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a Tou Dharma Door
제 스승이신 영화 스님은 참선 교실에 온 학생들에게 우선 결가부좌부터 수련하라고 권장합니다. 처음부터 쉽게 하는 분도 있지만, 몸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건강이 나쁜 분들은 반가부좌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떤 자세로 앉든 핵심은 아픔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지입니다. 아픔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결가부좌로 앉으면 다양한 통증들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타들어 가는 느낌 외 다른 통증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로 찌릿찌릿 쑤시거나, 쿡쿡 찌르는 증상은 모두 유용한 통증입니다. 결가부좌같이 어려운 자세로 명상하면 자연스레 불평도 많습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은 온갖 불평을 다 받아내고도 번뇌롭지 않을 만한 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가부좌로 앉을 때 찾아오는 찌릿찌릿한 통증, 뜨거워지는 느낌, 쑤시고 결리는 느낌 등은 모두 좋은 증상입니다. 특히 찌릿찌릿한 느낌이 강하다면 곧 돌파할 징조입니다.
어떤 명상이든 수련하면 배꼽 주변에 기가 축적됩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명상할 때마다 그곳에 기가 축적되고, 그게 꽉 차면 온몸으로 순환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어떤 명상이든 하게 되면 기분이 좋습니다. 대부분 그런 느낌을 즐기고 좋아하죠. 하지만 그건 수행에 정체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에너지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처럼, 하루 내 소모된 에너지를 명상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은 편해집니다. 이건 아주 긍정적인 일이지만, 수행에서는 그냥 정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선을 지도할 때 진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모두 다 반드시 진전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도하는 선을 수련해도 안락을 얻고, 에너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다른 명상과 똑같은 이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방식으로 더 빨리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밀어붙이라고 권합니다. 그러니 한계를 넘어보세요. 그런 이유로 불편함을 견디고 더 오래 앉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결가부좌를 할 때마다 조금씩 더 오래 앉아보십시오. 그게 진전입니다. 그게 바로 육체적인 진전입니다. 오래 앉을수록 불편함과 통증이 증가하면서 경련과 같은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건 매우 좋은 징조입니다. 기가 흐르면서 막힌 부위를 돌파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첫 번째 경련이나 통증을 밀어서 돌파해 버리면 다시 정체하는 시기가 옵니다. 그러면 또 밀고 밀어서 돌파하며 계속해서 이 과정을 거쳐나가면 됩니다. 이런 게 모두 진전의 징조입니다.
대부분 의사나 명상 지도자는 멈추라고 말할 겁니다. 그건 단순히 아직 이해를 못 해서 그렇습니다. 매일 조금씩 앉는 시간을 늘려나가면, 자기 자신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모두 길들일 수 있게 됩니다. 몸은 더 강해지고, 마음은 더 명료해질 겁니다. 매일 조금씩 향상돼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원하는 것엔 항상 대가가 따릅니다.
참선은 문제 있는 부위가 어디인지 상관없이 몸을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치유합니다.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는 부위에만 자각이 생기는데, 그런 곳에 바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계속 선 수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게 바로 치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고, 집중이 어려우면 화두법을 비롯한 그 어떤 수행법으로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한국, 대만과 같은 동양 문화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참선법은 화두(話頭)입니다. 한국에서 꽤 많은 사람이 제게 ‘어떤 수행법을 하고 있는지’, ‘화두법은 아는지’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영화 스님은 제자마다 다른 방법으로 지도합니다. 어떤 제자는 화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 아닙니다”라고 답합니다. 이 대답을 듣고는 많이들 실망합니다. 제가 화두를 하지 않으니 수준이 안돼서 더는 물어볼 게 없다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그정도로 동양권에서 화두는 가장 높은 수준의 수행법으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화두는 무엇일까요? 화두(話頭)는 한자로 ‘말머리’라는 뜻입니다. 일본인은 이것을 ‘코안’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공안’이라고 합니다. 그게 바로 참선 주제입니다. 그 화두는 스승이 제자에게 주는 것인데, 받은 화두를 주제로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즉 ‘참화두(參話頭)’를 하는데, ‘참(參)’이란 앉아서 그 주제를 ‘관(觀, 자세히 보다)’, 즉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영화 스님은 제자들에게 화두를 많이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재가인 제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화두를 하려면 청정한 환경에 있어야 하고, 몰입할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엔 유명한 화두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 즉 당신이 태어나기 전 본래 얼굴은 무엇입니까”라는 육조대사로부터 유래합니다. 이런 참선 주제를 갖고 앉아서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태어나기 전 내 얼굴은 어땠을까?’, ‘뿔이 있었을까?’,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등 일단 앉아서 의문을 가져봅니다. 또 다른 유명한 화두로는 뭐가 있을까요? “한 손으로 손뼉 칠 때 어떤 소리가 나는가[隻手聲, 척수성]”입니다. ‘한 손으로 치는 박수는 무슨 소리일까?’라고 스스로 묻는 것입니다. 화두는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한 손 박수 소리는 뭘까?’라고 그 주제를 스스로 묻습니다. 오직 그 질문만 하는 것입니다. 앉아서 자기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만 하는 것입니다. 전혀 복잡한 과정이 아닙니다. 오직 앉아서 그 질문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것뿐입니다. 한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생각으로 따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화두에서 두 번째 생각으로 가면, 예를 들어 ‘어떻게 한 손으로 박수 소리를 내지?’, ‘한 손으로 박수 소리가 날 수 있나?’ 등의 생각이 올라옵니다. 이제 두 번째 생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생각은 ‘한 손의 박수 소리가 무엇인가’라면, 두 번째 생각은 ‘어떻게 한 손으로 박수 소리가 날 수 있지’입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더 이상 화두가 아닙니다.
화두는 오직 한 생각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한 생각, 즉 ‘한 손으로 치는 박수 소리가 무엇인가’ 그 외엔 두 번째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예를 들어 태어나기 전 본래면목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하는데, 잠깐 날 태어나게 해준 건 우리 아버지인데, 우리 어머니가 날 낳으셨는데, 내 얼굴 형태가 이렇게 된 게 두 분과 연관이 있을 텐데 등의 생각들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건 화두가 아닙니다. 그건 앉아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참선은 아닙니다. 그건 참선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참선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Meditation is no thinking). 참선하면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걸로 끝장입니다. 참선을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앉아서 태어나기 전 내 본래 얼굴이 무엇인가, 그것만 묻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생각은 뭐든 다 버립니다.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화두를 줄 때, 결가부좌, 호흡, 단전, 통증 등 이런 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냥 지침은 단 하나입니다. 그 화두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오직 한가지 지침은 “이것이 공안이다. 나가라”입니다. 그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화두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화두에 성공한다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승님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심인(心印, mind seal)이라고 부릅니다.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이심인심(以心印心, mind to mind seal)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화두에 호기심이 있다면 한 번 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떤 주제든 고를 수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누가 염불하고 있는가. 한 손으로 친 박수 소리는 무엇인가? 재미로 해보세요. 그리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한 가지 질문만 하십시오. 다른 건 다 떨쳐버리세요.
참고자료: 영화 선사의 영어 법문(2016년 4월 2일) https://youtu.be/6xalXaNOfOA
*덧붙이는 말: 수행과 불교 공부에서 생긴 질문이나 문제가 있으시면 댓글로 올려주세요. 대답해드릴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다음 글에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안(賢安, XianAn) 스님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영화 선사(永化 禪師, Master YongHua)를 만나 참선을 처음 접한 후 수행 정진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종교, 인종, 나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공원에서의 참선(Chan Meditation in the Park)’이라는 모임을 영화 선사의 지도하에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중심으로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미국 전역과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에게 참선 수행법을 소개해왔다. 영화 선사의 한국 방문 시 동행하면서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불법을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에서 영화 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스승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보산사(寶山寺, Jeweled Mountain Temple)에서 정진하다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 Jeweled Conch Seon Center)의 개원을 도우며, 참선(챤 메디테이션)을 지도하며 수행 정진 중이다. 불광미디어 홈페이지 연재를 비롯해 미주현대불교, 브런치 등에서 활발히 집필하며, 청주 BBS불교방송 라디오 ‘불교산책’에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2021, 어의운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