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멀어져갔다. 비는 흙을 외면했다. 계절이 가물었다.
장마에도 비는 짧고 굵게 내리고 떠났다. 흙의 기다림은 마른 먼지만 일으켰다. 청주 마야사로 향하는 날은 촉촉했다. 새벽까지 흙은 충분히 갈증을 풀었다.
감로수랄까? 단비였다. 5개월 전 인연의 목마름을 해결했다. 삼척 천은사 포행길을 비와 동행했던 동은 스님의 도반이 마야사에 있어서다. 청주에 있는 동은 스님의 도반을 찾아온 길에 비가 동행했다. 동은 스님의 도반이 가꿔 놓은 마야사 정원에 세 들어 사는 초목도 밤새 목을 축였다.
시인 정호승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했다.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라’고 했다. 비가 물러가고 금세 따가운 햇볕이 내려왔다. 대웅전 처마 끝 풍경이 전하는 바람 소식을 초인종 삼고, 동은 스님의 그리움과 함께 마야사 정원에 들었다.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