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눈부신 뇌과학의 발전은 뇌의 건강, 특히 뇌질환 관련 새로 운 병리적 인과의 발견과 치료 방법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불교 수행(修行)이 인지기능이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 주기도 했다.
이제 명상이나 수행 관련 뇌과학 영역에서의 논문은 여러 방면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뇌과학의 발전은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 크나큰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뇌과학은 아직 풀어내지 못한 숙제가 많다. 사실 뇌과학은 주로 인지/인식 관련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뇌 연구에서, 불교적 관점의 이해나 검토를 한 것은 인지/인식 영역에 제한된 편일 수밖에 없다.
뇌과학은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주체성의 문제라든가, ‘내’가 뇌의 어느 곳에 있느냐 등의 문제와 같은, 사변적/주관적 성격의 문제는 연구 대상이 될 수 없다. 뇌 신경학적 상관물(neurological correlates)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뇌과학은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는 인간의 심리적 양상이나 행동 특성에 대해, 그것의 뇌 신경학적인 상관성을 밝히려는 게 주목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뇌과학과 불교적 이해와의 관련성을 찾는다면, 가령 전오식(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이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뇌의 어느 회로를 거쳐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밝히는 범위 정도의 일이 된다.
물론 감정이나 장단기 기억 등의 신경회로를 밝힌 것도 뇌과학의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거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의식/마음/정신이란 것의 연구에 대해선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최근에 와서 의식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뇌 신경학적 상관물의 근거를 찾아냈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 의식에 대한 연구 결과는 대개가 가설에 불과할 뿐, ‘검증’이 되지 않은 추론에 불과한 실정이다. 뇌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뛰어든 일군의 신경철학자들이 있지만, 이들도 뇌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견해가 분분하다.
신경과학 철학자들 가운데는 마음/정신이란 것의 실재를 믿지 않는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마음/의식의 확실한 뇌 신경학적 상관물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뇌과학자 가운데, 특히 행동주의 신봉자들은 그런 의식/마음은 검증이나 실험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것은 있다고 해도 하나의 환상이라는 주장을 한다. 다른 경우라 해도 실험적으로 반복하여 입증할 수 없는 주제에 대해서는 뭐라 결론을 내놓을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유의지나 의식 수준 또는 가치 같은 문제는 뇌과학 영역에서는 논외의 주제다. 뇌과학 연구 성과의 일부를 간단히 소개한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간략히 언급한다 해도 그 주제의 범위나 내용은 어마어마하다.
여기선 뇌과학의 대표적 연구라 볼 수 있는 본다는 것[見]을 중심으로 뇌과학적 지견을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려 한다. 그런 연후에 본다는 것의 전통 불교적 입장(불교인식론)과 그 맥락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간단한 비교 검토를 했다. 그리고 본다는 것[見]의 함의를 넓혀, 다시 말해 대승불교/선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觀]의 의미를 함께 검토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