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미래, 어린이 포교 |
미래 불교의 주역인 어린이 포교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콘텐츠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린이 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의 수도 크게 모자랍니다. 어디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불광이 어린이 포교를 취재했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부족한지, 무엇을 활용해야 하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동안 어린이 포교에 헌신해온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수 십 년간 어린이를 위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담당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어린이 법회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살펴봤습니다.
01 어린이 포교와 콘텐츠 유윤정 |
어린이 법회가 없어질 거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불교계 어린이 포교가 활발히 일어났다. ● 특히 1982년 부산에서 결성된 부산불교어린이지도자회를 계기로 전국에는 어린이 포교 바람이 불었다. ● 1986년에는 사단법인 동련(이사장 신공 스님)의 전신인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가 창립했고, 1980년대 말까지 어린이 포교는 절정을 이뤘다.
| 아이들의 결정은 좋은 방향을 향한다
동련의 역사는 이제 36년을 넘고 있다. 부산 경남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인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동련은 어린이 포교 프로그램을 꾸리며 새싹 포교에 앞장서 왔다. 불교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연꽃문화제’ ‘배낭 메고 문화유산을 찾아서’ ‘찾아가는 어린이 법당’ ‘선재 어린이 전래놀이 한마당’ 등의 어린이 포교 프로그램이 동련이 걸어온 발자취다.
“동련의 최우선 가치는 어린이들의 즐거움입니다. 나란다 대회의 골든벨 형식도 그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죠. ‘학교에서도 애들이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또 시험을 봐야하나?’ 하는 생각으로 TV프로그램 ‘도전 골든벨’ 형식을 차용했어요. ‘웃고 즐기며 퀴즈를 풀자’는 취지였습니다.”
최미선(51) 사무국장은 “교육 제도 밖에서까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동련의 구성원들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동련의 활동은 경쟁보다는 자비와 연민, 그리고 협동과 연대를 지양한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순위를 매기기보다 서로 돕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동련의 구성원들은 항상 연구 중이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어린이 행사들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 어린이 법회를 잘 운영하고 있는 사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타종교의 어린이 관련 행사, 지방 자치단체들의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들을 살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방점은 역시 아이들이 즐기는 데에 있다.
“아이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해요. 표정에서 딱 드러납니다. 결국 아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오래가더라고요. 시대가 변해도 아이는 아이거든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다 보면 어느새 재미난 프로그램이 되요. 가랑비에 옷 젖듯 불교문화는 그 속에 스며듭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딱딱하게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동련에서 오랫동안 진행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그렇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형식이 조금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찰에서 1박2일을 보내는 어린이불교학교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단체로 사찰을 찾아가면 잠을 잘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절 마당이나 인근에 텐트를 치며 생활했다. 일종의 보이스카우트 같은 형태였다. 프로그램도 단순했다. 절에 와서 구경하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스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템플스테이 형식으로 바뀌었다. 만다라 그리기, 단주 만들기 등 구성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가까이에서 스님들의 모습을 보고, 사찰의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를 즐긴다. 최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더 불교적인 것에 호기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아이들이 절 생활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 미래를 맞이하는 길
어린이 포교가 힘들다고 하지만, 불교는 아직까지도 할 게 많다. 특히 아이들 인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며 진작부터 명상을 수업에 활용하는 곳이 생겼다. ‘명상을 통해 불교문화를 접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불안감이 적고 집중력이 높다’는 다양한 사례들도 어린이 포교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한 예다.
특히 인성 교육에 있어서 앞으로 불교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게 불교지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현재 동련에서 고민하는 몇 가지 방법들도 그런 맥락이다. 동련은 불교전문지도자들을 파견해 방과 후 수업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명상 법등을 알려주고, 학업에 필요한 봉사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스레 절을 찾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교육과 불교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불교의 가르침을 전할 지도자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동련이 매년 지도자 연수회를 개최하고 불교 전문지도자 교육 수업과 인성 교육 특강 등을 개최하는 것도 그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도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용 책자나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고 있다.
“절에 오는 아이들 중에 못된 아이 본 적 있으세요? 아이들이 떠들고 산만한 것은 그 아이가 못 되서 그런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런 아이들을 혼내며 가르치면 안 됩니다. 아이를 칭찬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아이도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줘요.”
어린이 포교에 종사하는 스님과 담당자들은 아이들의 선함을 알고 있다.
“좋은 법회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은 꼭 다시 절로 돌아온다”는 최미선 사무국장. 결국 어린이 포교 활성화의 성공 여부는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라고 말한다.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포교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방안에 대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 지도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스님들이 어린 불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사찰에 있을 공간을 마련하는 등 수십 년 동안 논의되었던 그 방법들을 시행하면 됩니다. 모두가 조금씩 마음을 내야 할 때입니다.”
결론은 행동과 실천이다. 전문가 몇 명의 힘으로는 어렵다. 어린이 포교는 미래를 위한 전법의 최전선이다.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오랜 기간 꾸준히 밀고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최 사무국장은 어린이와 어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똑같은 한 명의 불자다. 불자가 절에 오는 길을 없앤다면, 지금의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어렵다는 말만 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산문을 더 개방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최 사무국장은 말했다.
“10여 년 전 함께 어린이 포교하던 한 스님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린이 법당은 곧 사라질 거야.’ 그 스님을 만날 때마다 ‘스님이 틀리셨네요’ 하며 같이 웃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준다면 어린이 포교는 금세 호황을 누릴 것입니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많이 베풀어 주세요. 우리 모두가 마음을 열어 어린 불자들을 사랑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