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수갤러리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조각가 고선례, 동양화 작가 리강, 문인 화가 이태호, 민화 작가 김연우, 문선영, 전지우, 지민선 기획전 '대한(大韓) 호랑이: 호랑이 나라에서 만나는 우리 호랑이'를 연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20세기 초반 일제의 대대적인 사냥 작전으로 사실상 멸종되기까지, 호랑이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 일명 ‘호랑이 나라’로 불렸다. 호랑이가 이 땅에 정착한 시기는 대략 만 년 전으로 본다. 우리나라 건국신화인 단군왕검과 7천 년 전에 그려진 울주 반구대 암각화에 등장한 호랑이가 이러한 추정에 신빙성을 더한다.
유구한 세월 동안 한반도 전역을 무대로 활동한 호랑이는 우리 조상에게 때로는 공포의 대상으로 때로는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조선시대 대표 실학자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는 수령이 제거해야 할 세 가지 악으로 도적과 귀신무리와 함께 호랑이를 꼽으며 그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민초들은 호랑이를 산군(山君) 산신(山神) 산중영웅(山中英雄)으로 부르며 사악한 기운을 막고 사람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받들기도 했다.
이러한 까닭으로 지명, 세시풍속, 설화, 속담, 문학, 예술 곳곳에 호랑이가 등장한다. 호랑이 부적, 호랑이가 등장하는 각종 산신도는 말할 것도 없고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옛날 이야기하며 우는 아이를 달랠 때 할머니가 들먹이는 “문밖에 호랑이가 왔다”라는 말은 호랑이가 우리 한민족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민족의 호랑이에 대한 사랑은 현대사회에서도 계속된다. 국제사회에 한국을 널리 알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호돌이’가 한국의 마스코트로, 2018년에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수호랑’이 한국을 대표했다. 현대 미술에서도 호랑이는 단골 화제로 등장한다.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와 조선 시대 민화에 등장한 호랑이가 현대 미술가들의 손끝에서 귀한 명맥을 이어가는가 하면 독창적이고도 재치있게 재창조된다.
전시를 기획한 양효주 학예실장은 “호랑이가 까치를 보며 짓는 표정하며 더덩실 춤추는 모습은 꼭 우리 민족의 흥과 익살스러움을 표현한 듯 친근하고 산맥으로 이어지는 푸른 호랑이와 붉은 하늘 아래서 눈을 번뜩이는 호랑이는 신령스럽고 기백이 넘친다. 모란꽃 피어난 호피와 비단 자수처럼 표현된 호랑이 베갯모는 장식적이며 힙(hip)하다. 과연 호랑이 나라답게 호랑이가 갖는 문화·예술적 의미는 실로 크며 그것의 창조적 표현력 또한 감탄스럽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세상살이가 힘겨운 이때 많은 이들이 호랑이의 용기와 기백을 본받아 힘을 얻고 꿈을 펼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