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지 20년이 됐다. 국민 81%가 인지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대표할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동시에, 호텔만으로는 다소 불안했던 숙박 수급 일부를 특색 있게 담당케 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 프로그램’으로 정의되고 있다. 간단하게 ‘짧은 절 체험’ 즈음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렇게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2005년 OECD가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세계 5대 문화관광상품’으로 선정했는가 하면, 2010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대한민국 10대 아이콘’에 뽑히기도 했다. 또 2014년 세계관광기구인 UNWTO ‘관광과 성지순례’ 국제회의 이후 세계적으로 성공한 종교관광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템플스테이를 관광자원으로
그렇다면 이런 템플스테이가 ‘다른 많은 불교 국가에는 없을까?’, 또는 ‘1,700여 년의 불교 역사를 갖는 우리나라에 이전에는 이런 게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외국에도 템플스테이나 유사한 체험은 많다. 일본의 몇몇 사찰 템플스테이는 우리보다 앞섰고,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소개한 바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부분 불교 국가들이 각자의 형태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일종의 요가수련원으로 볼 수 있는 아쉬람이 인도 관광객 전체의 평균 체류 기간을 세계에서 가장 긴 30여 일에 이르게 할 정도로 대단하다. 최근 국내에도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유럽의 가톨릭 수도원 체험도 비슷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불교계에선 오랫동안 사찰에서 숙박이나 체류를 할 수 있었다. 고려와 조선시대 대표적 지방 숙박시설인 원(院)을 불교계가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도객과 시험을 준비하는 과거 준비생,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나 휴양이 필요해 일정 기간 절에 머물던 행태는 지금껏 계속해 온 전통적인 절집 문화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템플스테이는 뭐가 특별한 것일까? 첫째, 정부와 불교계가 협력해 전통문화와 관광진흥이라는 목적을 갖고 불교 기구(한국불교문화사업단)를 통해 펼치는 국가정책이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 템플스테이가 개별 사찰의 독자적 사업이라는 점과 확연히 다르다. 두 번째로 외국 템플스테이가 운영사찰의 지리적 입지에 국한되는 개별성을 갖는 데 반해, 우리 템플스테이는 전국적으로 균형성 있게 운영되는 시스템적 사업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 성격이 종교나 문화사업 지원이 아니라 관광이라는 점이다.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국이 관광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시작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지원되기는 했으나, 2011년까지 담당 지원부서가 종무실에서 관광국으로 넘어간다.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지원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할 전통문화를 활용하는 관광정책으로 성격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템플스테이를 왜 관광 정책사업으로 지원했을까? 관광정책에서 국내관광은 국민 삶의 질 향상,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 문화예술의 지원육성, 국토 미화와 환경보전 등을 목적으로 한다면, 흔히 아웃바운드로 부르는 해외관광은 국민 삶의 질과 세계화 교육, 국민의 민간외교관 역할 등을 기대한다.
외국인의 국내관광인 인바운드는 외화 획득이라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며, 아울러 국제간 선린우호의 토대를 마련, 지역경제를 균형있게 활성화하는 목적도 있다. 문화와 예술을 다양하게 발전시켜 한국의 국제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미래형 전략사업
외국인의 국내 관광은 지난 60여 년 꾸준히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국제관광이 멈추기 전 2019년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1,750만 명이 한국을 찾는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년마다 발표하는 국제관광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2007년 42위에서 2021년 기준 15위로 상승했다.
몇 년 전까지는 일본의 인바운드 규모를 오랫동안 앞서다가 국제외교 등의 돌발변수로 뒤처졌고, 목표했던 성장추세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난관만 극복한다면 고용효과와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시장수요가 커지는 미래형 산업으로, 관광은 향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만한 전략산업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밝은 전망에도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사드 사태에서 보듯 시장으로서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다양하고 독특한 콘텐츠의 부족도 지속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이다. 외국인 관광은 서울과 부산, 제주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나머지 지역들은 충분히 유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에 있어 템플스테이의 역할을 기대한다. 템플스테이는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외국인 참가자가 65만 6,908명에 이른다. 처음 시작할 때 6,500명 수준이었으니 격세지감이다. 증가 추세는 통계와 트렌드로 봤을 때 계속될 것이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준다는 점에서, 세계문화유산 레벨을 갖는 한국 산사의 매력, 사찰음식과 불교 무술 등이 주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 동양적 신비성 등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고품격의 관광 미래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한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관광객의 국가별 구성비가 템플스테이를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가 구성비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중국이나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가 압도적이라면, 템플스테이는 유럽이나 미주 관광객이 많다. 템플스테이는 우리나라 관광에서 부족한 다양성을 메꿔주고 촉진하는 상품이 됐다. 누가 봐도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문화관광 콘텐츠다. BTS나 영화 <미나리>,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우뚝 선 한류와 함께 국가 이미지나 한국브랜드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의 균형적 관광 발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140개가 넘는 사찰에서 템플스테이가 운영 중이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몇 개 지역만 방문하는 불균형을 보이지만, 템플스테이는 전국적으로 산재해 이런 약점을 현저히 완화해 준다. 지역의 템플스테이가 그 자체로 관광목적이 되기도 하지만 지역관광의 수준을 높여주고 활성화하는 핵심 자원의 성격을 갖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템플스테이가 돋보이는 점이 하나 더 있다. 2021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61.6% 줄어들 때, 템플스테이는 15.5%만 감소했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일반 관광시장보다 외부충격에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좀 더 깊은 연구를 해봐야겠으나 관광수요가 워낙 외부환경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템플스테이는 한국 관광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보완·해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국가 관광정책으로 추진하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초빙석좌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전문위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관광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