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처용)의 아내는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疫神)이 그녀를 흠모해 사람으로 변하여 밤에 그의 집에 가서 몰래 함께 잤다. 처용이 밖에서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곧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물러났다. 노래에 이르기를,
“동경(東京) 밝은 달에, 밤들도록 노니다가,
집에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구나.
둘은 내 것이고 둘은 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뺏겼으니 어찌 할꼬.”
라고 하였다. 이때 역신이 본모습을 나타내 처용 앞에 꿇고 말하기를, “제가 공의 부인을 부러워하여 지금 그녀를 범하였습니다. 공이 이를 보고도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으니 감동하고 이를 아름답게 여기는 바입니다. 맹세코 이제 이후로는 공의 형용(形容)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이 문에 처용의 형상을 붙여서 사귀(邪鬼)를 피하고 경사를 맞도록 하였다.
__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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