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수행자의 몸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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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의 선담禪談] 수행자의 몸가짐
  • 금강 스님
  • 승인 2016.05.0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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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는 몸가짐과 말과 마음 씀이 향기로워야 한다

절에 손님이 오면 객실로 쓰는 집이 있는데 이름이 향적당香積堂이다. 향기 가득한 집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에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참사람의 향기는 사방으로 널리 퍼진다는 글에서 찾은 이름이다. 네 기둥에는 문수보살의 게송도 적어두었다.

미소 짓는 이 얼굴이 참다운 나눔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이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이네.

面上無瞋供養具 口裏無瞋吐妙香
心裏無瞋是珍寶 無染無垢是眞常

몸과 말과 마음을 잘 사용한다면 부처님과 같은 향기 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멋진 게송이다.

봄이 깊어질수록 도량을 찾는 사람들의 발소리도 잦다. 그들을 나 혼자서 다 만날 수도 없거니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도 없다. 오히려 화단에 핀 영산홍이나 불두화가 그들을 웃음 짓게 하고, 단청 빛바랜 고졸한 대웅전이 깊은 감동을 줄 터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위해 벽에 그림을 그려놓고, 집에 이름도 붙이고, 기둥에 시 구절이나 법문들을 새겨놓는다. 눈이 더 깊어지면 이렇듯 귀한 말씀들이 곳곳에 새겨져있음을 느끼고 의미를 간직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화엄경』 「십지품」에는 몸과 말과 마음을 잘못 사용하면 지옥, 아귀, 축생의 과보를 받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살생한 죄로 단명하거나 병을 얻으며, 훔친 죄로 빈궁하거나 가진 재물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음한 죄로 배우자의 행실이 부정하거나 마음에 드는 식구를 얻지 못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비방을 많이 받거나 남에게 속게 되며, 이간질한 죄로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나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나쁜 말 한 죄로 항상 험담을 듣거나 다투는 일이 많을 거라 말하고 있다. 또한 번드르르한 말을 한 죄로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거나 발음이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과보를 안을 거라 가르치고 있다. 탐낸 죄로 만족할 줄 모르거나 욕심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성낸 죄로 남들에게 시비를 받거나 괴롭힘을 받게 되며, 삿된 소견을 가진 죄로 삿된 소견을 가진 집에 태어나거나 아첨꾼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업들을 뛰어 넘어 이구지離垢地라는 수행의 경지에 들어가려면 열 가지 깊은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직한 마음, 부드러운 마음, 참을성 있는 마음, 조복시키는 마음, 고요한 마음, 순일하게 선한 마음, 혼란스럽지 않은 마음, 그리움이 없는 마음, 넓은 마음, 큰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수행을 하면 성품이 저절로 일체 살생을 멀리 떠나고, 칼이나 몽둥이를 멀리 하며, 원한을 품지 않고, 부끄럽고 수줍음이 있어 인자함을 갖추며, 생명 있는 자에게 항상 이익을 주며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잊고자 기도를 하기 위해 찾아 온 50대 중반의 보살님과 차담을 나누다가 마음을 보배롭게 쓰는 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어머니는 살아생전에 버스나 전철을 타면 먼저 그 곳에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평화롭고, 행복하고, 무사하기를 기도한다는 것이다. 식당이나 심지어 영화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산처럼 자기도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따라하게 되었다 한다. 우리가 이 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장소나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의 일이다. 그 순간순간들을 몸과 말과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난다면 그 사람은 수행을 따로 하지 않아도 좋다.

몸의 세 가지, 입의 네 가지, 마음의 세 가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십악업도 되고 십선업도 된다. 십악업을 경계하기 위하여 많은 계율이 있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그릇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과 같다. 만약에 그릇이 깨어졌거나 구멍이 뚫려 있거나 더럽혀져 있다면 그 그릇은 사용 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그릇은 우리의 몸과도 같다. 몸을 함부로 더럽히거나 나쁜 행위에 물들게 한다면 번뇌와 욕망만 가득하게 되고, 마침내 동쪽으로 가고자 하여도 서쪽을 향해 가게 되는 것과 같다. 그에 비하여 십선업은 몸과 말과 마음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향기를 전하는 일이다. 달리 말한다면 수행의 목표인 보살행을 하는 것이다. 한 몸으로 악업과 선업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귀하게 다가온다. 마당에 들어서는 모든 이들이 반갑다. 주머니에 사탕이라도 넣고 다니다가 아이들에게 한 움큼 쥐어주고, 누가 부처님 앞에 떡이라도 공양 올리면 체면불구하고 부엌에 들어가 잘게 썰어서 한 조각이라도 사람들 입에 넣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머리가 시키는 일이 아니다. 저절로 일어나 마음 작용이다.

미황사는 참 멀다. 지난해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인원이 4,000명 가까이 된다. 외국인만 하여도 600여 명이나 된다. 대부분 유럽 쪽에서 찾아오는데 독일인들이 가장 많다. 독일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여서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취소하는 사람들이 50%정도 된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해남에서 40여분 터덜거리는 군내버스를 타고 절까지 찾아온다. 나는 가만히 절에서 만나지만 찾아오는 사람의 수고로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들의 애씀과 정성을 알기에 허투루 만날 수 없다.

가깝거나 멀거나 이렇듯 귀한 만남이고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 할지라도 작은 인연이 아니다. 오늘도 마당을 보면서 저절로 반가움에 빙그레 미소 짓다 무언가 줄 것이 없는지 주머니를 뒤적인다.

옛 스승은 선이란 밖에서 얻어들은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일이라고 했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철저한 자기 응시를 통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창조력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십선업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몸과 말과 마음을 하나하나 생각으로 지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하여 통찰의 지혜 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직관이고 미소이며, 부드러운 말이고 진실한 마음이다.

툇마루에 앉아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새의 목소리와 나뭇잎 흔들고 가는 살랑대는 바람에 청량한 법문이 실려 있음을 느끼면 좋겠다.

 

금강 스님
미황사 주지. 조계종 교육아사리. 서옹 스님을 모시고 ‘참사람 결사운동’, 무차선회를 진행하였다. 홍천 무문관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참선집중수행 ‘참사람의 향기’를 진행하며 일반인들과 학인스님들의 참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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