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두 언 | 광덕 스님
새해가 열리는 이 시점에 서서,
저희는 이 한해동안 결코 누구와도 대립하지 아니하고 평화와 자비로 불자의 뜨거운 우정을 지켜나아갈 것을 서원합니다.
형제와 이웃과 온 겨레와 내지 온 중생에 이르기까지 한몸인듯 사랑하고 이해하고 도와가며 지내겠읍니다. 이렇게 하여 불보살님의 거룩하신 뜻과 하나가 되며 이 천지간에 있는 일체와 더불어 조화하고 협조하겠읍니다.
범부들의 감각적 인식이 보아내는 이 세상에 있는 장단(長短)·호오(好惡)의 차별적인 모든 현상은 이것이 모두가 있는 것이 아니오며 실로는 그것이로 되 그것이 아님을 믿읍니다. 이 모두는 감각과 사유(思惟)와 분별의식을 넘어서 있는 부처님의 크옵신 생명의 나툼이므로 저희들은 부처님을 대하듯 모든 사람을 섬기고 감사하겠읍니다. 그러하올 때 천지만물 일체중생이 부처님의 자비 위덕을 발하여 저희를 돕고 키우고 보살피는 것을 굳게 배웠읍니다. 아무도 저희를 구속하지 못하며 아무도 저희를 해코져 하지 않으며 아무도 저희를 재앙 속에 밀어넣을 자가 없읍니다. 험난 속을 나아가도 위험이 없고 병고나 장난이 있더라도 즉시에 사라지며 바라는 바 아름다운 소망은 그 모두가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어김없이 채워짐을 굳게 굳게 믿사옵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일신에 병이 생기는 것은 마음이 조화를 잃었거나 부모형제나 이웃들과 원망하고 대립하거나 부처님 뜻과 어긋난 증거이므로 이러한 때 저희들은 지심으로 참회하고 화합하고 몸과 마음을 바쳐 일체에 감사하겠읍니다.
경 말씀에 『일체중생을 섬기되 부모와 같이 하고 스승과 같이 하고 아라한이나 내지 부처님과 같게 하라』고 말씀하셨으며 그러할 때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이 우리의 것으로 흘러 들어온다고 말씀하셨읍니다.
저희들은 맹세코 어느 때나 부처님께 감사하겠읍니다. 나라와 겨레에 감사하겠읍니다. 조상님과 부모님께 감사하겠읍니다. 형제에게 감사하겠읍니다. 아내에게 감사하겠읍니다. 남편에게 감사하겠읍니다. 자식들이나 아랫사람이나 모든 벗 모든 이웃들에게 감사하겠읍니다. 아무런 조건없이 진정으로 감사하겠읍니다. 저희들이 이와같이 조화하고 화목하고 섬기고 사랑하는 곳에 불보살님은 저희들과 함께 하시며 부처님의 위덕은 거침없이 나타나시는 것을 깊이 배웠읍니다.
저희들은 이 서원이 저희들만의 서원이 되지 아니하고 모든 동포·형제의 서원이 되도록 정진하겠읍니다. 그리하여 저희의 동포·형제 모두에게 착하고 슬기롭고 용맹스런 힘이 넘쳐나고 나아가 이 아침해의 찬란이 온 인류 온 중생의 가슴 속에 부처님의 위력이 길이 빛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글은 1976년 1월호(통권 15호) 신년호에 권두언으로 실린 광덕 스님의 글 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