야 한다
적문 스님은 2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만든 한국사찰음식연구회 회장 소임을 맡고 있다. 유일한 비구이면서도 여느 스님 못지않은 오랜 시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왔기에 대중들이 맡긴 소임이다. 적문 스님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여 년 전인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버섯 오색 만둣국
● 밀가루 2컵, 콩가루 1/3컵, 두부 1/4모, 숙주나물 200g, 배추김치 200g, 표고버섯 10장, 애호박 200g, 마른 가죽 잎사귀 30g, 산초장아찌 열매 약간, 오색재료(백련초, 치자, 시금치, 석이버섯) ● 1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후 색색으로 반죽하여 젖은 행주를 덮어두었다가 얇게 밀어서 직경 5cm로 둥근 모양의 만두피를 만든다. ● 2 두부는 곱게 으깨 물기를 짜두고, 숙주는 소금물에 데쳐 냉수에 헹궈 잘게 다지고 애호박도 채를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잘게 다져둔다. ● 3 김치와 버섯은 곱게 다지고, 산초열매는 먹기 좋게 다듬어놓고, 2의 재료와 함께 소금, 깨소금, 참기름, 후춧가루로 양념하여 버무린다. ● 4 양념한 소를 만두피에 싸서 만두를 빚는다. ● 5 냄비에 다시마, 무, 마른가죽잎사귀, 버섯으로 국물을 만든 후 우러나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소금, 청장으로 간을 하고 만두를 넣어 끓인다.



삼색은행튀김
● 은행 30개 정도, 당근 100g, 흰떡 3가래, 녹말가루 2큰술, 튀김기름,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1 은행은 껍질을 벗겨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팬이 뜨거워지면 은행을 넣고 소금을 뿌려 강한 불에서 재빨리 볶아야 색이 좋게 난다. ● 2 당근은 은행크기와 비슷하게 썰어 살짝 데친다. ● 3 흰떡도 작은 가래를 준비해 위와 같은 크기로 썰어놓는다. ● 4 위의 재료를 나무꼬치에 당근, 은행, 흰떡 순으로 꽂아놓는다. ● 5 4의 재료에 녹말을 섞어 소금, 후추로 양념을 한다. ● 6 위의 재료를 150℃ 기름에 튀겨낸다.



콩비지 김치찌개
● 흰콩 1과 1/2컵, 배추김치 300g, 고춧가루 1큰술, 청장 1큰술, 표고버섯가루 1큰술, 들기름 1큰술 ● 1 콩은 씻어서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렸다가 손으로 비벼 껍질을 모두 없애고 동량의 물을 넣고 곱게 간다. ● 2 김치는 송송 썰어서 냄비에 들기름을 넣고 볶다가 1을 넣고 중불에서 서서히 끓인다. ● 3 익어서 맑은 물이 돌면 고춧가루, 표고버섯을 넣고 청장으로 간을 한다.

사찰음식문화를 취재하면서부터다. 스님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전 어느 절 공양간에서 인공조미료를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찰음식도 아니고 속세 음식도 아닌 ‘얼치기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대로된 사찰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다니며 실태조사와 연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스님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기 시작하자 주위에서는 힐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비구니도 아니고 비구가 무슨 요리냐?”며 어른스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꾸중을 들었다. 그래도 스님은 꿋꿋하게 사찰음식의 한 우물을 파왔다. 그래서인지 스님은 ‘사찰음식의 책임성’을 특히 강조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사찰음식의 퓨전화나 고급화 등과 관련해서도 “현장에 있는 우리 스님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또 사찰음식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스님은 특히 사찰
음식을 조리할 때의 세 가지 법도인 삼덕三德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덕은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을 말한다. 청정은 인공 조미료나 방부제가 깃들지 않은 청정한 채소로 만든 깨끗함이다. 고기는 물론이고 젓갈이나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연은 짜고 맵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음식에 자극이 많으면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기때문이다. 여법은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서로 넣어야 하며, 골고루 적당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양념은 채소의 독특한 맛을 살리지 못한다.



‘불교가 지금까지는 수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이제 사찰음식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적문 스님의 신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된장, 고추장 등 장을 구입할 수 있는 사찰
사찰 역시 여느 여염집과 다르지 않게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를 담가 먹었다. 그래서인지 사찰 한편에‘반듯하게’놓여 있는 장독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사찰 특유의 장맛을 느낄 수 있는‘상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어 많은 일반인들 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주 영평사 041)857-1854,
www.youngpyungsa.org
양산 통도사 서운암 055)382-7094, www.seounam.co.kr
산청 금수암 055)973-6601, www.guemsuam.or.kr
평택 수도사 031)682-3169, www.sudosa.co.kr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