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찾아온 불교 바람 |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십여 년 간 이어진 하향 곡선이 아닙니다. 종교인구가 줄어들고, 불자 수가 감소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는 때입니다. 청년층의 종교 회피는 더욱 두드러진 모습입니다. 이제 종교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수군거렸습니다. 그런데 봄소식이 들려옵니다. 각 대학 불교학생회에 신입회원들이 적지 않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많은 곳은 20여 명이 넘게 불교학생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불교학생회를 다시 재건하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이 봄꽃 같은 일들이 지방 곳곳에서 날아왔습니다. 2018년 봄날, 한국대학생불자들의 새로운 변화를 만나봤습니다. 01 고려대 서강대 불교연합법회 |
KBUF,
진리의 등불되기를
맹세한 청년붓다
“대체적으로 전국의 지회가 작년보다 신입회원이 증가했습니다. 확인한 바로는 대불련 전체지회 신입회원이 작년보다 200명이 더 늘었어요. 대불련은 전국 70여 개 지회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불련에 가입된 법우들은 신입회원을 포함해 3천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KBUF, Korea Buddhist of University Federation, 이하 대불련) 56대 회장 양희동(23, 동국대 경주) 씨는 “물론 사라진 지회나 규모가 축소된 지회도 있지만 올해 대불련 회원이 예년보다 증가한 것이 맞다”고 전했다. 그동안 해마다 개강 때면 들리던 ‘청년 불자 기근’이라는 소리에 저항하듯, 캠퍼스 포교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청년들이 그동안 나누고 쌓아올린 고민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 우리는 진리의 빛, 참다운 구도자가 되련다
올해 대불련 중앙본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이다. 지회 불교학생회 홍보를 돕기 위한 포교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캠퍼스 포교물품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홍보에 다양화를 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중앙본부는 대불련에 총 4개의 산하조직을 창단했다. ‘대불련봉사단 다온’, ‘프로젝트그룹 불.나.방.’, ‘대불련기자단 불담’, ‘대불련연희단’이 그것. 대학생 불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활동 반경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함이었다. 지회가 사라진 대학의 대학생 불자들도 불교학생회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그 밖에도 올해 군종교구, 불교중앙박물관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몇 년 전부터 추진되던 일들의 성사였다.
“4개의 소모임을 창단하면서 성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여건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아요. 대학생 불자가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학생들은 원하는데, 제공되지 않았던 것들이었구나.’ 하고요.”
양 회장은 활동을 설명하며 군종교구와의 협약은 남학생들한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불교중앙박물관 업무협약도 마찬가지다.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보조강사 및 문화해설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고 그를 위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니, 봉사와 스펙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회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윤섭 부회장(23,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은 다양한 여건을 마련한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회장단이 전국 지회를 방문해 현장을 살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어려운 점을 정확히 알고 그 부분을 짚어주면 따르는 사람도 신뢰가 가죠. 시간 부족으로 만나지 못한 지회는 전화통화라도 했습니다. 지회에서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항상 도움을 주겠다는 걸을 보여줬고, 지회장을 맡았던 경험을 나누어 함께 컨설팅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이렇게 홍보 해’, ‘빨리 해’가 아니라 ‘함께 하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죠. 그래서인지, 작년 말 사람이 없어 폐쇄를 고민한다던 지회들이 이번 신학기 모집으로 회원이 생겨 함께할 수 있겠다며 연락해왔습니다.”
덧붙여 중앙본부에서는 중앙본부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다가오는 5월에는 연등회와 템플스테이가 기다리고 있다. 5월 5일에는 ‘대브리데이 탬플스테이’를, 6월 2일은 ‘심야 오싹오싹 템플스테이’를 준비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올해 6~7곳 템플스테이를 마련했다. 5월 14일부터 18일까지는 518민주화운동에 나섰던 대불련 선배인 김동수 열사의 추모법회를 전국단위로 개최하기로 했다. 더불어 8월, 전국지부 도반들과 함께 할 ‘Young Buddhist Camp’를 기획하고 있다.
산하조직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분주하다. 기자단은 한국불교기자협회에 도움을 요청해, 5월 초 불교 언론사 기자들과 기사작성을 실습하기로 했다. 봉사단은 해외봉사를 추진 중이다. 지구촌공생회와 더프라미스와 논의해 6월 말에서 7월초까지 열흘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중앙본부는 허브hub라고 생각해요. 여러 자원을 이용해서 아이템을 기획해 지회로 전달하는 역할이요. 또 지회들의 참신한 포교 아이템이 있으면, 중앙이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 배포해, 좋은 아이디어를 지회에 함께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중앙본부는 1차 지부장단 회의를 열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1차 지부장단 회의는 17곳 학교가 참석해 자신들의 지회 활동을 알리는 시간이 되었다.
| 대학생들은 불교에 매력을 느낀다
“학생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경쟁에 시달려요. 삶은 고단하고 걱정도 많은데 자기 자신을 단련시키는 방법, 문제를 직면했을 때 해쳐나가는 자기만의 방법이 없어요. 그걸 불교를 통해서 알아가고 해소시키려는 욕구가 느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매스컴에서도 사찰과 스님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스님들께서 예능에 나와 ‘자기 자신을 살피라’는 말로 위안을 줍니다. 요즘에는 지부에서도 지도법사스님을 초대 하고 싶다는 요청이 늘었습니다. 법회 횟수도 늘고 있고, 참여자 수도 늘고 있어요. 이런 현상들 종합해서 봤을 때 대학생들이 불교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본부 실무자들은 “불교를 잘 모르지만 불교를 배우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 늘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있는 불교학생회에 교계 차원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없어진 불교학생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죽어가는 불교학생회를 살리는 것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지회가 사라지면 캠퍼스에서 대학생이 불교와 접촉할 기회가 사라진다. 그렇기에 지회 불교학생회가 없어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불련 총동문회도 그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응답했다. 대불련 총동문회 김관태 사무총장은 “대불련 총동문회는 ‘2018 총동문회사업’을 통해 대불련을 대상으로 포교 지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총동문회는 대학 전법 지원단 사업으로 올해 대불련 지회를 세 자리 수로 복원하고자 원을 세웠다. 그 방법으로 소멸된 지회의 복원사업을 펼치고, 불교학생회 동아리 방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더불어 불교학생회 홍보를 위해 청춘토크콘서트와 초청강연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금 대불련은 작은 보폭이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대학생 불자’라 면 불교계의 전문인재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 불자들은 ‘과한 기대’라고 말한다. “사실 대학생들도 불교를 알고 싶어서 불교학생회에 들어옵니다. 들어와서야 절하는 법을 배우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이제 막 배우고 있는 단계이니 ‘대학생들이 불교에 관심 있고, 불교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중앙본부 이 부회장은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학생의 상황을 고려한 ‘대학생 불교학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교계에서 힘써주신다면 대학생 불자들이 더욱 깊은 불교공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대학생 불교학교가 개설되면 청년 불자들이 불교의 가치를 배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