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은 「잡보장경」제2권에 실린 「여섯 개의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六牙白象>의 인연」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그림은 키질석굴 제206굴 오른쪽 회랑의 왼쪽 벽에 그려져 있다.
옛날 슈라아바스티 나라에 어떤 큰 장자(長者)가 살았다. 그가 딸을 낳았는데 그 딸아이는 스스로 제 전생의 일을 알고 있었으며, 또 나면서부터 능히 말을 하였다. 이렇게 그 아이가 날 때에 큰 복과 덕이 있었으므로 이름을 현(賢)이라고 지었다.
이 아이는 차츰 자라면서 가사(袈裟)를 매우 공경하였다. 그 같은 인연으로 집을 떠나 비구니가 되었지마는 부처님 곁에는 가지 아니하고 혼자서 부지런히 닦아 익혀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처님 곁에 가지 않은 것을 뉘우치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참회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에 이미 너의 참회를 받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 현비구니는 무엇 때문에 출가를 한 뒤에도 부처님을 뵈옵지 참회하며 또 부처님께서는 그 때에 이미 참회를 받으셨다고 하심은 어떠한 인연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그 인연을 말씀하시었다.
옛날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六牙白象)가 있었다. 그 코끼리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첫째부인은 이름이 현(賢)이고 둘째부인은 이름이 선현(善賢)이었다.
어느 날, 흰 코끼리는 숲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을 얻어 현부인에게 주려고 하였는데 선현부인이 먼저 가로채 가졌다. 현부인은 연꽃을 빼앗긴 것을 알자 그만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남편은 선현을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에 그들이 살고 있는 산중에 불탑이 있었다. 현부인은 항상 꽃을 꺾어 그 탑에 공양하면서 발원하였다.
「나는 인간에 나서 스스로 내 전생 일을 알고 또 저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빼어 가지리라.」
그리하여 산꼭대기에 올라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은 뒤에 이내 비제혜 임금의 딸로 태어나게 되었고 스스로 제 전생의 일을 알았다. 그녀는 자라나 범마달왕의 아내가 되자 비로소 전생의 원한을 갚고자 하여 남편을 졸랐다.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상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나는 죽고 말겠습니다.」
이에 범마달왕은 사냥꾼을 불러 영을 내렸다.
「만일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얻어 오면 백 냥 금을 주리라.」
사냥꾼은 꾀를 내어 거짓으로 가사(袈裟)를 입고 그 속에 활과 독한 화살을 감추고 흰 코끼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때에 흰 코끼리의 아내 선현은 사냥꾼이 오는 것을 보고 남편에게 알렸다.
「저기 사람이 옵니다.」
흰 코끼리가 물었다.
「어떤 옷을 입었는가?」
「가사를 입었습니다.」
「가사 속에는 반드시 선(善)이 있고 악은 없느니라.」
이렇게 흰 코끼리 내외가 안심을 하자, 가사를 입은 사냥꾼은 가까이 다가가서 독한 화살을 쏘았다. 깜짝 놀란 선현부인은 남편인 흰 코끼리에게 말하였다.
「당신 말씀에 가사 속에는 선이 있고 악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흰 코끼리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가사의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번뇌의 허물이다.」
선현코끼리는 곧 그 사냥꾼을 해치려 하였으나 흰 코끼리는 여러 가지로 타이르고 위로하면서 그를 해치지 못하게 말리었다. 그리고는 사냥꾼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필요하여 나는 쏘았는가.」
사냥꾼이 대답하였다.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범마달왕이 그대의 어금니를 구해오면 백 냥 금을 주겠노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어금니를 빨리 가져가라.」
「감히 내 손으로 그대의 어금니를 뺄 수는 없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를 보호하여 주었는데 은혜를 어기고 내 손으로 어금니를 빼어 가진다면 벌을 받아 내 손은 반드시 썩어 떨어질 것이다.」
이에 흰 코끼리는 곧 큰 나무에 받아 스스로 어금니를 빼어 사냥꾼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
「이 어금니의 보시로 말미암아 나는 장래에 일체 중생들의 세 가지 독(三毒)의 어금니를 빼게 하소서.」
사냥꾼은 곧 그 어금니를 가져다 범마달왕에게 바치면서 그간의 일을 아뢰었다. 그 때에 왕비는 뉘우치는 마음이 생기었다.
「지금 나는 어질고 착하며 깨끗한 마음을 지닌 이의 어금니를 갖고자 하였으나 이는 크게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크게 공덕을 닦아 참회하리라.」
하고는 곧 서원을 세웠다.
「원컨대 저 흰 코끼리 왕이 장래에 성불할 적에 나는 그 이의 법 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어지이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그 때의 흰 코끼리는 바로 나요. 그 사냥꾼은 데바닷타이며, 흰 코끼리는 지금의 저 현비구니요. 선현은 바로 저 야수다라 비구니이니라.』
그림을 보자 흰 코끼리 한 마리가 화면의 중앙을 거의 꽉 채우고 있고 그 한켠에 사냥꾼이 활을 겨누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헌데 흰 코끼리는 뒤쪽에서 화살을 겨누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며 한편 사냥꾼은 녹색 바탕에 상체만 드러난 모습인데 활을 겨누고 있는 표정이 매우 긴장감이 있어 보인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매우 대조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데 흰 코끼리의 태평스런 모습은 바로 그이 자비스런 마음씨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와는 반대로 활을 겨누는 긴장된 사냥꾼의 모습은 그 표현으로 미루어 숲에 숨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바로 가사를 거짓으로 입고 코끼리를 속이고 있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비록 화면의 구성과 표현은 언뜻 보면 매우 간략화 되어 있으나 그 속에는 화사(畵師)의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중국편 38. 키질 206굴
- 관리자
- 승인 2009.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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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편 38. 육아백상의 인연 - 키질석굴 제206굴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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