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얼마나 크길래?
2020년 6월 유튜브 자체 발표자료에 따르면 매월 20억 명의 사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하며, 이 수치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1/3에 이른다. 게다가 유튜브 사용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매일 1분마다 500시간 이상의 영상콘텐츠들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며, 매일 10억 시간 이상 영상콘텐츠들이 소비되고 있다.
유튜브 이용자들의 70%가 모바일기기를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며, 전체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의 37%가 유튜브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모든 인터넷서비스를 망라해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 한국불교는?
2018년 3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에서 주최한 72차 포교종책연찬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BTN’채널의 당시 구독자는 1만 2,916명이었다. 이후 2020년 11월, 31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BBS’채널은 2018년 3월 2,855명이었던 구독자 수가 현재 17만 명에 이르고 있다.
사찰의 경우는 조계사가 2010년 12월, 봉은사가 2012년 4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으며 한마음선원, 보각사 등 사찰들도 비교적 빠른 시기에 채널을 열었다. 하지만 2020년,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대다수의 사찰 유튜브 채널들은 유튜브를 위한 영상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 각 사찰에서 진행하는 법문을 담아두는 영상아카이브 형태로 운영됐다.
유튜브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사찰의 채널들은 전체 유튜브 태동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성장을 이룩하지 못했다.
그래도 조계사는 다년간 꾸준히 법문 영상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콘텐츠들을 제작해서 업로드하며 채널 개설 이후부터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는 정기법회이지만 사찰 행사 및 기도 영상들도 배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월정사, 해인사 등 사찰들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콘텐츠들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꾸준한 성과를 내는 사찰은 해인사다. 11월 기준 186개 동영상이 있으며 구독자 수는 1만 명에 이른다. 해인사TV 채널은 법문뿐만 아니라 사중 스님들의 토론과 대중 생활을 보여주고 소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대가 오기 전까지 불교계에서는 유튜브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 생긴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 11월, ‘불교’ 키워드로 유튜브에서 검색되는 국내 채널은 483개다. 하지만 그중 업로드하거나 스트리밍을 한 동영상 100개를 넘는 채널의 수는 72개뿐이다. 대다수 채널은 생긴 지 오래됐지만, 무관심 속에 묻혔다. 비대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 생긴 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채널도 있었다.
| 불교계 유튜브 상위 콘텐츠는?
통계를 낸 2020년 11월 17일 기준 불교계 유튜브 채널 구독자 상위 3개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BTN’, ‘요리9단 보현스님’이다. 조계종, 불교, 스님, 사찰 등 불교 유관 키워드로 검색해 데이터를 뽑은 뒤 중복 값을 뺀 결과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구독자 93만 7,000명에 달하며 동영상은 1,600여 개가 등록됐다. 이어 BTN은 구독자 31만 명, ‘요리9단 보현스님’이 24만 5,000명의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채널의 조회 숫자 상위 동영상은 ‘사주팔자’, ‘마음이 힘들 때 우울증 극복’, ‘진정한 부부간의 사랑’, ‘초혼, 재혼’,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관계’와 관련된 영상으로, 300만 조회수를 넘는 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해당 채널에는 즉문즉설 영상들과 별도 제작된 영상들도 꾸준하게 시청자들에게 호응 받고 있다.
불교계 방송국 채널들도 ‘108 대참회문’ 등 독경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제작해 올리며,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제법 있다. BTN의 주요 영상들은 뉴스 및 TV 프로그램들이며, 하루 4건 정도의 동영상 콘텐츠들을 정기적으로 업로드 중이다.
‘요리9단 보현스님’ 채널은 ‘오이장아찌’, ‘당면 강정’, ‘얼갈이 물김치’ 만드는 방법 등의 영상이 80만~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호응을 받았다. 보현 스님이 직접 건강한 요리를 만들고 꾸준하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영상을 제작 중이며, 주 3회 정도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BBS는 ‘법륜스님 토크콘서트’, ‘영인스님 천수경 독경’, ‘영인스님 신묘장구대다라니’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웃돌았다. 주요 상위 콘텐츠들은 경전 독경 및 법정 스님, 미스터트롯 임영웅 영상들이 있다.
|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채널은?
사찰 중에는 조계사, 제따와나선원, 보각사, 한마음선원 등이 정기법회 법문을 위주로 동영상 콘텐츠들을 송출하고 있다. ‘제따와나선원’ 채널은 본격적인 활동을 2018년 6월부터 시작했다. ‘일묵스님 5분 법문’ 콘텐츠를 기획해서 꾸준히 송출했고, 이후에는 스님의 법문과 강의들을 영상과 음성을 통해서 꾸준하게 배포하고 있다.
월정사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오대산 월정사’ 채널을 통해 매일 ‘월정사 열린선원 불꽃속에 피는 연꽃 아침정진’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면서 기도하고 참선하는 스님들의 실황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중대적멸보궁TV·실시간보궁기도’ 채널을 통해 24시간의 적멸보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거리가 멀어서 가지 못하는 불자들에게 기도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화계사의 경우 구독자 수와 동영상의 수는 아직 부족하지만 ‘삼각산 화계사’ 채널을 통해서 꾸준히 법회와 법문을 스트리밍하고 있으며, ‘화계사 불교대학 TV’, ‘화계사 불교대학 2TV’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사찰 불교대학의 콘텐츠를 강의실 안에서 만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불교계 단체 중 불광미디어는 2018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열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구독자 3만 4,700명을 돌파했다. 불광미디어에서 주최했던 붓다빅퀘스천 영상을 시작으로 불광출판사 저자인터뷰, 월간 「불광」 동행 취재 콘텐츠 등 동영상을 제작해서 공유하고 있다. 또 기존의 사업과 별개로 새롭게 인문학 강연, 연찬회 등 유튜브만을 위한 별도 콘텐츠를 제작해서 배포하고 있다.
유나방송은 2019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다시 정비해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정목 스님의 따뜻한 목소리로 대중과 소통하고, ‘길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제시하는 유나’라는 슬로건으로 정현채 교수와 죽음학 강의, 고미숙 선생과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며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한불교진흥원에서는 ‘헬로붓다TV’ 채널을 개설했다. 이전 진흥원에서 진행했던 강연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꾸준히 강연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불교 언론인 「불교신문」은 ‘불교신문TV’, 「현대불교신문」은 ‘스튜디오 공’을 개설하고 불교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자주 주목받는 젊은 층의 독립 유튜버 아이고절런(개인유튜버 강산)과 고사리유랑단(조계종 포교원), 조계사 불짬뽕(조계사 채널과 별도로 개설) 역시 인터뷰와 사찰체험 등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 중이다.
| 무한한 기회 있지만 험난한 유튜브 세상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다수 사찰과 단체, 개인 채널들의 영상콘텐츠들은 조회수가 매우 낮다. 사찰들에서 올리는 정기법회와 법문 영상들의 조회수는 100회를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마찬가지로 경전 강의, 교리공부의 콘텐츠 역시 일부 유명스님의 법문과 강연을 제외하면 영상제작, 편집시간보다 전체 재생시간이 적다.
이러한 현상은 불교계 유튜브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영상이 잠재적 시청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채널 한쪽에서 사장되고 있다. 또 다수의 채널은 영상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지 못하고 문만 열어놓은 채 폐가가 된다.
불교계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나아갈까? 우선 구독자 및 조회수가 좋은 채널들과 그렇지 못한 채널들의 비교 및 분석이 필요하다.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는 콘텐츠는 아무리 내용이 좋고 의미가 좋아도 클릭을 부를 수 없다. 현대 디지털 플랫폼들의 노출은 사람의 선택보다 AI,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도와 조회수가 결정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때 개인의 능동적인 선택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목록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불교 콘텐츠와 대중이 공감하는 콘텐츠의 접점을 고심하는 것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각 플랫폼에서 자신들의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유튜브의 세계는 물리적 공간에 제한되지 않는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외한다면 시간의 한계 역시 뛰어넘는 플랫폼이다. 물론 각 채널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는지 능력과 상황을 판단해서 주제를 잡아야 한다. 만들고 싶고 잘 될 것 같은 콘텐츠라도 제작할 수 없는 콘텐츠는 그림의 떡이다. 콘텐츠를 결정했다면 당장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작할 때 장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훌륭한 카메라와 마이크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있다.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제작을 시작하면 너무 쉬워진 콘텐츠 제작 환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상담과 교육을 받는 것도 좋다.
영상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환경 역시 매우 중요하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채널을 개설하자마자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유명 연예인이나 특정 정치인 등 셀럽만이 가능한 일이다. 현재 유튜브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유튜버들은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오랜 무명의 시간을 거쳤고 지속적인 콘텐츠 업로드로 성장해갔다.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채널들이 지금까지 생존했고 또 성장하고 있다.
| 불교계 유튜브의 개선점
불교계 인재들을 활용하는 방식에도 각 사찰과 스님들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다. 유튜브 인기 콘텐츠인 ‘워크맨’ 채널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한 채널에서 스님이 고깃집, 매점, 헤어디자이너 등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없던 주제와 편집방식을 과감히 차용
했으며, 처음 영상은 1만 회 이상의 재생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나머지 영상들도 각각 2,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에게 선보였다. 상당히 성공한 콘텐츠이지만 해당 채널의 콘텐츠는 2020년 3월 이후 제작되고 있지 않아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 대중이 공감하는 콘텐츠 방향을 가늠하고, 콘셉트와 편집을 과감히 차용한 불교 콘텐츠들이 더 제작될 필요가 있다.
대중은 다양한 콘텐츠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홍보 채널인 ‘imagine your Korea’에서 만든 Feel the Rhythm of KOREA가 큰 인기를 끌었다. 각 도시를 돌며 풍광과 함께 한국 전통음악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각 영상은 누적 조회수 1억 6,000만 건에 이를 정도의 엄청난 조회수를 보여주고 있다. 대중은 새롭고 자극적인 것만이 아닌 전통문화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최근 「불교신문」 논설에서 유튜브 생태계에 대한 진단과 교육을 종단 차원에서 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아직 불교계는 분초를 다투며 달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에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고승들과 경전들에 관한 연구와 연찬회 등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결과물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3년 원빈 스님이 불광연구원 전법학술상을 통해 발표한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법교화 모형 연구’ 논문 외에는 크게 반향을 얻은 연구도 없어 보인다. 다수의 연찬회가 있었지만 이후 개선된 사항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 관한 가치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 절실하다. 지금의 불교 콘텐츠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21세기의 기술인 디지털 앞에서 과거의 기억만 논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불교계의 늦은 디지털화로 아이템을 놓치는 경우들도 상당수다. 최근 다시 조명받는 ‘명상’이 대표적이다. ‘명상’ 키워드로 검색되는 상위 채널들은 명상업체 또는 개인 명상가들이 선점하고 있다. 명상에 관한 대표적인 채널들은 구독자를 18만, 11만, 6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대중에게 명상에 대한 콘텐츠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단체와 스님들이 노력해서 한국불교의 명상을 바르게 지도할 영역이 있음이 분명하다.
| 한국불교 유튜브의 미래
혹자는 유튜브를 이미 레드오션이라 칭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과 개인이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고, 콘텐츠 포화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불교에는 무궁한 콘텐츠가 남아있다. 웰빙과 힐링 키워드에서 한국불교는 천혜의 자연과 템플스테이, 수행으로 대중에게 큰 공감을 받았다. 역수입 현상을 보였지만 명상 역시 뿌리가 불교임을 명확히 밝히고 대중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자발적인 콘텐츠 기획이 어려웠지만, 시대의 큰 물줄기에서 이고득락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왔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 이미 오래된 뉴미디어의 등장, 비대면의 일상화 시대에 한국불교는 어떤 콘텐츠로 대중과 공감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과 액션이 시급하다. 대중은 정직한 양질의 콘텐츠들을 기다린다.
글. 정승채(불광미디어 콘텐츠국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