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마음은 아픈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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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마음은 아픈 곳에...
  • 금강 스님
  • 승인 2016.01.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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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상쾌한 물과 보석으로 가득한 산들과 아름다운 숲들과
고요하고 즐거운 곳들,
그리고 꽃으로 장식한 나무와 맛있는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
천상계에서 나오는 미묘한 향,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연꽃으로 장엄한 호수,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
이 모든 것들을 마음에 담아 공양 올리오니 성스러운 공양의 대상이신 자비로운 분들이시여 이 공양을 받아주소서.

- 『샨티데바의 행복수업』

 

『금강경』에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말이 있다. 이 장엄莊嚴은 깨달은 자의 자비스런 마음이 담긴 보시이며 공양의 표현이다. 『아미타경』에도 “사리불아, 저 나라에는 항상 천상의 음악이 울리며, 땅은 황금으로 되고, 밤과 낮 여섯 때에 만다라 꽃이 비 오듯 내리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항상 아침마다 각각 바구니에 온갖 오묘한 꽃을 담아 타방세계의 십 만억 부처님께 공양한다. 극락세계는 이와 같이 공덕장엄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온 정성을 다해 가꾸고, 공양하고, 장엄하는 것은 자신을 위하기보다는 타인을 위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도량을 빗자루로 쓰는 행위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함이 아니라 도량에 찾아오고 머무는 이들에게 공양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집안을 청소하고 액자를 걸고, 책장을 놓고, 조그마한 화분을 기르는 일들이 함께하는 가족에게 올리는 장엄이며 공양이다. 한 물건도 허투루 놓는 법 없이 그 자리에 합당하게 놓는 것이 지혜이고 보살행이다. 그러한 마음은 자신의 영역에 따라 각각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럴 때의 마음은 그 자체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순간 분별심이 일어나고 상대적 생각이 일어나면서 욕심과 집착으로 변하게 된다.

얼마 전 나주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을 가는 길에 뉴스를 보니 동국대학교의 한 학생이 45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진도 팽목항에서 200일 동안이나 어이없는 죽음을 건져내면서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입장에 따라서는 옳고 그름이 있겠으나 나에게는 저 생명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아무 연고도 없는 학교 교정에 텐트를 치고 단식에 들어갔다.

교수나 학생이나 교직원이나 이사장이 학교를 생각하는 입장 차이에서 이론의 여지는 있겠으나 생명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학생이 바라는 정직한 학교의 장엄, 교수가 바라는 올바른 학교의 장엄, 이사장이 바라는 아름다운 학교의 장엄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만 옳다고 주장하고 대립하다보면 결국 파멸에 이른다.

나의 몸이 모든 세포와 기관들 전체이듯이 학교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학교라는 몸이다. 우리가 평상시에는 나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모르다가 아픈 부위가 생겼을 때 그 아픈 곳에 마음이 있듯이, 학교의 이사장은 학교의 모든 유형, 무형의 것이 다 내 몸이 되어야 한다. 그 몸 가운데 가장 아픈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살피고 가꾼다면 그 곳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새들과 꽃들이 만발한 극락세계가 되며 그곳이 아름답게 장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의 자존심만 내세운다면 그 조직은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 아프면 모든 가족이 아파하고 돕는 것은 가족이 한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흥의 자동차 부품 가게에 큰불이 나서 옆집 세 채도 함께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주인은 평소에 휘발성이 있는 곳에서의 작업은 손으로 직접 했는데 그날따라 무심코 전기드릴을 사용하다가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하였다. 작은 불씨 하나가 휘발유로 옮겨 붙어 손쓸 겨를도 없이 불이 번지고 옆집들까지 피해를 입혔다. 이 가게주인은 1998년 IMF때 전에 하던 일을 접고 작은 가게를 얻어 중고타이어상을 시작으로 일요일도 쉼 없이 18년 동안 일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쪽 팔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치료하지 않고 사용하면 불구가 된다는 경고를 듣고도 얼음찜질을 해가면서 쉴 줄을 몰랐다고 한다.

화재사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후회스럽고, 안타깝고, 원통하고, 분해서 밤에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딸들이 의논하여 아버지를 모시고 템플스테이를 왔다. 절에 와서도 이틀이나 되어서도 잠 못 이루다 나와 면담을 하고는 위안을 얻어 오랜만에 근심 없이 푹 잤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과거 찰나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 또 다시 떠올려 불 지르고 있는 현재의 마음을 보고 어루만지고, 큰 공부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가꾸기를 권했다.

직장에 건강하게 잘 다니다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는 악성위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 날짜를 불안하게 기다리다가 딸의 손에 이끌려 절에 찾아온 엄마가 면담을 요청했다. 현재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함께 아파하는 가족이라는 조금 큰 몸이 있으니 극복하려는 힘도 크게 생기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대립이나 화재의 현장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나 불안한 마음은 감정에서 온다.

에리히 프럼은 인간의 근본적 욕망인 식욕이나 성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관계에서 고독감, 창조의 열망 속에서 무력감, 의미체계에서 허무함이라는 세 가지 감정이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세 가지를 극복하기 위한 답은 사랑에 있음을 일러준다. 수행적 측면에서 볼 때는 이러한 어려움들은 결국 상대적이고 소극적인 ‘나’라는 생각 속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한번은 수행을 통한 무아적無我的 선 수행의 체험이 있어야 비로소 뛰어 넘을 수 있다. 모든 개별의 것들과 전체가 미황사이다. 대웅전이, 보물로 지정된 응진당이, 스님들이, 신도들이, 산이, 나무가, 오늘 밝은 햇살이, 부는 바람이 함께 어우러져서 미황사가 되는 것이다. 집이, 가족이, 나라가, 지구가, 우주가 한 몸이다.

 

가난한 이가 와서 달라고 하면 분수대로 나누어주라.
한 몸처럼 두루 가엾이 여기면 이것이 참 보시이며,
나와 남이 둘 아닌 것이 한 몸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가는 것이 우리들의 살림살이 아닌가.

- 『선가귀감』
 

금강 스님
미황사 주지. 조계종 교육아사리. 서옹 스님을 모시고 ‘참사람 결사운동’, 무차선회를 진행하였다. 홍천 무문관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참선집중수행 ‘참사람의 향기’를 진행하며 일반인들과 학인스님들의 참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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