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샘 - 새 희망 새 준비
얼마 전 사찰의 기본교육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50명이 넘는 젊은 주부들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가운데 그날은 부처님이 80평생을 살다가셨던 인도의 불교역사를 강의하는 날이었다. 20회에 걸친 기본교육도 막바지에 달한 그 날. 나는 예나 다름없이 강의를 마치면서 말하였다.
“자, 이제 질문이 있거나 뭔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그 자리에는 열심히 나의 설명을 받아 적고 깔깔 웃어대다가는 질문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고 어렵고 애매한 질문들을 퍼부어대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머리가 허연 노보살님이 한 분 앉아 계셨다. 그 분은 눈꺼풀이 자꾸 처지는지 연신 눈을 부벼대면서 나의 강의를 들었는데 눈도 어둡고 동작도 재빠르지 못하니 필기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 노보살님이 머뭇머뭇 손을 드셨다.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순간 교육원은 조용해졌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거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 분은 자세를 고쳐 앉더니 천천히 말문을 여셨다.
“나의 부모님은 자식이 없어서 부처님전에 기도하여 나를 낳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결혼하여 자식을 여럿 두고 그들을 모두 키워 결혼시킬 때까지 부처님에 관하여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초파일에 등 달러 절에는 나갔습니다만 도대체 부처님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불교와 내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식을 모두 키워낸 지금 나는 나 혼자만 남았습니다. 이제 내 인생이 나에게 왔습니다. 나는 지금이나마 불교가 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 이 자리에 와서 앉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음성으로 조용히 말을 끝맺은 노보살님의 얼굴에는 천천히 눈물이 번져나갔다. 주름진 골마다 스며들어 잘 흘러내리지도 못하는 그런 눈물이….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을 꿈꿀 권리는 몇 살까지 허용될까? 몇 살까지만 새 인생을 설계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일까? 평생 자식 위해 살다 나이 들면 저승길이 두려워 ‘길 닦음’하러 절에 다니는 노보살님들은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자기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고자 마음을 낸 그 분의 모습에서 나는 진리를 찾아 궁성을 나선 청년 싯다르타를 보았다. 그 분의 앞에는 오직 새로운 인생, 새로운 출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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