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바람·물·땅 기운이 만든 21세기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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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바람·물·땅 기운이 만든 21세기 자연과학
  • 강상구
  • 승인 2021.03.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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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가 말하는 풍수과학

풍수지리는 자연공간에 흘러 다니는 공기 즉, 바람 기운을 해석해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에 접목함으로써 피흉취길(避凶就吉)하려는 학문 분야다. 풍수지리설의 이론은 크게 죽은 사람들을 묻는 터나 납골 공간을 정하는 음택(陰宅)과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제반적 공간을 선정하는 양택(陽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풍수지리는 인간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에 관한 환경결정론으로 해석되는 만큼 풍수이론을 접목한 현대 학문의 분야는 건축학, 생태학, 지리학, 조경학, 고고학 등 다방면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명당을 찾는 대표적인 방법에는 간룡법(看龍法)·장풍법(藏風法)·득수법(得水法)·정혈법(定穴法)·좌향론(坐向論) 등이 있다. 간룡법은 조사대상으로 보이는 전체적인 산의 변화와 땅의 상태를 관찰해 좋고 나쁨을 가리고, 장풍법은 관찰하고자 하는 대상을 기준으로 주변 바람의 모임과 흩어짐의 상태를 살핀다. 득수법은 물의 존재와 흐름 상태를 보아 이들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정혈법은 지반의 안정된 기운이 모여 있는 혈(穴,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는 땅과 바람의 정기가 모인 곳) 자리를 선정하는 이론이다. 좌향론에서는 목적대상의 방위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위의 5가지 법칙을 적용해 터를 선정하는 이유는 그 터에서 예측되는 좋고 나쁨의 기운을 가려 보다 좋은 기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풍수지리적 명당기운 구조로 평가하는 땅에는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과 산과 물길에 둘러싸여 부드러운 바람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풍포수(藏風抱水) 지형이 있다. 풍수지리에서 다루는 땅과 물 그리고 바람 속에는 산소, 질소, 인, 칼륨 등 다양한 기초원소를 비롯해 많은 물질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공기의 움직임인 바람의 이동은 곧 물질의 이동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명당기운 구조는 바람이 모이는 장풍의 조건을 전제로 하는데, 이때 장풍의 상태는 공기에 들어 있는 물질들이 모여 있는 원리와 같다. 명당 구조에서 공기 중의 물질은 적정한 온도상태를 유지하는 기운으로 생활에 도움을 주는 동조에너지로 평가하는데, 이는 나쁜 영향을 주는 냉한 기운의 간섭에너지에 비해 주변의 기압이 높고 쾌적함이 유지되는 기운이다.

좋은 기운의 땅이 가진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조사대상 땅의 견밀도(토양의 수분 상태에 따른 딱딱하거나 치밀한 정도)가 높아 지반이 무너지지 않고, 냉한 바람과 냉수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되며 평균 지온의 변화가 크지 않는 건강한 장소여야 한다. 둘째 대상지 주변의 지형, 지세가 울타리 담장 역할을 하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공간이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람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공간 장치가 있다. 셋째 물길이 사방을 둘러싸서 흐르거나 모여들 수 있는 주변 여건이 만들어져 있어 신선한 공기의 순환이 항상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일조량이 장시간 유지돼 적정온도가 유지되는 곳이어야 한다. 

 

풍수지리 미신 아닌 과학적 이론

과거의 풍수는 조상신을 운운하는 ‘미신’이라거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험적인 그 무엇’이라는 단편적인 개념의 동양철학 범주 안에 국한해서 비과학적 분야로 회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바람과 물, 땅이라는 현상적 요소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 등 현대 물질과학이라는 영역으로 설명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의 대상을 임의로 선정해 그에 대한 일정한 이론체계를 세워 학문적으로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 전부를 과학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론적 체계를 갖춘 대상이 생물이나 무생물 일지라도 생장소멸(生長消滅)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법칙성을 갖는다는 게 설명된다면 그건 과학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풍수지리가 과학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연구대상은 객관적 사실성을 담보해야 한다. 둘째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이론적 체계가 있어야 한다. 셋째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원인을 분석해 지속적인 결과 또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할 수 있으면 과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풍수지리를 품고 있는 자연은 크게 하늘·땅·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공간이라는 거푸집과 지구권이라는 형틀로 존재한다. 풍수에서 공간이란 하늘은 천정, 산은 벽체, 평지는 바닥으로 해석한다. 이들을 평면도로 나타내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풍수적 공간개념인 사신사(四神砂)다. 사신사란 대상의 공간 주변에 배치된 좌청룡(左靑龍)·우백호(右白虎)·전주작(前朱雀)·후현무(後玄武)의 배치로 전후좌우에 위치한 자연의 상태를 말한다. 사신사의 크기·방향·토질 상태에 따라 대상 공간에 머무는 바람 기운이 많은 차이를 나타내기에 명당의 지형과 지세를 파악하는 데 있어 사신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림1)   경남 함안군 대산면 일대의 평면적인 명당지형. 출처 네이버 위성지도. 

<그림1>에서 사신사로 둘러싸인 지역 A·B·C·D·E에 제공되는 바람의 상태는 풍질·속도·온도·압력 등이 각각 다르다. 주변 산과 물길·들판·공간의 크기나 땅의 높이·두께·지질구조 그리고 땅의 기울기·넓이·물의 양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풍수이론을 적용해 이들 지역의 물리적 현상인 온도·기압·습도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산과 물과 평지 사이에서 형성되는 자기장의 상태를 연역적(A이기 위해서는 B여야 한다고 추론하는 것)으로 비교분석 할 때만이 객관성을 확보하게 된다.

A·B·C·D·E 각각의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냉한 강바람에 노출된 A지역과 산이 있어 냉하지 않는 바람이 머무는 C지역에는 바람 기운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때 바람이 들어오는 출입구나 창문의 위치 및 크기, 단열 상태에 따라 주거공간 내부의 기운도 달라진다. 이러한 내부기운의 차이는 곧 건강에서부터 삶의 질과 수준의 차이로 나타난다. 만약 풍수지리 기초이론을 적용해 건축하게 되면 온도를 가진 빛과 습도를 가진 바람이 자연적으로 공간 내부로 들어와 모여 쾌적한 동조에너지가 된다. 쾌적한 분위기는 물질을 수반한 공기압을 동반하기에 이는 과학적 물리량으로 설명될 것이다. 물리량 값이 산출된다면 이는 주어진 공간의 쾌적한 공기압으로 명당기운의 값이 될 것이다. 

 

선대묘소와 후손 번영의 상관관계   

물과 바람의 흐름을 유도하는 땅이 명당을 결정하고 또 후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풍수 공학 논문을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필자의 학위 논문인 「후손 개체 수 변화에 미치는 묘소 경사도의 영향」이다. 이 논문은 선대묘소가 위치한 땅의 경사도가 후손(남자)의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있다.

(그림2) 완경사와 급경사의 구분기준.
(좌)경사도 값을 산출한 공식으로 a는 밑면 거리, b는 높이다. (우)평지개념의 산 능선 위치에 설치된 묘소의 경사도를 측량하고 있다. 평지에서 보이는 지반의 안정도는 경사지보다 높다.

표본대상의 조사방법은 이렇다. 첫째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5대 후손을 배출할 때까지 묘소이장의 경험 없이 현존하는 선대묘소를 대상으로 했다. 둘째 묘소가 위치한 산 능선의 기울기를 완경사와 급경사의 개념으로 구별했다. 셋째 조사한 타 지역 소재 25개 문중의 묘소 중 연구 목적에 해당하는 17개 문중의 67개 가문에 대한 268개 묘소를 표본으로 삼았다. 또한 객관성이 보장되는 족보를 통해 5대손 이상이 기록된 후손 남자 개체를 대수별로 조사 분석했다.

(표1)   완완·급급 경사도에서 나타난 후손의 개체증감률 변화.
(표2)   완급·급완 경사도에서 나타난 후손의 개체증감률 변화.

<표1>은 급경사에 위치한 묘소와 완경사에 있는 묘소의 후손 5대 동안 증가율을 통계처리 후 그래프로 나타냈다. 급경사에 쓰인 묘소의 후손 남자 개체 수는 평균적으로 1.3~1.5배로 유지되지만 자손이 끊어지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완경사지 묘소의 후손 수는 평균적으로 2.0~2.3배로 늘어나는 가운데 절손 비율이 낮았다. <표2> B는 완・급・완・급경사, C는 급・완・급・완경사가 번갈아 나타날 경우 후손의 증감 차이를 나타낸 그림이다. 즉, 선대묘소가 경사지에 있는 경우는 후손의 생산이 줄어들고, 평지의 경우는 후손의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울기 40% 이상의 경사도에 있는 선대묘소의 후손 가계도 조사에서 5대손이 이어지는 동안 생산 개체가 급격히 줄어들어 후손이 끊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평지에 있는 선대묘소 경우는 후손 개체 수가 번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로병사·부귀영화의 근거

인간이 여러 분야의 체계화된 학문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행복추구, 즉 삶에 있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각 개인에 대한 의식주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하다. 이차적으로는 건강과 재물 등 주변의 편리적 환경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로 이어지는 가계 및 계통의 연속성과 발전성이 보전돼야 할 것이다. 
풍수지리의 단어를 풀어 보면 바람(風)·물(水)·땅(地) 그리고 이들 서로 간의 상생상극과 조화·부조화 또는 균형·불균형의 이치를 설명하는 리(理)이다. 땅은 원인을 제공하고 물은 변화를 동반한 과정이며 바람은 결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이 동반된 풍수지리의 인과논리 속에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이론들이 존재한다. 앞서 선대묘소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살펴봤듯이 풍수지리는 바람·물·땅이라는 실체에서 비롯되는 기운이 생로병사나 부귀영화에 영향을 주는 기저기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풀어가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주거를 비롯한 모든 양택 공간과 묘지를 비롯한 모든 음택 공간의 선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수과학 분야는 21세기 과학의 다분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강상구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환경설계학과 겸임교수, 풍수공학박사로 창조환경연구소와 대한풍수지리학회 회원,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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