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시너지’
협동하며 살 것인가 경쟁하며 살 것인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일상에 매몰되고 화두 없이 방향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현상이 됐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행복을 일구어가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협동의 방식이요, 다른 하나는 경쟁의 방식이다. 하나는 행복과 평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 또는 내가 속한 집단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집단과의 평화로운 관계는 포기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경쟁이 아닌 협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 왜 협동조합인가
협동조합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60년 전 영국의 로치데일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전세계 인구 중 10억 명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역사는 짧다. 20여 년 전, 먹거리 문제가 건강과 생존의 절박함으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유기농’에 주목하게 된다. 생명권의 절박함이 생협운동을 낳았고, 이제는 또 다른 절박함이 사람들에게 문제 의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바로,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다. 자본의 생태계에 개입하지 않는 신자유주의는 더 많은 경쟁을 부추기고, 거대자본의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세상이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는 곳이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이었다. 반성과 모색의 시기, 전세계는 협동조합에 주목했고 유엔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의 거대자본에 맞서는 ‘협동의 경제’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적 전환점이다. 삶의 입장 내지 처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인의 입장과 처지에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의 입장과 처지에서 사는 것이다. 주인의 자리가 종의 자리보다 살맛나는 것은 당연하다. 협동조합은 주인과 종의 자리를 나누지 않는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곧 주인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바로 협동조합의 엔진과도 같다. 일반적으로 협동이 삶을 유지하고 생활을 발전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협동을 통하여 질적으로 새로운 힘이 생긴다는 것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집단적으로 협동하고 단결하면 살려는 의지와 힘, 즉 생활력에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그로 인해 난관과 시련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어떤 공동체가 우수한 공동체인가 아닌가는, 사회적 협동을 잘하는가 못하는가로 알 수 있다. 사회적 협동을 잘하지 못하고 파벌을 형성하고 서로 싸우는 것을 일삼는 공동체일수록 사회적 협동능력이 약한 열등한 공동체다. 인간의 조상들은 낮은단계의 동물적 수준에서도 무리를 지어 살았는데, 협동하는 면에서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였다. 그리하여 사회협동적 생활력을 보다 높게 발휘하여 협동의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확대되고 사회협동력도 사회관계나 사회제도와 같은 형태로 객관화되고 사회화되어 세대를 이어 계승 발전할 수 있게되었다. 인류의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협동의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이다.
| 협동조합을 꾸리는 3가지 원칙
협동조합 활동. 이 단어에서 우리는 협동조합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협동’은 ‘더불어 함께’로부터 ‘더불어 함께’로 귀결된다. ‘조합’은 개인의 존중을 전제로 공동체로부터 공동체로 귀결된다. ‘활동’은 일상생활과 생활권으로부터 일상생활과 생활권으로 귀결된다. 철저히 일상생활 속에서 결합되는 관계, 더불어 함께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인적 결합체다. 그래서 협동조합활동의 제1원칙은 협동적인 사람을 모시고 세우는 원칙이다. 우리의 삶이 서로 도우며 더불어 나누면서 살도록 되어 있다는 자각과 굳은 실천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모시고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2원칙은 평등한 관계로 활동하는 원칙이다. 그래서 주식회사는 1주 1표, 협동조합은 1인1표를 갖는다. 주식이라는 형태로 표현된 자본의 크기에 따라 의사결정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유 정도의 차이를 넘어 공평과 정의 실현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모든 조합원 하나하나가 조합을 대표한다는 의미에 바탕을 두고, 조합은 모든 조합원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를 보장한다. 협동조합의 제3원칙은 통일성을 지향한다는원칙이다. 고립, 분열, 다툼보다는 사랑과 협조, 나눔을 통하여 ‘따로 또 같이’라는 유기적인 어울림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통일성은 획일성이 아니라 개인 존중의 선행 아래 상생과 공생의 어울림을 추구한다.
3가지 원칙 중에서 특별히 중요한 원칙은 제1원칙인 협동적인 사람을 모시고 세우는 것이다. 왜냐하면 협동조합 활동의 성공과 실패가 협동조합 활동의 주인인 협동적인 사람에 의하여 좌우되기 때문이다. 1998년, 한약 전문 택배업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했던 경험이 있다. 고가의 한약이 한의원에서 가정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해서 한의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직원이자 조합원으로 일하는 개개인의 열정과 의지가 큰 버팀목이었는데, 규모가 커지자 문제가 생겼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늘고 일이 많아지니 ‘협동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기쁨을 함께 만끽할 만한 교육과 소통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협동조합적’ 의사결정이 뭔지 모른 채 각자 이익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다툼이 일어났다. 소통을 위해서는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존중,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것 같다. 자기가 자신을 무시하니 남도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적인 소양의 토대가 약하면 협동조합 토대도 단단해질 수 없다. 자신에 대한 존엄성을 깨닫고, 남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협동조합은 가능해진다.
| 이웃과 협동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공동체
“어떻게 하면 협동조합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우선 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세계(자연과 사회)와 나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통해 확신에 찬 견해를 가져야 한다. 올바른 세계관의 확립이란 결국 자아정체성과 가치관 확립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을 협동하게 하고 그 협동을 신나게 하는 바람직한 가치관은 무엇일까? 그 것은 이웃과 협동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삶에서 찾았으면 한다. 다음으로 작은 공동체와 생활권을 조합원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살림살이를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작은 공동체와 생활권은 조합원들의 학교이자 일터이며, 또한 복지기관으로서 생활의 의지처이고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기심과 경쟁심에 지쳐가는 심신의 쉼터이며 협동의
샘터가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조합원들은 협동적인 사람으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면서 더불어 나누고 평화롭고 행복한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아울러 협동조합은 출발에서부터 지역사회에 근거해 성과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역 공동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초 생필품을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기본 틀이 필요하다. 또한, 협동조합의 요구와 이해관계, 역량에 맞게 목표를 세우고 바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경계하면서 창조적 참여와 만남을 잘 할 수 있도록 참신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사업을 과학화・전문화・현대화하고, 수요의 필요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특히 공급자 중심 사고가 아니라 필요와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단계적 발전 전략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수요자와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소통과 협력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람에 대해 따뜻하고 친절한 공동체여야 한다. 협동조합의 조직운영은 사무국 또는 실무자 중심에서 이사회와 위원회,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하고, 결정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진행되도록 한다. 초기 단계의 협동조합을 성공하고 잘 발전시키려면 협동적 리더십을 키우고 여기에 선차적인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려면 조합원을 모실 줄 아는 중심이 필요하다. 이런 중심들이 튼실하게 바로 서야 신생 협동조합에 생기는 갈등과 다툼, 난관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인적결합 조직이다. 결합의 정도에 의해서 그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경쟁적 사고, 감성, 시스템을 지양하고 협동적 생각, 감성, 시스템을 창조해야 한다. 협동적 리더십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 앞서가는 정보소통 시스템, 경영 능력과 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양홍관
협동조합 월간지 ‘아젠다’ 기획주간.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양심수로 7년 간 복역한 후 생명, 평화,협동이라는 화두를 모시고 살았다. 한약전문 택배업협동조합인 ‘한의사랑’을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고, 팔당생명살림 생협과 영농조합 사무국장, 이사장을 지냈다. 생명살림마음문화원 이사장, 생명살림연구소장,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남양주지역순환생태공동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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