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봉암사가 눈에 어른거리는 것은 사부대중이 손수 종이를 붙이고 초를 넣어서 켜는 등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예불 마친 스님들이 줄을 풀어 등을 내리는데, 어쩌다가 그때까지도 불을 밝히며 남아 있는 등이 있다.
세 방향으로 법당 서까래를 타고 도는 송광사 불일암의 연잎 등은 도량의 일부인 것처럼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백장암의 등은 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서 있는 국보 제10호 삼층 석탑 둘레만을 밝힌다. LED 등이 박힌 태양열 전지 등이라 전선이 없다. 낡아서인지 몇 개는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깜박이는데, 천년 참선도량의 소탈함에 웃음이 난다.
글·사진. 유동영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