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충전하면서 마음은 왜 충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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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충전하면서 마음은 왜 충전 않나요?”
  • 최호승
  • 승인 2021.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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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의 일상다담(日常茶談)
스마트법당 미고사 마가 스님
서울 현성정사 주지. 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 직지사 연수원장이다. BBS 불교방송 ‘마가 스님의 그래도 괜찮아’에서 마음 토크 진행자로 청취자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저서로 『알고 보면 괜찮은』, 『고마워요 자비명상』, 『나를 바꾸는 100일』, 『그래도 괜찮아』 등이 있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 청춘은 붉은색도 아니고 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 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 속 물감의 장난이지. 그게 인생인 거야.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맞다. 트로트 가사다. 1,000만 뷰가 훌쩍 넘은 유튜브 영상에서 찾은 ‘내일은 미스터트롯’ 5위 입상 곡 ‘여백’이다. 중학생 정동원이 부르고, ‘존재의 이유’와 ‘사랑을 위하여’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김종환이 곡과 가사를 썼다. 

갑자기 트로트를 꺼낸 이유는 한 가지, ‘여백’의 가사다. 가사에 담긴 메시지가 가상의 섬에 법당을 연 스님의 당부와 닮았다. 유튜브 채널 ‘오마이붓다’에 뜬금없이(?) 솟아난 가상의 섬 ‘그래도’. 그 섬에는 스마트법당 미고사가 있다. 그곳엔 마음을 충전해주는 사단법인 자비명상 이사장 마가 스님도 있다. 

‘테스형’ 대신 ‘붓다형’에게 인생을 물을 법한 스님. 스님에게 차 한 잔을 청하고, 스님이 추천하는 행복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았다. 

“스님, 행복은 어떻게 충전하나요?”

 

사진. 유동영

‘그래도’ 섬 힐링멘토인 마가 스님(좌)과 등명 스님.

 

| 마음 백신 찾아 떠나는 섬 ‘그래도’

마가 스님은 지난 9월 2주간 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시국에 웬 여행?)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스님은 “마음 백신을 찾아서 다녀왔다”며 웃는다. 스님은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가상의 섬 ‘그래도’ 불사를 단행(?)했다. ‘그래도’ 중심에는 미고사가 있고, 좌우에 마음충전소와 마음약방이 자리했다. 상좌 등명 스님이 안내하는 섬 여행을 따라가면, 패키지 코스는 마음충전소 → 미고사 → 마음약방이다. 

 

: 마음 백신 섬 여행이 뭔지 설명해달라.

“코로나19로 우리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어하고 우울할 때 마음이 먹는 백신이에요. 백신을 만들려고 ‘그래도’라는 가상의 섬 위에 3곳의 센터를 만들었죠. 괴롭고 힘든 마음을 드러내놓고 상담하는 마음충전소, 14일 동안 명상을 함께하는 미고사, 일상에서도 자기를 보살피고 이웃과 상생하도록 처방하는 약을 타가는 마음약방이 있습니다. 이 세 코스를 2주일 동안 여행하는 게 마음 백신을 만드는 섬을 여행하는 패키지에요.” 

덧붙이자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여행이지만 알차다. 먼저 마음충전소에 들러 차분하게 마음을 충전한 뒤, 미고사에서 주지 마가 스님의 목소리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명상을 접하고, 마음약방에선 하루 동안 지니고 다닐 마음 카드를 뽑아 그날의 화두로 삼는다. 미소, 믿음, 만족 등 마음 카드는 백신을 만들 키워드다. 

 

: 14일 마음 백신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궁금하다.

“‘신선하고 좋았다’, ‘고맙다’, ‘종교계가 해야 할 역할이다’ 등 찬사를 받았습니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출가수행자로서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인데 과찬을 받고 있죠. 여기저기서 상을 준다고 해서 부끄럽습니다. (무슨 상을 받나요?) 가지고 있는 명상이라는 재능으로 힐링하는 21세기형 봉사를 했다며 사회봉사상을 준다는 곳이 있어요(웃음).”

 

: 가상의 섬 ‘그래도’, 스마트법당 ‘미고사’ 등 네이밍이 흥미롭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나. 

“언제부턴가 내 삶이 길어야 50년이라고 자각했어요. 세상에 더 많은 것을 회향하고 싶었죠. 이 간절함이 아이디어의 원천입니다. 힘든 사람들 곁에 서면 ‘왜 이럴까?’, ‘왜 이 모양일까?’ 스스로 혹은 타인을 비난하고 비관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야, 괜찮아’라는 마음은 스스로 위안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주문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그래서 ‘그래도’ 섬을 만들었습니다. 그 안에 절도 필요했고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에서 앞글자만 따서 미고사를 창건했어요. 이 세 마디만 해도 충분히 행복해집니다. 굳이 3000배 안 해도, 벽 보고 화두 참선하지 않아도! 남을 지적하고 단점을 보던 내 마음이 ‘괜찮아, 잘했어’라는 마음으로 돌아서는 겁니다.”

 

: 이 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내고 싶은가.

“매일매일 할 수 있는 명상이 필요할 것 같아요. 북두칠성을 보고 가야 방향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올바르고 똑바로 살기 위한 7일 명상, 100일 기도 등 불자들이 흔들릴 때 나침반 되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미스코리아가 아닌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뽐내는 ‘미소코리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 온·오프라인서 마음 충전시키는 약방

마가 스님은 ‘집도 절도 없는’ 스님이었다. 출가 후 수십 년간 템플스테이, 자비명상 등 스님이 고안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곳은 많았지만, 정작 스님 스스로 머물 공간이 없었다. 청소년, 노인, 재소자와 군 장병 등 계층을 가리지 않고 평생 포교만 했던 은사 현성 스님의 원력을 이어 서울 현성정사 주지 소임을 맡은 지는 2년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는 다양했지만 하드웨어가 없었다. ‘오마이붓다’를 채운 ‘그래도’ 섬은 급하게 기획한 게 아니라 오래됐다는 얘기다. 

: 오랜 시간 야단법석에서 해왔거나 고민했던 프로그램이 가상의 섬에서 실체화됐다.

“40년 가까이 출가수행자로 살면서 고민하고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이번에 스마트법당에 다 정리해서 집어넣고 있어요. 그래서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콘텐츠를 준비한다면 10년 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고맙게도 큰 절 주지 인연은 없었지만, 밖에서 대중과 많이 만나고 법문했던 일들이 이번 기회에 보석 같은 콘텐츠로 나오는 것 같아요.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배운 지혜를 스마트법당에서 펼치려고 합니다.”

 

마가 스님은 고통스러워서 절을 찾는 이에게 진단 않고 기도와 수행만 강조하면 결과가 시원찮다고 했다. 불교에 쉽게 실망하는 이유랬다. 한의원에 가면 진맥부터 잡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살핀 뒤 병세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근기에 맞는 기도법과 수행 프로그램을 정확하게 일러주는 게 스님들 역할이라고 했다. 가상의 섬 ‘그래도’에도 마음약방이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인 현성정사에도 똑같은 약방이 있다. 희로애락 감정을 털어내고, 법성계 걷기 명상으로 마음 충전할 수 있도록 ‘마음 청소방’도 불사 중이다. 

 

: 탐진치에 맞는 약 처방이 있을까?

“탐욕은 욕심에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금이면 갖고 싶겠지만 똥이면 피하겠죠? 부정관(不淨觀)을 처방합니다. 해골관이라고도 해요. 몸속에는 온갖 배설물이 많은데. 껍데기에 현혹되면 탐합니다. 피하세요! 어차피 100년도 못삽니다. 화는 화로 다스려야 합니다. 이열치열이 아닙니다(웃음). ‘불 화(火)’를 ‘꽃 화(花)’로 바꾸는 거죠. 화가 많은 이들은 자비심을 공부하라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 ‘다행이야’라고 자비심을 키우는 명상이 필요해요. 콩 심어놓고 팥 나오라고 기도하는 인과를 모르는 어리석음은 지금 내 행위가 어떤 씨앗을 심고 있는지 자각하게 돕고 있습니다. 수행은 그냥 호호호(好好好)입니다. 좋죠? 좋은 행동[好], 좋은 말[好], 좋은 생각[好]입니다. 신구의 삼업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애씀이 바로 수행이에요.” 

 

: 늘 강조하던 자비를 온·오프라인에서 구체화 중이다. 스님이 강조하는 자비란? 

“제 삶의 원천이자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시입니다.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무자비예요. 자비(慈悲)는 두 글자의 합성어다. 자(慈)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 비(悲)는 불쌍함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자비는 불쌍함에서 벗어나서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픈 마음을 바꿔 가야 합니다. 내가 먼저 입꼬리를 올리면 자비, 내리면 무자비입니다. 입가엔 미소, 마음엔 평화. 자비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 시대 가장 쉬운 수행법이라 할 수 있어요.” 

 

차가 식어갈 무렵, 마가 스님이 트로트 한 구절을 흥얼거렸다. ‘여백’이었다. 스님은 반문했다. 

“왜 우리는 스마트폰 충전은 잘하면서, 마음 충전은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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