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조각사에서 희소한 가치를 지닌 건칠보살좌상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6월 30일 건칠보살좌상, 『묘법연화경』 등 고려 말~조선 초 불상과 조선 초기 불경, <장조 태봉도> 등 유례가 드문 조선왕실 태실 관련 그림 3점 등 총 6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은 고려 말〜조선 초에 제작된 보살상이다. 머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두 손은 설법인(說法印, 설법할 때 손 모양)을 결한 좌상이다. 흙으로 빚은 소조상을 만든 뒤 그 위에 여러 겹의 천을 바르고 옻칠한 다음 소조상을 제거하는 건칠(乾漆) 기법으로 조성된 보살상이다.
보물로 지정 예고한 건칠보살좌상은 124.5cm의 큰 규모에 근엄하면서도 정교한 장식성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된 비례감과 중후한 신체 표현 ▲사람 손처럼 양감을 강조한 두 손 ▲ 자연스럽게 땋아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석영재질의 눈동자를 별도로 만들어 넣는 등 사실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정교함은 얼굴에서 풍기는 근엄함과 넓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장대함이 서로 대조되면서 당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칠불상은 신라 말~고려 초 제작으로 추정되는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이다. 다음으로 10세기 초 제작으로 추정되는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건칠불 사례는 20여 점에 지나지 않으므로 보물로 지정 예고된 건칠보살좌상은 불교조각사에서 희소한 가치를 지닌다.
문화재청은 “후대의 보수 흔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작 당시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고, 현존하는 건칠보살상 중 가장 규모가 크며 중량감 넘치는 조형미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라며 “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에 유행한 건칠기법과 공예기술이 모두 반영됐다”라며 보물 지정 예고 이유를 밝혔다.
‘금동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金銅阿彌陀如來三尊像 및 腹藏遺物)’은 복장 발원문에서 1333년(충숙왕 2)에 조성된 사실이 밝혀진 불상이다. 본존 아미타여래상과 좌우 협시인 관음보살(觀音菩薩),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로 구성됐다. 고려 14세기 삼존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췄고, 편년의 기준이 되는 도상과 양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불교조각사에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특히 이 삼존불은 시주자인 장현(張鉉)과 그의 처 선씨(宣氏), 김진(金稹), 이겸(李謙) 등이 발원자로서 제작에 참여했음을 발원문에서 알 수 있다. 삼존불을 시주한 김진과 이겸은 고위관직을 지낸 인물들로서 원나라 태황태후를 하례하거나 중요 불사에 참여한 행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 불상의 역사적 가치를 더해준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1405년(태종 5) 음력 3월 하순 안심사(安心寺)에서 조성한 불교경판을 후대 인출한 경전으로서,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이다. 동일 경판에서 인출된 판본 중 이미 보물로 지정된 자료와 비교할 때 시주자와 간행정보가 모두 확인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며, 특히 이 중 권1~3은 매우 희소한 권차라는 점에서 자료적인 완전성이 높다.
청도 도연사 소장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불경 출판인쇄 경향과 각수의 변상도(變相圖) 제작 수준, 고려 말〜조선 초 불교사상의 경향을 추적할 수 있는 원천정보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 전반적으로 보존 상태가 온전하며, 완질본이라는 점도 보물 지정 예고의 이유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태실과 주변 풍경을 그린 <장조 태봉도>, 순조의 태를 안치한 보은 내속리면 사내리의 태실 형상과 주변 지형을 그린 <순조 태봉도>, 예산 덕산면 옥계리에 마련된 헌종의 태실과 주변 경관을 그린 <헌종 태봉도> 등 그림 3점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순조 태봉도>는 법주사 중심 법당인 팔상전을 비롯한 수정봉, 거북바위, 문장대 등 속리산 일원의 주요 경관이 잘 묘사됐다.
문화재청은 ‘장조 태봉도’ 등 6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