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산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를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자주 쓰였던 답변이다.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우리가 오르내리는 산, 그곳엔 누가 있을까?
천혜의 자연을 선사하는 국립공원, 그곳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 궁금해 국립공원공단을 찾았다.
사진. 유동영
| 산도 바다도 문화도 국립공원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자연 생태계와 문화경관의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보호지역이다. 그 보호지역, 한국의 국립공원은 22개다. 그것도 산악형, 해상·해안형, 역사·문화형으로 나뉜다. 역사·문화형은 경주, 해상·해안형은 한려해상, 태안해안, 다도해해상, 변산반도가 국립공원이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산이 포함된 산악형에는 지리산, 계룡산, 설악산, 속리산, 한라산, 내장산, 가야산, 덕유산, 오대산, 주왕산, 치악산, 월악산, 북한산, 소백산, 월출산, 무등산, 태백산 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관리하는 한라산을 제외한 21개 국립공원을 보존한다.
: 탐방관리이사는 생소한데요.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2018년 8월 1일부터 공단에서 탐방관리이사 업무를 수행 중인 김상기입니다. 탐방관리이사는 공단의 탐방복지처와 시설처, 북한산생태탐방원 등 8개 생태탐방원과 국가지질공원사무국 업무를 총괄합니다. 국민이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건강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하도록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탐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공단의 설립목적이기도 합니다.”
: 공단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뭔가요?
“생태 건강, 국민 행복, 안전 중심, 전문 관리가 핵심가치입니다. 이 핵심 가치를 구현해 자연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겠다는 게 공단의 약속입니다.”
: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단이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자연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두 축으로 국민 참여 확대 및 공공성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 복원, 교란·외래 생물 제거 등 고유 생태계 회복, 생물서식지 환경 관리 등이 자연보전에 해당하는 일이에요. 지속가능한 이용 관련 업무는 국립공원이 주는 즐거움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야영장, 탐방원, 이동탐방안내소 등 저지대 체류형 시설과 환경 교육 시설 운영 그리고 환경성 질환 등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탐방 프로그램들이죠. 특히 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석 등 자연재해 위험지역을 사전 정비하고 국립공원구조대를 전 공원에 배치하는 등 안전 문화 정착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 코로나19도 못 막은 국립공원 탐방
공단에서 보존·관리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국립공원은 한 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찾아올까? 2019년에는 4,300만 명이 국립공원을 탐방했다.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는 코로나19로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산을 오르고 있다. 평소보다 많다. 단체로 등산하기보다 혼자 또는 몇몇 소수가 함께 국립공원 내 산을 찾는 트렌드도 생겼다. 20~30대가 산을 찾는다!
: 최근 코로나19에도 도시 근교 국립공원 탐방객이 무척 늘었습니다.
“북한산, 계룡산, 치악산 같은 도심형 국립공원은 탐방객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이상 증가했어요. 폭발적입니다.”
: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국민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에 자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 혹은 386세대로 불리는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졌던 산행 문화가 코로나19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던 20~30대 젊은 층으로 그 폭이 넓어졌어요. 이들이 국립공원 산행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었죠. 산 어느 지점에 가서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그들이 입는 레깅스 등 편한 복장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에 안전한 산행을 위한 공단의 정책은 뭔가요?
“8월 6일 현재, 국립공원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전국 국립공원 현장에서 직원, 자원봉사자 및 민간협력구조단 등 약 1만 1,000여 명이 참여하는 탐방 거리 두기 캠페인을 3,200회 이상 실시했어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2월 24일부터 야영장, 생태탐방원, 대피소 등 밀폐된 공간을 사용하는 체류형 시설을 전면 폐쇄해 접촉 감염을 막았죠. 현재는 탐방객이 많이 사용하는 화장실, 탐방지원센터, 주차장 등 다중이용시설 743개소에서 주기적인 소독과 방역 활동을 시행 중입니다. 산행 중 2m 거리 두고 걷는 안전 산행 거리 유지, 산행 중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등을 다양한 캠페인은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 국립공원 생태 지켜온 불교
김상기 탐방관리이사는 부임 직후 두 달 동안 전국 21개 국립공원에 있는 사무소, 탐방원 등 시설 30여 개소를 전부 찾아가 현황을 파악했다. 3,000명에 가까운 인력과 한 해 3,700억 원을 쓰는 공공기관의 경영직 소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입술이 트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고. 한 사람의 불자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았고, 후손에게 이 훌륭한 자연을 훼손 없이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로 불교와 인연을 맺고, 서울 조계사에서 일했다. 당시 불교계의 대사회적 역할을 고민했고, 통일, 환경, 복지 중에 그는 환경을 택했다. 서강대 야간대학원에서 수학하며 환경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15년 동안 쉬지 않고 사단법인 환경정의와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으로 책임을 다했다. 불교와 국립공원의 연결고리로 그가 쓰이고 있는 이유다.
: 사찰에는 산감이라는 소임이 있었고 사찰림과 생태를 보호해왔습니다. 국립공원 내 사찰은 몇 곳이나 있나요?
“총 338곳이 있습니다. 전통사찰은 104곳이죠. 그중에는 9개의 교구본사가 있어요. 설악산 신흥사, 오대산 월정사, 속리산 법주사, 가야산 해인사, 지리산 화엄사와 쌍계사, 내장산 백양사, 경주 불국사, 제주 관음사입니다. 그리고 국립공원 내 국보와 보물 100%가 성보문화재입니다. 국립공원과 불교는 밀접한 관계가 있죠, 산림이 피폐화될 때 산림을 지킨 분들이 사실 사찰의 스님들이세요. 산감이라는 소임이 있을 정도입니다. 산에 깃든 생명에 대한 애정이 컸죠.”
: 한 사람의 불자로서 공단 탐방관리이사로서 탐방객들에게 추천하는 국립공원과 사찰이 있다면?
“태백산을 추천합니다. 유일사를 지나 장군봉, 천제단, 문수봉, 당골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코스를 권합니다. 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느낄 수 있는 천제단이 있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흙산이라서 탐방로도 좋아요. 겨울 산행을 권합니다. 설악산도 빠질 수 없죠. 한계령에서 대청봉, 중청을 지나 신흥사로 내려가는 코스가 아주 수려합니다. 백담사는 만해 스님이 머물면서 여러 저작을 남겼고, 백담사 앞 계곡에 쌓인 무수한 돌탑도 탄성을 자아냅니다.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천왕봉에서 법계사로 내려가는 길이 좋아요.”
: 국립공원을 찾는 수많은 탐방객에게 당부할 말씀은?
“국립공원은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 안에 존재하는 야생동식물, 바위와 계곡 모두 매우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주세요.”
김상기 탐방관리이사는 국립공원은 그 안에 깃든 모든 존재가 존중받고 보호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긴 국립공원의 역사에서 탐방관리이사 소임을 사는 시간이 짧을지라도 행복하단다. 전국 국립공원 그곳에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보존하는 ‘파워레인저(Ranger, 국립공원 관리자)’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