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대학가에서 명상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대학이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콕 상태로 보내고 있다. 일 년 내내 비대면 수업을 들으면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기에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극심한 취업난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학가는 코로나 블루는 물론 학생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명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이 스트레스와 우울증과 불안감을 줄이고 숙면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명상하면 뇌의 대뇌피질이 자극을 받으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감정 조절이나 공감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대학가에서 마음챙김 명상 어플 등을 통한 명상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것.
조선대는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위해 비대면 상담 프로그램과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학 내 원스톱학생상담센터는 지난해 3월 30일부터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검사와 심리상담을 지원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절된 사회관계 및 대학생활에서 오는 학생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및 부적응 문제 해소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 만에 100여 건이 넘는 상담이 진행되는 등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또한, 학교 홈페이지에 ‘코로나19 극복 마음돌봄 Tip’을 공지해 스스로 적용해볼 수 있는 ‘마음돌봄 방법’도 안내하고 있으며, 재학생들의 심신안정을 위해 명상전문가가 운영하는 유료 명상 어플인 ‘마보’를 신청자에 한해 1개월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성균관대 영미문화연구소도 코로나19에 지친 학생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인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을 오는 새 학기부터 시작한다. 영미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명상과학 프로그램인 MBSR은 불안, 스트레스, 공황장애 같은 각종 정신적, 신체적 문제들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과학적 치유 모델로 호평받고 있으며, 미국 전역 750여 개 이상의 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앉기, 걷기, 먹기, 호흡, 바디스캔, 요가 등 다양한 내용들로 구성, 신체적 감각 지능, 감성적 공감 지능, 창의적 영감 지능, 맥락적 사유 지능을 개발하고, 몸과 마음의 균형 속에 타인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실천 능력 함양을 목표로 한다.
해외 대학가에서는 학생들과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 도입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학부위원회는 총 1,030명의 학생에게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 무료 1년 구독을 제공하고, 다른 모든 학생에게는 헤드스페이스를 연간 90% 할인된 7달러(약 8,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지만, 모든 학생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헤드스페이스와 같은 앱 기반의 명상 서비스가 학생들이 필요로하는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프로그램 도입 취지를 밝혔다.
보스턴 대학교도 지난해부터 학교의 웰빙 프로젝트의 하나로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와 제휴, 교수진과 직원들은 물론, 학생들 전원에게 헤드스페이스의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 개인의 고유한 로그인 정보를 이용, 보스턴 대학교 앱에서 바로 헤드스페이스에 쉽게 접속해 명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런칭 3주 만에 무려 2,7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가입하는 등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교내에 별도 명상 센터와 명상 랩 등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실리콘 밸리 인재의 요람인 스탠퍼드 대학교는 수준 높은 명상 센터와 프로그램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전 세계의 혁신과 창조력의 수도인 실리콘 밸리의 모태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학생과 교수진, 직원들 또한 극심한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겪을 때가 많다. 스탠퍼드 대학교는 2014년 이들의 정신건강과 웰빙을 위해 윈드호버 명상 센터(Windhover Contemplation Center)를 오픈했다. 일반적인 명상 센터의 구조와 달리 갤러리처럼 오픈된 공간 곳곳에 사람들이 편하게 앉아 자연스럽게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그 외 스탠퍼드의 멈춤 명상의 힘(The Power of the Pause Meditation Retreat at Stanford)이라는 명상 전문가가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탠퍼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주의력, 호흡 인지, 마음챙김, 감정조절, 가치 정렬, 자기 동정, 자애심 등을 훈련하는 수업으로 구성됐다.
영국의 명문대학교인 맨체스터 대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워크샵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호흡, 바디 스캔 및 이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자애와 공감을 기르는 방법 등을 포괄한 마음챙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우르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번잡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는 처음 명상을 시작하는 이들부터 명상 경험이 많은 이들을 위한 ‘명상 랩(Meditation Lab)’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법을 배우고 싶거나 지속적으로 명상을 하고 싶은 학생들을 겨냥하고 있다. 수업은 마음챙김 명상을 다년간 진행한 전문 상담사가 진행하고 있으며, 세션마다 1, 2개의 명상을 진행하게 된다. 명상은 오프라인 클래스에서 그룹으로 진행되며, 또 앱을 통해 학생들이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명상을 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최초 마음챙김 명상 어플 ‘마보’의 유정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20대 사용자가 부쩍 늘었으며, 마보에 오는 사연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이전부터 취업, 연애, 학교생활 모두가 불확실하고 낯선 요즘의 20대들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준비가 돼 있는 세대였다. 앞으로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 마음챙김 명상은 마치 몸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운동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