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의 숨소리가 가라앉고, 일만의 슬픔이 한 곳에 모여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아침이면 바다안개 자욱히 피어오르고
저 멀리 관매도와 팽목항 사이,
꽃 같은 아이들이 잠든 곳,
그 바다 앞 땅끝마을 작은 절 미황사에
갈 길 잃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부처님이 나툰다.
장정들 입에 수건 물고 작은 신음조차 속으로 삼키고
걸개 그림에 수놓아진 부처님을 불러 일으켜 세운다.
일만의 숨소리가 가라앉고, 일만의 슬픔이 한 곳에 모여
뜨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쓰다듬는다.
연민의 눈길로 그들과 눈 맞추고,
미황사 부처님의 시선은 바다로 향한다.
누런 해가 돋고, 흰 달이 뜨는 그곳에서
모두 살아 있으라! 모두 살아 있으라!
소리 없는 메아리 하늘로 바다로 퍼진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공양으로 마음을 나누고
아픔을 서로 보듬고, 이제 새로운 내일을 기원하니
저 높은 곳 부처님 땅으로 내려 오신다.
사진. 최배문
글. 유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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