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역자 |
존 크라카우어 지음, 전미영 옮김 |
정가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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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17-12-20 | 분야 | 사회, 여성 |
책정보 |
480쪽|판형 150mm×218mm|두께 23mm| ISBN 978-89-98602-59-8 (03330) |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최고의 논픽션 작가가 전하는 성범죄를 보는 우리 안의 이중성
성폭행 피해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신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지인에 의한 강간은 신고율이 가장 저조한 범죄다.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크라카우어는 바로 이 질문을 움켜잡고 미줄라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미국 북서부의 평범한 대학도시 미줄라. 2010~2012년 몬태나 대학교를 중심으로 일련의 강간 사건들이 부각되고, 미줄라는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다. 작가는 그 중심에 있던 세 사건의 처리 과정(대학법원 청문회, 경찰과 검찰 조사, 법원의 배심원 재판 등)을 소개하며, 피해자들이 강간에 대한 사회적 편견 속에서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줄라』는 『희박한 공기 속으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존 크라카우어의 2015년 작품으로, 미국에서 출간 즉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크라카우어는 답답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힘들겠지만 ‘드러내어 말함’으로써 강간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독려한다. 그리고 2017년, 미투(#MeToo,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7년을 압축하는 한 단어로 ‘#MeToo’를 꼽았고, <타임> 역시 ‘올해의 인물’로 미투 캠페인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선정했다.
지은이: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1954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 출생. 논픽션 작가.
에베레스트 산 등반 사고를 재구성한 작품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로 1998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미국문예아카데미는 “최고의 탐사 저널리즘 전통이 갖는 강인함과 용기에 타고난 작가로서의 스타일리시한 예리함과 깊은 통찰을 더했다.”며 그에게 문학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뉴요커(The New Yorker)>,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다수의 저서 중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희박한 공기 속으로』, 『그들은 왜 오늘도 산과 싸우는가(Eiger Dreams)』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2012년 한 지인이 십대 중반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애써온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간 강간 문제에 무지했던 자신에 분노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몬태나 대학교 성폭행 사건을 만난다. 수많은 자료를 읽고,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옮긴이: 전미영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 언론사 국제부에서 주로 일했고, 비영리재단인 푸르메 재단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좋은 책을 찾고 번역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경제이야기』, 역서로 『식탁의 비밀』, 『냉정한 이타주의자』, 『자기신뢰』,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긍정의 배신』, 『기사의 편지』 등이 있다.
작가의 말
Part 1. 앨리슨
Part 2. 법 앞의 문지기들
Part 3. 사람들의 시선
Part 4. 정의의 저울
Part 5. 배심원 재판
Part 6. 여파
등장인물
감사의 글
참고문헌
퓰리처상, 미국문예아카데미상의 존 크라카우어가 파헤치는
성폭행 피해자를 옭죄는 지역 사회의 시선과 사법 시스템
존 크라카우어는 산악가이자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다. 특히 에베레스트 등반 경험과 당시의 참사를 생생하게 전한 책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미국문예아카데미 문학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 감정적 편향 없이 절제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치밀하고 다각적인 묘사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그의 글쓰기는 논픽션의 모범으로도 평가받는다. 『미줄라』 역시 방대한 서면 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세심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독자에게 사태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성폭행 피해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신고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강간, 특히 지인에 의한 강간은 신고율이 가장 저조한 범죄이다.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크라카우어는 바로 이 질문을 움켜잡고 미줄라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왜 미줄라인가
미줄라(MISSOULA).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몬태나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인구 7만 명. 학생 1만 5000명, 교수진 800명에 달하는 몬태나 대학교가 도시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이 약 42퍼센트로 미국 평균치인 28퍼센트를 훨씬 웃돈다. 몬태나 주에서 민주당원 비율이 유독 높은 자유주의 성향의 도시다. 하지만 로키 산맥 지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백인 거주자 비율이 압도적이며(92퍼센트), 무기 소지 자유와 연방정부 역할 제한을 열렬히 지지한다.
몬태나 대학교 미식축구팀 그리즐리(약칭 그리즈)는 미줄라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팬들은 자신들을 ‘그리즈 네이션’, 미줄라를 ‘그리즐리빌’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2010~2012년 일련의 강간 스캔들로 팀 명성이 흔들리고, 미줄라는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다. 미줄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이 기간 미줄라의 강간 사건 발생 건수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 평균을 넘어서지 않는다. 강간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리 방식이나 지역 주민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미줄라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라카우어는 가까운 지인이 어린 시절 또래 친구와 가족의 친구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였고 그로 인해 서서히 삶을 망가뜨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얼마나 성폭력에 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는지 통렬히 깨닫고서 이 주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바로 몬태나 대학교 강간 스캔들이다. 그는 성폭행 문제에 대한 지극히 평균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한다.
‘지인에 의한 강간’ 또는 ‘데이트 강간’
- 미줄라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이 책은 미국의 한 대학 도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성폭행 사건들, 일명 ‘미줄라 강간 스캔들’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로, 저자는 몬태나 대학교에서 2010~2012년에 벌어진 일들로 초점을 좁혀 추적해나간다. 특히 그중에서도 세 가지 사건이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대학생 앨리슨 휴거트, 케이틀린 켈리, 세실리아 워시번(가명)은 이 기간 중에 각기 다른 남학생에게 강간을 당했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인에 의한 강간’ 또는 ‘데이트 강간’이라 할 수 있는 사건들이며, 이중 형사 기소된 두 사건은 피의자가 몬태나 대학교 미식축구팀 그리즐리의 유명한 선수라 더욱 이슈가 되었다.
앨리슨 휴거트는 2010년 9월 그리즐리 팀 소속 선수이자 초등학교 때부터 친남매처럼 지내온 보 도널드슨에게 강간을 당한다. 도널드슨의 집에서 열린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 밤, 도널드슨은 소파에서 잠들어 있던 휴거트를 강간했다. 케이틀린 켈리는 2011년 9월 같은 학교 신입생이자 그날 캠퍼스에서 우연히 만난 캘빈 스미스(가명)와 한껏 취한 상태로 섹스를 하기로 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지만, 같은 방에 잠들어 있는 룸메이트를 보고 마음을 바꾼다. 섹스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후 스미스와 나란히 누워 잠들지만, 스미스는 섹스를 시도하고 켈리의 거부에도 멈추지 않았다. 세실리아 워시번(가명)은 2012년 2월 그리즐리 팀 스타 쿼터백 조던 존슨에게 자신의 방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둘은 전부터 알아온 호감이 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존슨에게는 당시 다른 여자친구가 있었고 워시번은 그날 성관계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방에서 함께 영화를 보다 애무를 하던 중, 존슨은 워시본의 ‘이제 그만하자’는 요구에도 이를 묵살하고 워시번을 강간한다.
미줄라에서 벌어진 일들은 한동안 언론을 달구었고, 오바마 정부가 2014년에 캠퍼스 성범죄에 대응하는 TF팀을 구성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촉발하기도 했다.(트럼프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줄라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는 미줄라를 두고 ‘강간 수도’라고 손가락질했으나, 사실상 미줄라의 강간 사건 발생률은 미국 전국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간은 어떻게 합리화되는가
옭죄는 주위의 시선과 기울어진 사법 시스템
강간은 피해자가 거짓말한다는 의심을 받는 유일한 범죄다. 가뜩이나 충격에 휩싸인 피해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무고 의심’이다. 책에 등장한 여성 피해자 다수가 신고 후 경찰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여성들이 바람을 피우고선 강간당했다고 거짓 신고를 한다는 의심에서다. 대다수 여론은 그리즐리 선수는 자고 싶어 하는 여자가 줄을 섰으므로 강간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고, 심지어 피해자를 거짓말을 하며 세상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인다.
세실리아 워시번을 강간한 혐의로 피소된 조던 존슨 측 변호인단은 피해자를 ‘스타 쿼터백과 사귀어 주목받고 싶었으나 기대가 좌절되자 강간 피해자 연기를 해 관심을 구걸하는’ 인물로 오도하는 데 주력했고, 일부 성공적이었다. 이런 방식은 강간 사건 변론의 단골 전략이다. 한편, 앨리슨 휴거트 역시 분명한 가해자 자백이 있었음에도 줄곧 지역 사람들과 그리즐리 팬들, 심지어 가까웠던 지인들로부터도 거짓말한다는 의심과 촉망받는 젊은이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또한, 많은 사람이 무장한 괴한이 여자를 덤불숲으로 끌고 들어가 덮쳐야 비로소 ‘강간’이라고 여긴다. 가해자는 여자가 ‘싫다’고 하는 거부 의사를 무시하거나 자기 좋을 대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여긴다. 지인에 의한 강간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것이 강간인 줄도 모르거나, 알게 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강간은 계속 일어난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반수 이상의 성폭행이 상습범에 의한 것이다.
용기 내어 경찰에 신고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찰 조사에서 받은 ‘무고 의심’을 비롯한 각종 2차 가해만이 아니다. 경찰에서 검찰로 이관되어도 검찰이 기소를 꺼린다. 특성상 형사사건에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8~2012년 미줄라에서 신고된 350건의 강간 사건 중 경찰이 검찰로 이관한 사건은 114건이다. ‘이관’은 경찰이 사건 수사를 완료하고 성폭행으로 기소할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뒤 기소를 권고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관된 114건 가운데 기소는 14건(약 12%)에 그쳤다. 이유는 대부분 ‘증거 불충분’이다.
검찰이 기소를 한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배심원 재판이 기다리고 있는데, 지역민의 신망을 얻고 있는 스포츠 스타에 대한 재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시합이나 마찬가지다. 배심원 재판에서의 ‘무죄 평결’을 피하기 위해 피의자와 ‘유죄 협상’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 역시 피해자에게는 가혹한 경험이다.
그럼에도 드러내어 말해야 하는 이유
-강간범은 피해자의 침묵을 통해 책임에서 벗어난다
크라카우어는 미줄라에서 만난 여성 피해자들이 경험한 극심한 고통을 육성 그대로 옮긴다. 강간당한 밤의 기억, 그 후로 따라다니는 공포와 자괴감, 경찰과 검찰과 피고 측 변호사가 자신들을 대한 방식, 여론의 비난과 개인적 분노 등등. 그럼에도 그들은 지인 강간을 세상에 드러내는 소수가 되길 선택했다.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데에 따른 대가는 혹독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공통적인 이유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여성이 자기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책을 마감한다. “강간범들은 피해자의 침묵을 이용해 책임에서 벗어난다. 자기 이야기를 밝히면서 그런 침묵을 깨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은 강간범에게 강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 전면에 나선 많은 피해자들이 불신을 경험한다.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드러내어 말함으로써 그들은 다른 피해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치유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 성폭행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밝히는 피해자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힘도 커진다. 이 집단적 강인함이 모든 피해자에게, 너무 두려워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도 힘을 준다. 그들이 느끼지 않아도 될 수치심은 대개 고립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 추천사
두려움을 안고 읽었다. 많은 강간 사건이 전적으로 신뢰하던 사람들에 의해, 일상적인 환경에서 일어난다. 존 크라카우어는 강간 피해자 관점에서 실제 사건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이 더 많은 강간 생존자들의 용기를 북돋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이다혜(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
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통념과 상식이 하나하나 깨진다. 책장을 넘기기가 고통스럽지만, 이 문제를 당면한 과제로 승화시키려면 피해자들의 증언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이 책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강간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섹스를 쉽고 단순한 문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틀렸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다는 말, 행동, 몸짓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성행위를 강간이라고 한다. 섹스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피해자의 자작극 같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통념으로 통용되고, 피해자의 혼란은 동의의 증거로 채택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다.
- 권김현영(여성학자)
크라카우어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남다른 작가다. (…)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책이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크라카우어는 분노가 서린 펜을 휘둘러 성범죄 피해자들의 시련과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불편한 책, 그래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 《커커스 리뷰》
빠져들어 읽게 되는 걸작 논픽션. - 《버즈피드》
대학 성범죄의 실상을 파헤친 책. 성폭행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억압하는 세력, 그리고 그 목소리의 엄청난 힘. 두 가지를 모두 다시 생각하게 한다. - 《토론토 스타》
“그때만 해도 ‘이놈이 나를 강간했다’고 분명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성관계에 능동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그게 강간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그냥 뭔가 잘못됐다고만 생각했어요.” _41쪽
베이커 형사는 벨냅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형사들이 강간을 신고한 여성들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네, 있어요.’라고 대답했죠. 그때 보인 반응으로 미루어, 그 형사는 내가 남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운 걸 덮으려고 강간당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전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에요.” _67쪽
“‘실수를 한’ 남자가 술 취한 상태였다는 의혹이 있으면 그 때문에 이익을 얻는다. 술 취한 여자는 그렇지 않다.” _94쪽
당연한 소리지만, 강간범은 자신의 욕구 충족에만 흥미가 있다. 강간범은 여성의 욕구에는 개의치 않는다. 여성의 욕구에 신경 쓴다면, 강간을 하지 않을 것이다. _136쪽
“왜냐면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복면을 하고 칼을 휘두르면서 여성을 덤불로 끌고 들어가는 게 강간범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았던 이 강간범들은 마스크를 쓰지도, 칼을 휘두르지도, 여성을 덤불로 끌고 가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강간범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의 성적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걸 즐겼습니다.” 리삭이 인터뷰한 대학생들 대다수는 또래들로부터 강간 따위를 저지를 리 없는 괜찮은 남자라는 평판을 받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같은 식으로 인식했다. _167쪽
“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런 걸 원한다고 비칠 만한 행동을 했던가? 그때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가? 정말로 둘 다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 일이 벌어진 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신고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 일은 묻어버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신고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를 떨치는 데 성공한 듯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매클로플린이 그 사실을 깨달은 건 2012년 1월, 성폭행을 당하고 3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_211쪽
팹스트는 이전에 몬태나 대학법원에서 캘빈 스미스를 강간죄로 기소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을 때와 같은 논리를 펼쳤다. “배심원 여러분, 이 사건의 핵심은 강간이 아니라 한 여성의 앙심입니다.” 성관계에서 자신의 높은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아 실망한 세실리아 워시번이 미줄라 강간 스캔들이라는 ‘폭풍’에 자극받아 강간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_314~315쪽
리삭은 여성이 강간 위협을 느끼면 온몸으로 저항한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발견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성적인 공격을 받은 여성 대다수는 저항하지 않습니다. 공포에 압도당합니다.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항하면 더 심하게 다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의식적으로 저항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나중에 경찰에게 “더 심하게 다치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상대를 달래려 했다”고 밝힌다. _336쪽
“골목에서 강도를 당했을 경우에도 우리는 피해자의 증언을 의심할까요? 목격자가 아무도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할까요? 도둑질당한 사람이 문을 잠그지 않고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의심할까요?” 보일런은 어떤 범죄든 피해자가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가해자다. _387~388쪽
“그가 형량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몹시 실망스럽습니다.... 나는 내가 날마다 겪는 고통을 덜어달라고 재검토위원회에 요청하지 않습니다. 그날의 기억, 악몽, 불안을 지워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가 내게서 앗아간 생기와 천진함과 즐거움을 돌려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혼자만 너무 심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_416~417쪽
[뉴시스] 새책 '미줄라' 외 2017-12-27
[한국일보] 새책 '미줄라' 외 2017-12-28
[문화일보] 신간 '미줄라' 외 2017-12-29
[한겨레신문] 침묵이 또다른 성폭행 낳는 고리 끊어라 2018-01-04
[여성신문] 이 주의 신간 '미줄라' 외 2018-01-11
[민중의소리]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책 '미줄라' 2018-01-18
[아시아경제] [김민영의 빵 굽는 타자기]성폭행 피해 신고자에 용기 준 한마디 2018-02-02
[헤럴드경제] “나도 당했다” 서점가 성폭행 관련도서 봇물 2018-03-12
[시사인] 왜 성폭행 피해자들은 신고하지 않을까? 2018-04-06
[매일경제] 미투의 제도화 2018-08-17
[국제신문] 책 읽어주는 여자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나' 201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