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의 행동을 기하급수로 확산시키는 일
팔정도경영,
대승의 행동을 기하급수로 확산시키는 일
| 100년 후 100명, 33년 후 80억 명
하늘에는 핵무기가 날아다니고 땅은 지진으로 들썩인다. 그 가운데서 인간사회는 탐욕으로 들끓는다.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가 불타니 유정무정有情無情의 고통이 극심하다. 함께 고통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서로 남 탓을 한다. 땅에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하듯이 당사자 스스로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해야 한다. 불법의 등불은 화광동진和光同塵, 부드러운 빛으로 스며들어 고통을 치유한다. 어리석은 중생은 부드러움과 스며듦의 덫에 걸려 무기無記에 빠져버렸다.
타 종교는 한 손으로 전쟁을 벌이면서 다른 손으로 사랑을 실천한다. 불타는 세상에게 불의 심판을 경고한다. 모순이 믿음이 되어 에너지가 넘쳐난다. 불교는 세속과 괴리되고 자비행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깨달음을 추구한다면서 적적성성寂寂惺惺 중에서 고요함에 머물고 깨어 있지 않다. 중생이 부처이니 세속 행동 하나하나가 곧 깨달음의 실천이다. 앉아서 하는 마음 닦기를 넘어 일상 속의 보살 행동을 지향해야 한다.
『법화경』에 불타는 집 비유가 나온다. 장자가 방편으로 수레를 보여주어 아들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불은 고통, 집은 세상, 수레는 교법의 우열을 상징한다. 소승은 개인 깨달음에 머물며, 대승은 불법을 전하면서 보살행을 실천한다는 가르침이다. 소승·대승의 근본은 일승이지만 보살은 둘을 구분해서 대승의 길로 나아간다. 행동의 털끝 차이가 고통·행복에서 하늘·땅의 격차를 낸다.
부처님의 초전법륜을 접한 5명의 아라한이 소승의 기원이다. 부처님이 제자들과 계속 만나고 회중이 늘면서 교단 규모가 커졌다. 부처님 열반 시에 아라한은 오백, 제자는 천이백 정도였다. 깨달음은 더뎠고 전법에는 시공간의 제약이 따랐다. 소승 교단은 1, 2, 3 … N의 산술급수로 규모가 늘어난다. 깨달음에 집착하고 세상 고통 치유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승은 부처님의 삶을 따라 일상에서 불법을 실천한다. 대승 관점에서 중생은 원래 깨달아 있고 불법은 시공간을 넘어 편재한다. 눈뜬 이가 타인의 깨달음과 고통 치유를 돕는 과정이 영원히 반복된다. 그래서 대승 교단의 규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1, 2, 4 … 2ⁿ으로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대승의 행동을 하면 현세가 단기간에 불국토로 바뀐다. 불교가 대승을 표방하고도 행동하지 않아서 세상이 고통스럽다.
불법 공덕으로 1년에 1명씩 바뀐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소승은 1년 후 1명, 2년 후 2명, 100년이 지나면 100명이 고통에서 벗어난다. 대승은 그 숫자가 1년 후 1명, 2년 후 2명, 33년 후에는 80억 명을 넘어선다. 한 세대 만에 전 인류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팔정도경영을 대승의 행동으로 확산시켜서 현세를 불국토로 바꾸어가야 한다. 각자가 보살임을 깨닫고 보살의 행동을 하면 된다.
| 첫 행동을 하라
부처님의 출가·전법은 중생구제를 위한 행동이었다. 제자들에게는 고통 치유를 위해 즉시 행동하라고 당부하셨다. 수행, 각행, 보살행, 행원, 행주좌와行住坐臥, 신해행증信解行證에 모두 행行이 들어 있다. 세상은 행동으로 엮여 있으며 함께 행동해야 변화가 일어난다. 정적인 수행 전통에 동적인 전법·보살행을 조화시켜야겠다. 세속이 고통스러운데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교가 아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각행원만覺行圓滿,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행동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활쏘기에서 사수는 발사 순간에 완성감과 완진감完盡感을 동시에 느낀다. 마음과 몸이 최선을 다해 채워지고 행동이 마무리되어 비워진다. 채움과 비움이 반복되어야 마음의 상태, 몸의 기능이 한없이 고양된다. 신해행증은 생각·행동이 성취로 뒷받침되어 마음·몸이 체득하는 것이다.
첫 행동을 하라.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마음부터 내야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행동해야 하는데 두려움과 게으름이 가로막는다. 생각으로는 행동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행동해 봐야 행동하기가 몸에 밴다. 고통을 겪으면서 행동에 이력이 나고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아기가 무수히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이치이다.
큰 행동을 작게 나누어야 실천이 용이하다. 행동의 덩어리가 작아야 선택이 쉽고 실패부담이 줄어든다. 마라토너들은 가까운 전봇대부터 차례로 공략해서 긴 구간의 어려움을 극복한다. 작가는 첫 문장을 무조건 시작해야 1줄이 1단락, 1페이지로 늘어나 어느덧 책 한 권이 된다. 소걸음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이 괜히 생겨나지 않았다. 긴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요령이다.
방편을 활용해서 바람직한 행동을 끌어내야 한다. 연꽃이 진흙에 뿌리를 박아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현대인을 불타는 집에서 탈출시키려면 탐욕의 수레를 보여주어야 한다. 무주와 무상은 출세간법, 세속에서는 돈·지위·명예처럼 집착할 거리가 필요하다. 사찰의 돈 관리, 신도회 조직운영 등에 이기적 행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돈과 조직이 강한 기업과 협력하고 행동을 위탁하는 방안도 있다.
행동의 결과에 무심해야 한다. 성과에 마음 쓰지 말고 계속 정진할 뿐이다.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가 어렵지만 연기緣起 조건을 바꾸는 것은 훨씬 힘들다. 행동이 성과실현의 확률을 높이겠지만 타인의 반응이나 우연한 사건이 최종 결과를 좌우한다. 완벽하게 준비하되 행동의 찰나에는 역설적으로 마음을 비워야 한다. 결과가 잘못되면 내 탓으로 돌리고 잘 될수록 겸손해야 한다.
| 취업준비생과 경영자가 팔정도경영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팔정도경영을 30대초 취업준비생의 행동으로 옮겨보자. 몇 개월 단위로 시험에 응모하니 1주일 주기의 반복이 적당하다. 일요일을 오전 오후로 나누면 한 주가 8단위로 나뉜다. 일요일 오후는 주인경영,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를 성찰한다. 월요일은 수행경영, 시험공부를 한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실력을 테스트해본다. 공부시간을 늘리고 집중도를 높이는 용맹정진도 시도한다. 화요일은 중도경영, 목표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회사를 탐색·선정하고 입사 이유를 명확히 한다. 수요일은 보살경영, 회사원처럼 살아본다. 해당 기업을 방문하거나 비슷한 업종에서 알바를 한다. 목요일은 동사경영, 실제 구직활동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취업박람회 참가, 원서 제출, 시험 응시에 나선다. 금요일은 연결경영, 멘토를 만난다. 대학 교수나 선배, 지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토요일은 보시경영, 성과를 평가한다. 성과가 있으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없으면 고생한 자신에게 한턱 쏜다. 일요일 오전은 수순경영, 비우고 다시 시작한다. 사찰에 가서 취업의 원을 세우고 계속 도전하겠다고 다짐한다.
팔정도경영을 기업의 행동에 적용해보자. 주기를 1년으로 하고 월 단위로 쪼개서 실천하면 된다. 일반 기업이 연말에 계획을 세우고 익년 3월 결산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은 주인경영, 비전을 설정·점검한다. 기업의 발전방향과 존재의미에 대해 토의한다. 9월은 수행경영, 기술개발과 교육훈련에 집중한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구성원 역량을 키우는 시기이다. 11월은 중도경영, 다음 해 전략과 계획을 수립한다. 이익과 가치, 수치와 질적 지표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12월은 보살경영, 인사를 단행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역할을 부여한다. 리더들이 현장방문, 팀 미팅 등을 통해 경청할 수 있는 기회이다. 1월은 동사경영, 일을 시작한다. 핵심 과제에 착수하고 미진한 업무를 마무리한다. 2월은 연결경영, 고객·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정립한다. 이해관계자, 사회, 자연과의 상생을 위한 개선책을 찾는다. 3월은 보시경영, 실적을 평가한다. 손익의 규모·요인을 분석해서 좌표로 삼고 주주배당과 경영진 보수를 책정한다. 6월은 수순경영, 성공·실패를 공유한다. 성공을 축하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도약·재기를 다짐한다.
팔정도경영을 실천하는 개인은 팔정도인, 기업은 팔정도기업이다. 팔만법문 중에서 여덟 개 항목을 뽑았으니 누구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행동을 하면 불법이 자신의 것이 된다. 고통이 심할수록 효험이 크다. 행동하기는 어렵고도 쉽다. 세속법에 따르면 어려우며 불법에서 보면 너무 쉽다. 고통의 은산철벽銀山鐵壁에 돌파할 문이 없을 때 ‘이뭣고’는 행동이다. 만법은 하나로 모이고 그 하나는 만 가지 행동으로 펼쳐진다.
이언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부산발전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바른경영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대학 때부터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불교와 경영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불교와 경영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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