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정도 경영] 비우고 나누고 헌신해서 함께 행복해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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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정도 경영] 비우고 나누고 헌신해서 함께 행복해지는 길
  • 이언오
  • 승인 2016.09.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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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경영, 비우고 나누고 헌신해서 함께 행복해지는 길

함께 행복해지는 길   

 
부자들과 하위계층 간에 수입·재산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은 연간 천만 원 벌기도 빠듯한데 대주주·경영진은 그 수천 배 소득을 올린다. 세계 최상위 부자 62명의 재산이 하위 36억 명과 맞먹는다. 부자들의 탈법적 재산 형성과 불건전한 사생활까지 알려져 대중을 분노케 한다. 부富는 탐욕의 결과인 동시에 탐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소유 집착과 무한 증식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적절히 제어되지 않으면 본인이 망가지고 사회도 무너진다. 
 
부와 선善이 상극인 지금 세상은 비정상이다. 부가 배고픔과 결핍의 고통을 없애주니 원래는 착한 것이다. 기존의 부를 고르게 분배하기만 해도 대부분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연은 사람들이 먹고 쓰고도 남을 정도로 아낌없이 베푼다. 그러나 중생이 어리석어 부를 행복의 원천으로 보지 못한다. 탐욕의 대상으로 보아 자타공멸의 불행을 자초한다. 
 
착한 삶은 스스로 먹고살고 서로 나누는 것이다. 보상이 미흡하면 더 노력하고 넘치면 미안해해야 한다. 도움을 받으면 감사하며 나누면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 나눔은 타인의 먹고사는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다. 나누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은 악행이다. 부를 갖고서 나누지 않으면 죄를 짓게 된다. 부를 형성하면서 악업이 쌓였고 주위를 분노토록 만드는 탓이다.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하려면 나누어야 한다.  
 
보시는 보살이 행하는 육바라밀 중 첫 번째이다. 보살행 중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의미한다. 당초 출가자의 탁발과 사찰운영을 후원하는 행위였다가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으로 확대되었다. 세속 거래는 뭔가를 받고 그 대가를 갚는다.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 하며 힘이 세거나 약빠른 이가 이익을 본다. 보시는 받는 것에 상관없이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상을 갖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정성을 다해 상대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승가 규범인 육화경에 이화동균利和同均이 있다. 이익을 함께 나누어야 공동체 운영과 세상살이가 조화롭고 평안하다. 넓은 의미,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보시이다. 세속은 물질생산과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만큼 성과가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특히 부자들이 각성해야 탐욕이 가라앉고 선의가 퍼져나간다.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부가 선순환되어 빈부격차가 완화된다. 보시는 개인 변화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촉구하는 관점이자 방편이다.
 
 
| 보시는 비우고 나누고 헌신하는 수행이자 보살행 
 
만물은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간다. 비워서 채우고 나눠서 흐르게 한다. 차서 넘치거나 막혀서 썩으면 탈이 난다. 음식을 먹고 배설해서, 공기는 절로 들고 나서 몸이 백 년 가까이 유지된다. 정신도 비우고 나누어야 고요하면서 깨어 있다. 상을 갖고 집착하면 탁해지고 고통을 느낀다. 재물·불법의 보시는 몸과 마음을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 보시는 비움의 수행이자 나눔의 보살행이다.  
 
보시는 먼저 주고 다음에 받는다. 한자의 去來, 영어의 Give and Take 모두 주기가 먼저이다. 주지 않고서 받거나,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면 탐욕스럽다 하겠다. 상대가 약자라면 강탈, 어리석다면 기만이다. 경제활동이 거래를 표방하지만 실제 강탈·기만이기 쉽다. 보시는 주고서 받지 않거나 준 것보다 적게 원한다. 약하고 몰라서가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세속 거래를 보시로 접근하면 다툼이 줄어들고 억울할 일이 없어진다.   
 
  보시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행이다. 출가자는 수행에 매진하고 비움의 삶을 살아야 보시 받을 자격이 있다. 재가자는 보시 공덕으로 일상에서 불법을 닦고 선행을 실천할 수 있다. 보시는 승가에 귀의하고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바로 삼귀의의 귀의승, 사성제의 도이다.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돕는 것도 중요한 보시이다. 학문, 기술, 예술, 복지, 생태 등으로 불국토로 가는 길,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종의 보살로 보는 것이다. 소외계층이 곧 부처이니 그들의 생계를 지원하면서 불법에 귀의토록 권유할 만하다. 
 
보시는 자비심으로 나누는 것이다. 로마 병사들의 빵 나누는 방법이 전해져 온다. 한 사람이 둘로 자르면 다른 사람이 선택했다. 크기에 따른 불만이 없어 모두 만족했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이 큰 조각을 가져야 정의롭다. 선택하는 사람이 양보해야 자비롭다. 현실은 불공정한 배분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 결과로 소득의 쏠림과 빈부격차가 초래되었다. 수행·보시가 다르지 않으니 부자들은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곧 수행이다. 재산을 줄이면 마음이 비워지고 그 자리는 지혜·공덕으로 채워진다. 
 
최고의 보시는 헌신이다. 은혜로 살아가고 있고 세상 고통이 끝이 없으니 마땅히 보시해야 한다. 부처님은 전생에 법을 구하려고 육신을 보시하셨다. 육신까지 보시물로 여긴다면 무엇인들 내놓지 못할까. 재물·능력이 많을수록 보시 의무가 무겁다. 지도층은 약자 보호와 빈부 격차 축소에 노력해야 한다. 인도의 비노바 바베(Vinoba Bhave, 1895~1982)는 지주들이 가난한 농민들에게 땅을 나눠주도록 설득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지도층의 개과천선은 마음의 문제, 불교가 잘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기업에 가장 많은 부가 흘러들어가고 또한 쌓여 있다. 기업이 보시해야 주고받기가 정상화되고 나눔이 활발해진다. 기업의 보시는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상거래는 당사자들이 만족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대표 상인인 ‘오미(近江)’ 상인의 신조는 ‘사는 사람이 좋고 파는 사람이 좋고 세상도 좋아야 한다.’이다. 회사와 직원은 처우·존중과 업무 몰입으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경영자의 보시는 기업에 매진해서 세상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이익 일부를 기부하거나 사회공헌 이벤트를 여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일자리 나누기, 경영참여, 종업원 지주제,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 등으로 보시를 체질화시켜야 한다. 기업 활동을 보시 관점에서 바라보고 선의 실천의 공동체로 전환해갈 필요가 있다. 
 
 
| 재가자의 삼학三學은 보시, 행복, 먹고살기
 
재가자는 일상에서 보시를 실천하고 습관화해야 한다. 출가자는 계율을 준수해서 선정과 지혜를 추구한다. 재가자는 보시를 통해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다. 출가자의 삼학三學이 계(행동), 정(마음), 혜(성취)라면 재가자의 그것은 보시, 행복, 먹고살기라 하겠다. 보시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지금 여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출가자는 수행에 매진하고 재가자는 보시를 생활화해야겠다. 그러면 출가자들이 사판에 대한 부담·집착에서 벗어나 수행의 힘으로 세속을 이끌어갈 수 있다. 재가자는 비움의 지혜를 얻고 나눔의 공덕을 쌓아 물질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보시의 그물망을 실험해보자. 자신에게 소중한 뭔가를 주위에 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상대가 더 작고 소박한 걸로 갚으면 기쁘게 받는다. 과분하게 여겨지면 제3자에게 주도록 한다. 1년 정도 주고받기를 계속하면서 보시가 확산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상대와 제3자가 보시인지 모르도록 진행하는 것이 요령이다. 한 캐나다 청년이 빨간 클립 한 개로 시작해서 물물교환을 반복한 적이 있다. 원칙은 더 크고 좋은 것과 바꾸기. 놀랍게도 그는 14번의 교환을 통해 집을 한 채 마련했다. 재미는 있지만 보시 그물망과 달리 탐욕스러워 보인다. 
 
매월 특정일에 보시 행사를 열면 어떨까. 보시의 의미가 알려지며 체험을 통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한 자선단체가 주도하는 ‘세계 선행의 날’에는 매년 수십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중고품 기부와 같은 밋밋한 방식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사찰이 청빈에 솔선한다면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기적으로 소유물을 비우는 기회가 된다. 소외계층을 참여시키면 부처님 당시의 빈자일등貧者一燈이 되살아난다. 
 
작은 보시들을 모아 구체적 성과를 내보자. 돈·물품·재능을 모아서 사찰 수리, 출가자 복지, 창업자본 등에 투입하는 것이다. 자연 - 농업 - 식품 - 식당 - 지역사회를 연계한 먹거리 보시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참여가 용이하고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원자는 보시를 독려하고 성과가 나도록 헌신해야 한다. 모였다가 흩어지는 무주상 활동은 기업조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원형은 과거 농촌의 두레나 품앗이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도 좋고 성공모델이 복제·확산된다면 더 좋다. 사업·봉사가 통합된 보시 모델을 개발하고 유휴 공간, ICT를 활용한 지원플랫폼도 구축해야겠다.
 
부자들이 기부하도록 계기를 마련해주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 해로통행첩을 발부했다. 민간인 피난선에 통행첩을 주고 배 크기에 따라 곡식을 내도록 했다. 피난민들은 곡식을 보시하고 통행의 자유와 애국자라는 명예를 얻었다. 이기심과 명분, 강제성과 자발성을 조합한 중도적 묘수라 하겠다. 보시수행첩을 발부해서 부자들의 보시를 수행으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사찰이 돈을 받으면 비난받겠지만, 부자·빈자를 연결해주면 불교사업의 하나가 된다.                                    
 
 
이언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부산발전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바른경영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대학 때부터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불교와 경영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불교와 경영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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